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더 베니스 ㅣ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여행 5
유성혜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난 여행기는 별로다. 왜 별로냐면 사진만 쭈~욱 늘어놓고, 그것도 내게 별로 이뻐보이지 않는 사진만 쭉 나열해놓고(내가 사진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사진이 한정될 만큼 까다로운 거다.) 몇 마디만 쓰지 않은 책도 오죽 비싸냐~ 그래서 터져나갈 듯한 내 책장에 여행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5%나 될까나. 그렇게 싫어하는데도 내게 5%라도 차지하는 여행기가 있는 것은 사진이 아니라 그림으로 나름 여행을 표현했거나 나랑 코드가 맞았거나 가장 중요한 이유인 단순한 여행이 아니였을 경우다. 엉덩이가 무겁기로 소문난 나로서는 여행이 반갑지 않으니 딴 나라가서 죽도록 고생하고 돈만 버리는 경험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당연지사.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나랑 코드가 맞을 뿐만 아니라 단순한 여행이 아니여서 좋았다.

처음엔 당연히 이쁘네~ 뭐, 이런 단순한 생각에서 뽑아들었지만 보다보니 여행이 아니라 베네치아의 1년 거주기였다.

오호라~ 이런 횡재가~ 이러니 내가 이 책을 냉큼 뽑아올 수 밖에 없지 않은가.

한참을 보다보니 베네치아란 말도 나오고, 베니스란 말도 나오고 이게 뭐야~ 하고 보고 있었는데,

사전을 찾아보고 그제야 알았다. 베네치아의 영어 이름이 베니스란 걸~~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여~

 



 

베네치아는 위 사진처럼 물고기 모양으로 생겼단다. 미술사를 전공한 사람답게 그림으로 모든 걸 표현해주신다.

선명한 지도를 기대했건만. 어쨌거나 내게 디카가 없는 관계로 이 사진은 어느 분의 카페에서 살짝 빌렸다.

만약 그 게시글의 주인이 이 서평을 발견하시더라도 한없는 아량으로 넘어가주시길~

 

앞서 나랑 맞는 여행기만 선별적으로 데리고 들어온다는 데, 그 기준이 천차만별이지만 이 책을 설명하자면, 바로 이거다.

표지, 배경, 글자체 하나 어디 허투루 만들지 않았다는 거.

미술사를 전공한 작가의 심미안이 발휘된 건지,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작품인지는

내 알 순 없지만, 뭐 어떠랴~ 난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되지~~~ㅎㅎ

그런데 책날개에 보니까 은행나무에서 이 책 말고도 시리즈가 있드만, 그 시리즈가 다 이책처럼 완소면 내 다 구입할끄다~ㅋㅋ

사실 여행기 몇 권을 사봤지만 아쉬운 구석이 하나 정도는 있기 마련이다.

사진이 맘에 들면 글씨체가 별로고, 글씨체가 맘에 들면 배경 종이 색이 별로이니 이거 참 딱딱 못 맞출 때가 많은 게 아쉽다.

그런 면에선 이 여행기는 어디 하나 흠 잡을 데가 없다.

 

베네치아는 총 일곱 군데로 나뉘어 있다. 도르소두로, 카스텔로, 산 폴로, 산마르코, 산타 크로체, 카나레조, 리도...

저자는 논문 쓴다는 목적 하에 일 년간 지내본 현지인답게 어디가 관광객이 많고 없고를 자세하게 알려주면서

베네치아의 곳곳에 숨어있는 명소를 보여준다. 맛난 음료를 먹을 수 있는 카페라든지, 아름다운 다리를 볼 수 있는 건물이라든지

설명을 해줄라치면 앙증맞게 손수 그린 약도까지 보여주는데 정말 내 마음에 쏙 든다. 내가 또 손으로 그린 그림을 좋아하잖냐~ㅋ

디카가 있음 이 부분을 다 찍어서 자랑질 좀 할 텐데, 없는 것이 한스럽다.

어쨌거나 어디에 뭐가 있고 저기가 어떻고 하는 자세한 사항은 꼭 사서 읽어보길 바란다.

