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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함께 채송화
현고운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현고운 작가라고 하면, 독특한 등장인물로 유명하다.
저승사자가 나오는가 하면, 운명을 볼 수 있는 사람도 등장하고, 유령도 나오니... 어찌 보면 SF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과정과 꼭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되는 사람의 마음을 설명할 때는
SF보다 더한 무엇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면 작가의 그러한 등장인물에 가만히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이 참 이상타.
평소라면 유령은 무서운 것이어야 하고, 저승사자는 나쁜 놈이어야 하고, 사주팔자를 보는 사람은 무시하고 지나칠 텐데
꼭 현 작가의 책에서만큼은 그들의 모습이 알콩달콩하니 귀엽고 멋있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만들기까지 하니,
이것이 바로 현 작가의 매력이 아니고 뭘까.
이제까지 나왔던 현 작가의 책은 거의 다 봤을거다.
뭐, 탐닉할 정도로 로맨스소설에 빠져 지냈을 때는 작가의 이름을 따질 계제가 아니었으니 모르고 읽은 것도 꽤 된다.
나중에서야 그 책이 현 작가 꺼였어~ 하며, 어쩐지~ 상큼하더라~ 한 적도 많다.
<유령과 토마토>가 그랬으며, <잘 쓰고 잘 노는 남자 한량>이 또 그랬다. <마녀와의 사랑>, <인연찾기> 등등...
다른 작가의 로맨스소설도 재미있고 소장하고 있지만, 현고운 작가의 매력은 다른 작가와 정말 다르다.
앞에서 말했듯이, 특이한 등장인물도 그렇지만 생각하는 거나 대사가 참 올곧고 상큼하고 톡톡 튄다고나 할까.
가끔 나도 머릿속으로 소설을 그려보곤 하는데, 스토리는 나와도 대사 만드는 게 정말 어렵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런데 현 작가의 대사는 정말 맛깔스럽다.
이번에 봤던 <나와 함께 채송화>도 대사가 참... 능청스러웠다. 특히 남주인공 상엽이가...
여기에는 독특한 SF적인 인물들은 안 나왔지만, 그래도 일반적인 현실과는 좀 다른 성격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해주신다.
역시나 이름부터가 예사롭지 않은가. 채! 송! 화!
앙증맞은 이름답게 덩치도 좀 앙증맞아 주시지, 또 왜 이름과 안 맞게 한 덩치하는 무대뽀님이 여주인공이란다.
건설업계에 일을 하는 채송화라니, 뭔가 있어보이지~~~~
그리고 더 신기한 것은 그녀의 가족들이다. 대한민국에서 머리가 제일 좋은 전직 변호사인 첫째 언니 박양지,
대한민국에서 내노라하는 스타인 막내 채장미까지 주변인물들도 독특하다.
이런 맛깔스런 인물을 포진하고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우리의 남주인공도 뭔가 있어야겠지~~
아니나다를까, 우리의 능청남 윤상엽께서는 기업가의 후손이시다. 그것도 장손!
그런데다가 머리도 좋아서 본인의 직업은 한의사!! 또 재벌집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 집안의 불화가 있다.
상엽이네 아빠가 사랑하는 여인과의 결혼을 허락받지 못하고 정략결혼을 한 게 상엽의 엄마이고,
씨다른 동생으로 밝혀진, 백혈병으로 일찍 죽어버린 동생 지혜까지 있다.
이러니 성격이 뭐 하나 모자라도 될 텐데, 결혼하기 싫어하는 거 빼곤 나쁜 구석이 없는 남주인공이다.
뽀샤시한 피부에 오똑한 콧날, 훤칠한 키에 돈까지 많으니 어디 빠질 데가 있나.
그러나, 우리의 여주인공은 좀 빠진다. 대기실에서 말 한게 원장실까지 들릴 정도로 큰 목소리에,
술 먹고 지하철에서 침까지 흘리면서 자는 철판 얼굴에,
이름에 걸맞지 않은 아담하지 않은 사이즈까지 해도해도 너무 하다싶을 정도로 여주인공에 대한 환상을 깨뜨려놓으셨다.
집안에서 얼굴 이쁘고 머리 좋은 두 자매와 함께 하는 채송화는 알아서 챙겨주고, 깊은 속까지 있는 사람이었다.
그것도 부단한 경험(?) 덕분에 가능한 것이었지만.
침을 무서워하는 송화가 발목을 접질려 한의원에 간 것이 첫 만남이었다.
능청스레 어려보이는 놈이 반말을 찍찍 해댄 것부터가 마음에 안 들었던 송화가 치료가 다 끝난 날,
버럭대며 대들었던 것이 둘 사이 인연의 시작이었다. 아니, 그보다 앞서 지하철에서 침 흘릴 때부터였나.
어쨌거나 그렇게 상엽은 필요에 의해서 사귀자고 협박과 회유를 통해 조르고,
송화는 강경하게 맞서다 결국 선택을 한다. 가위 바위 보로 결정하자고.
그들의 교제가 상엽의 운명론이든 송화의 선택론이든간에 일단 사귀고 본다.
그렇게나 잘난 놈이 자기랑 사귀자고 하는 이유를 두 번씩이나 물어봤지만 장난스레 넘어가버리는 상엽.
그러다 나중에 큰 코 다치지~~~~
조연들의 입담이나 말싸움도 볼 만하다. 특히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채장미에게,
송화대신 막아주는 말발 좋은 박양지의 폐부를 찌르는 말을 들으면 내 속이 다 후련하다.
그리고 또 하나, 박양지와 채장미의 사랑이야기도 어렴풋이 드러난다.
사실 작가가 그거 쓰다가 두 권 나올 뻔 해서 정리했다고 하는데, 장미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
아마 기다리고 있으면 후속작이 나오겠지? 흐흐흐... 벌써부터 그 때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