나처럼 여행치도 홀딱 반해버린 여행기인데, 베네치아가 가보려는 사람이나 관심있는 사람은 오죽 필요하겠나~

크기도 앙증맞아서 한 손에 들고 여행가기에 딱 알맞다. 적극 추천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말랑하고 쫀득~한 세계사 이야기 1 - 인류의 기원에서 고대 제국까지 ㅣ 생각이 자라는 나무 13
W. 버나드 칼슨 지음, 남경태 옮김, 최준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세계사라고 하면 내가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하게 된 과목이다. 왠지는 잘 모르지만 암울하고 얼룩진 역사가 가득한 한국사보다는 세계의 면면을 볼 수 있고 또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세계사가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세계사에 대한 책은 끊임없이 사보고 있는 중이다. 헨드릭 빌렘 반 룬의 [인류이야기]도 잔뜩 으스대며 사두곤 아직 읽진 않았지만 말이다. 이번에 나온 푸른숲의 [말랑하고 쫀득한 세계사 이야기]는 제목이 참 희한해서 읽고 싶었다. 얼마나 말랑하고 쫀득하길래 이름이 이딴 식일까 싶어서. 일단 제목은 참 친근해서 좋다. 예전에 봤었던 베이직북스의 [단숨에 읽는 세계사]는 단숨에 읽느라고 참 소화하기 힘들었던 것을 기억하면 세 권으로 구성된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가격면에서는 베이직북스의 책이 더 나은 듯도 하다만. 일단 사진도 많고 읽을거리도 많았던 것은 베이직북스도 단연 압권이었지만 이번에 읽은 책이 좀 더 경쟁력이 있다.

 

[말랑하고 쫀득한 세계사 이야기]는 핵심어가 ‘기술’이다. 그러니까 시대순, 지역순보다도 기술의 변천과정을 토대로 역사를 아우르는 편집을 했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인도 쪼금, 아프리카 쪼금, 아메리카 쪼금 나온 건 아니고, 크게 4대 문명을 살펴보는 중에 ‘기술’에 주안점을 두고 기술해주었다. 서문에 앞서 이런 글이 있었다. <뉴턴에게 컴퓨터가 있었다면?> 가상으로 제시한 이 글에서는 뉴턴에게 아무리 성능 좋은 컴퓨터가 있었더라고 해도 그것으로 더 뛰어난 과학 기술을 발달시키기 보단 오히려 그 네모난 기계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거라니 정말 놀라웠다. 그런 식으로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과거 어느 한 시기에 지금 유통되는 기술 하나만 있으면 세계의 판도가 바뀔 텐데 라는 생각을 주로 했던 나로서는 뉴턴 시대에선 컴퓨터가 쓸모없을 수도 있단 생각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한 요점은 ‘기술’은 그저 과학 발달의 산물이라기 보단 그 시대의 가치관, 세계관이 녹아있는 하나의 ‘문화’일 거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컴퓨터가 딱 그 때 나왔기에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과 편리함을 가져다 줄 수 있었던 것이다. 아하!! 이건 좀 다른데? 서문을 읽기도 전에 내 마음을 이렇게 빼앗아가버렸으니 당연 강추다.

 

내용 면면에 이렇게 '기술'이 그 사회와 문화를 드러내주는 요소임을 보여주는 예가 많이 나온다. 예를 들어, 인도에서는 뛰어난 청동 기술과 제철 기술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뛰어난 기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철을 많이 하기 보다는 순수한 구리를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 남겨진 유적과 유물을 보아하니. 어째서 그런 일이 발생했을까? 구리는 주석(청동)이나 아연(황동)을 섞으면 더 단단하게 벼릴 수 있었다. 그래서 청동 기술은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이집트 문명에서도 많이들 사용했던 기술이었고, 또 한 때는 역사가들 사이에서 청동이 있어야만 국가가 생겨날 수 있는 권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할 만큼 중요한 기술이었다. 그러나 인도 문명에서는 아니다. 그 이유는 인도의 문화와 종교를 살펴봐야만 알 수 있다. 인도의 종교에서는 순수한 물질이 아닌 청동과 철을 구리보다 못한 물질로 여겼다. 그렇기에 기술적으로 더 우수한 청동과 제철을 사용하지 않고 구리로 물건을 만들었다고 하니 이것이 바로 ‘기술’이 문화의 요체란 증거가 아니고 또 뭐란 말인가.

 

또 그리스, 헬레니즘, 로마 문명에서는 이미 증기기관이 발명되었다. 그 외에도 뛰어난 문화를 소유했던 문명이었기에 더 뛰어난 기술이 발명될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곳이었다. 그러나 생각 외로 이 문명들에선 뛰어난 기술이 별로 발견되지 않는다. 그리스의 신전도 그저 세로로 박은 기둥에 가로로 얹는 것 이상은 없었고, 로마도 많은 돈으로 시민들이 잘 즐길 수 있게 공공시설물을 많이 만들었던 것 이상은 없었다. 콜로세움, 공중목욕탕, 도로는 즐기기 위한 수단과 이동하는 수단 외에는 없던 것이다. 가장 중요한 기술, 즉 노동력을 적게 쓰고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농사일에나 광물 캐는 일에는 괄목할 만한 기술의 향상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히 여기에도 문화의 비밀이 숨어있다.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 인더스 문명에서는 그리스, 로마보다는 많은 기술적 발명이 드러나는데 그것은 그곳에 그리스, 로마보다 노예가 많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스, 로마에는 많은 정복 전쟁으로 힘든 일을 대신 해줄 수많은 노예 노동력이 확보되어 있었기에 굳이 힘을 들여서 농사와 그 외 어려운 일에 기술의 발전이 있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발명했다는 증기기관도 그저 놀이기구의 하나로 발명했던 것이라서 더 이상의 발전이 없었다.

 

그러니 자연히 ‘기술’은 문화의 지배를 받는 요소 중 하나라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우와~ 정말 놀랍지 않은가. 한 번도 이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러니 세계사는 알면 알수록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사랑을 말해줘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내 침대 위에는 항상 산만하게 책이 놓여있다.

좀 있다가 볼 책은 책꽂이에 꽂아두고 지금 봐야하는 책은 침대 한 편에다가 모아두었다가 이리저리 돌려다 보는 편이다.

요즘엔 일곱 권의 책과 뒹굴거리고 있는데 그 중 소설은 달랑 한 권뿐이고,

다른 것은 세계사, 정치논쟁, 인물상식, 고양이에 대한 책 두 권, 자기계발서가 옆에서 자기네들끼리 잘 논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쉽게 읽을 수 있고 빨리 볼 수 있는 소설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요시다 슈이치의 책이여서 나도 기대가 한아름 안고 있었던 책임에는 틀림없지만,

나는 그 소설을 잡기가 무서워졌다. 어떤 주인공과 어떤 사건으로 점철된 이야기일지...

그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게 자신이 없었다고나 할까.

단순히 연애소설이 아닐지 모른다는 이상한 예감이 들었을 수도 있을게다.

 

어쨌든 나에게 읽어달라고 외치는 그를 더 이상 무시할 수가 없어, 그를 달래서 펼쳐들었다.

원제는 <조용한 폭발>이라던데, 한국어번역판의 제목인 [사랑을 말해줘]보단 훨씬 마음에 드는 제목이다.

뭐랄까, 상큼발랄한 표지만큼이나 내용은 상큼발랄하지 않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내주었기에.

연애소설이니 이 책에도 한 여자와 한 남자가 등장한다.

이것저것 시끄러운 소리 가운데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남자, 슌페이와

초등학교 2학년 때 청각을 잃어 조용한 세계에서 자기 나름의 세계를 구축한 여자, 교코.

아주 평화로워보이는 화원에서 단순히 서로에게 그러한 존재가 있다는 것만을 알게 되었다가

어느새 6개월이나 연인의 관계로 지내온 과정을 아주 단조롭게, 아니면 평화롭게 진행해간다. 물론 겉보기에만.

슌페이는 나름 고민이 많다. 가장 큰 고민은 자기가 불안한데 왜 불안한지를 모른다는 것,

그녀가 무서운데 왜 무서운지 모르겠다는 것, 그녀를 잡고 싶은데 왜 잡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소리가 없는 세계에서 살아온 교코를 보면서 익숙하게 생각했던 ‘소리’의 위력을 다시금 깨달아가면서

교코에 대해 동전의 양면에 해당하는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녀를 좋아하면서도, 한편으론 두려워한다는 것을.

 

기분이 나쁜 일이 있으면 누군가에게 시끄럽게 쓸데없는 말을 몇 마디만 해도 풀린다.

그래서 친구를 만나는 게 아닌가. 별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축내는 일.

그런데 교코에게는 그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 일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도 소리를 지르며 풀 수가 없다.

시시껄렁한 농담이나 우스개 소리를 하기 위해서도 머리로 생각해서 펜으로 쓰지 않으면 전달되기가 어렵다.

그러니 그런 수고를 자연히 덜하게 된다. 말로 하면 쉬운 게 글로 표현하면서 한계가 생겼다고나 할까.

그러니 두 사람이 아무리 사랑해도 서로에 대해 얼마나 많이 이해할 수 있을까.

아마도 슌페이는 자신이 그녀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이,

그리고 그녀도 자신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두려웠던 것은 아닐까.

인간관계가 단순히 ‘말’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런지.

실제로 서로 말을 하고 들을 수 있는 관계에서도 서로에 대해 얼마나 많은 것을 알고 있을까.

말을 하면 글로 전달할 때보다 비언어적인 요소가 같이 전달되기에 더 풍부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만큼 더 자신의 진심을 숨길 수 있는 요소가 있는 것은 아닐까.

슌페이는 그녀의 고요함과 자연스러움이 못내 갖고 싶으면서도 그녀의 천진한 순수함이 무서워 뒤로 물러섰다.

그가 바쁜 출장 일정에 그녀의 도움을 무시하고 그녀를 빨리 깨우지 않았던 것은,

아마도 그와 그녀의 관계에 대해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출장에 돌아와서 그녀의 집을 찾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불안하고, 찾을 수 있을 거라 단순하게 확신하고, 결국에 가서는 자기가 무엇을 찾고 있는지 아무 것도 알지 못하게 되어버린

슌페이에게 교코는 무엇을 알려주려고 했던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소리의 힘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그 힘에 매몰되어 그 안에 있는 진심을 알지 않으려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지.

슌페이가 궁금해 했던 그것, 세계 유적이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거라 확신하는 그런 단순한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인지.

 

소중한 것은 잃어버리고 나서야 깨닫게 된다는 어느 노래가사처럼

나도 잃어버리고 나서야 때늦은 후회를 하게 될 것은 무엇인지 가만히 생각해보련다.

 

가만보니 이 책은 여느 연애소설 같지는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미스터 후회남
둥시 지음, 홍순도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제목부터가 의미심장한 미스터 후회남... 어떤 삶을 살았길래 그는 '후회남'이란 이름을 갖게 되었을까.


잘못된 정보로 친구를 죽게 하고, 말하지 말란 경고를 무시하고 다 까발려서 집안을 풍비박산 만들고, 자신을 한결같이 기다려준 여자 대신에 잘못된 말 한마디로 여시에게 홀리고... 결국 나이 오십이 다 되어가도 아이 하나 만들지 못한, 더더군다나 동정조차 떼지 못한 그에게는 돌아보니 남는 것은 후회뿐이었다.

후회... 후회는 깨달음을 얻어 다시는 그것을 하지말자고 마음을 먹을 때 하는 것이지 않을까.그런데 이이는 전혀 그러한 깨달음조차 없이 그런 후회를 반복한다. 그런 그를 과연 착하다고 순진하다고 할 수 있을까?착하고 순진한 것과는 별도로 봐야 할 듯 싶다. 말하면 안 되는 것, 말하지 말라고 한 것도 무시하고 털어놓고야 마는,심지어 말하면 난리가 날 것을 뻔히 알면서도 - 몰랐을까. 둔해서? 내 생각에는 알고서 그런 것 같은데... - 그 모든 비밀을 다 까발린다. 여기서 난 의문이 든다. 그는 왜 그랬을까?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도 있듯이, 말이 얼마나 중요한가. 나는 그런 의도로 말하지 않았는데도 다른 들리는 경우도 얼마나 허다한가.

그런데 바로 그런 의도로 사람들의 마음을 해코지하기도 하고, 숨겨야 할 치욕을 낱낱이 알려 패가망신을 당하게도 한다니, 심지어 사람을 미치게도 만든다고 하니, 그는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아니 그럴 수밖에 없던 이유가 있을지 심히 궁금하다.


옛날 이야기에 임금님의 귀가 당나귀 귀라고 말하지 못한 모자장수가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죽기 전에 땅을 파서 비밀을 다 쏟아냈다는 이야기가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뜸금없이 이 옛날 이야기가 생각났다. 아마도 광셴은 그 모자장수처럼 말하지 않으면 참지 못하는, 그것이 좀이 쑤시는 단순한 버릇이라기 보단 그의 생존에 직결되는 그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아마도 광셴이 그렇게 생각없이 내뱉지 않았으면 삶이 유지되지 않는....


마찬가지로 우리도 같지 않을까. 광셴이 어리석인 짓거리를 끊임없이 반복할 때 한심하다면서 혀를 끌끌 찼던 우리도, 사실은 그런 일을 반복해서 하고 있지는 않은지... 말해선 안 되는 것이지만 말 하지 않고선 견딜 수 없었던 적은 없었는지...

친구의 비밀을 다른 친구에게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이렇게 꼭 덧붙이지 않는가.

"이거 걔가 말하지 말랬으니까 너만 알고 있어!"

이런 식으로 비밀은 항상 새어나가기 마련이고, 우리는 비밀을 까발리고 싶은 욕구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마련이다. 왜 그런지 난 금기라는 단어를 통해 설명하고 싶다.

하지 말라고 한 것은 왠지 더 하고 싶은, 그런 금기에 대한 도전이 우리에게 내재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마치 열지 말라고 했지만 열어버린 판도라의 상자처럼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나를 천재로 만드는 독서법
서상훈 지음 / 지상사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학습법분야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서상훈 소장님의 책이 나왔다. 누구든지 이름을 한번만 듣기만 하면 솔깃할 제목으로. 바로 [나를 천재로 만드는 독서법]이다. 어떤 책에서 천재 독서법이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들었는데 여기에서는 그 방법을 더 정확하게 알려준다. 그 비법은 아주 단순한데, 바로 독서 토론과 베껴 쓰기가 그것이다. 사실 방법을 몰라서 못하는 사람이 있을까.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것이 어려워서 그렇지. 그러나 저자도 좋은 글귀를 읽고 생각하고 좋은 것은 다이어리에, 혹은 워드로 쳐서 블로그나 카페에 올려놓는 작업을 3년간 꾸준히 했더니만 학습법분야로 전문 강사의 발을 들여놓을 수가 있었다고 한다니까 절대 헛소리는 아닌 셈이다. 속는 셈치고 한번 도전해볼 만하지 않을까.

 

그래서 이 책에는 따라할 수 있는 독서 토론의 방법과 베껴 쓰는 방법이 일목요연하게 제시되어 있다. 독서 토론은 제한된 텍스트를 깊이 이해할 수 있고, 또한 자기 생각은 물론 다른 사람의 생각까지도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그러니까 이해력, 사고력, 표현력, 논리력, 창의력, 리더십을 키워준다는 것이다. 그러니 허구헌날 아이들에게만 강조하지 말고 우선 내 것을 키워보는 게 어떨까 싶다. 요즘 영재교육이니 조기교육이니 하는 열풍에 휩쓸려 창의력이나 논리력을 키워준다는 학원 하나정도도 다니지 않는 아이가 없을 정도로 붐이지만, 그것을 아이들에게 강요하기 전에 내게 적용해보면 자연히 아이들도 그런 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엄마가 아니더라도 요즘 공부 하나하지 않고서 직장을 다닐 수가 없는 이때에 자기계발 차원에서도 아주 좋은 방법이다.

 

우선 아주 쉽고 짧은 동화책을 하나 고른다. 처음부터 대단한 전문서적이나 자기계발서를 고르기보다, 쉽게 읽힐 수 있어서 완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할 수 있는 책을 고르는 것이 유리하다. 완전히 이해해야 거기서 깊은 사고와 비판능력이 나오는 것이니까. 그 다음에 점점 다른 분야로 확장하면 되니까 처음에는 민망해도 동화책을 선택하자. 그런데 요즘 나오는 동화책은 아이들도 읽으면 좋지만 아이들보다도 어른들에게 큰 감동을 주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독서 토론에서의 중요한 규칙은 꼭 책을 읽은 사람만 참여할 수 있다는 것과 한 사람이 다 발언한 다음에 다른 사람이 발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규칙만 지키면 일단 시작은 할 수 있다. 그런데 독서 토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청과 질문이다. 다른 사람의 발언을 잘 듣는 것이 중요하고, 독서 토론 리더가 질문을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질문에 따라 비판적인 사고가 가능할 수도 있고, 겉만 훑고 끝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질문의 종류에는 해석적 질문, 사실적 질문, 평가적 질문, 사색적 질문이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책에서 근거를 2개 이상 찾을 수 있는 해석적 질문이다. 이런 질문을 뽑는 연습을 책을 읽으면서 같이 한다면 독서 토론을 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된다. 처음에는 규칙을 주지시키고 점차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준 다음, 책의 내용을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정독을 하고 그 다음엔 아까 말한 질문을 뽑는 식으로 진행해나가면 된다. 토론의 마지막은 꼭 글쓰기로 마무리해야 한다. 토론만 하고 글로 옮기는 작업이 없다면 비판적인 관점은 키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한 주에 한 번씩 하면 생각하는 힘이 부쩍 늘 것만은 틀림이 없다.

 

그리고 베껴 쓰는 것은 다이어리에 쓰든 워드로 쳐서 블로그에 올리든 상관은 없지만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오랫동안 계속 한다는 것은. 하지만 좋은 책들, 특히 저자가 베껴 썼다는 나폴레옹 힐의 [성공을 위한 365일 명상], 지그 지글러의 [정상에서 만납시다], 조셉 머피의 [머피의 100가지 성공법칙],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등을 요약을 해서 나도 보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공개를 한다면 곱씹으면서 그 내용을 음미할 수가 있단다. 시인 안도현도 <시와 연애하는 법>이란 칼럼을 통해서 백석의 시를 베껴 쓰기하면서 백석의 숨소리를 듣고 백석의 옷깃을 만질 수가 있었다고 한다. 또한 소설가 신경숙은 <아름다운 그늘>이란 산문집에서 필사했던 경험을 소설의 길을 걸어갈 수 있게 해준 황홀한 경험이라고 소개했다. 이렇듯 베껴 쓰기의 효능은 생각보다 컸다.

 

내가 베껴 쓴 경험이라고는 얼마 전 교회 수련회에 가려고 요나서를 두 번 쓴 경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한 번 쓰니까 정말 내가 이 글의 의미를 속속들이 다 파악하는 것처럼 느껴졌었다. 정말 신기하고 황홀한 경험이었다. 그런데 글을 쓰려고 하면 몸에 한껏 힘을 주게 되어버리게 되기에 별로 재미있는 경험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도움이 된다니까 손으로 쓰는 것을 시도해보고 싶다. 저자는 자기계발서만 200회 적어봤다고 하시던데 자기가 쓴 부분에 대해 누가 질문하면 어떤 책의 어디에 그 말이 나오는지 다 기억이 난다고 한다. 그 부분을 읽으니까 나도 비슷한 기억이 난다. 학창시절에 꼼꼼히 노트 정리를 했던지라 시험을 볼 때 공부를 특별히 하지 않은 부분도 필기 덕분에 기억이 나서 문제를 풀었던 적이 있었다. 정말 신기했지만 별 의미를 두지 않았었는데 그게 그런 효과가 있었다는 걸 이제사 알았다. 에이~ 좀만 더 했으면 난 천재가 되는 건데~ 어쨌거나 좋은 방법을 이제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다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