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하고 쫀득~한 세계사 이야기 1 - 인류의 기원에서 고대 제국까지 ㅣ 생각이 자라는 나무 13
W. 버나드 칼슨 지음, 남경태 옮김, 최준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세계사라고 하면 내가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하게 된 과목이다. 왠지는 잘 모르지만 암울하고 얼룩진 역사가 가득한 한국사보다는 세계의 면면을 볼 수 있고 또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세계사가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세계사에 대한 책은 끊임없이 사보고 있는 중이다. 헨드릭 빌렘 반 룬의 [인류이야기]도 잔뜩 으스대며 사두곤 아직 읽진 않았지만 말이다. 이번에 나온 푸른숲의 [말랑하고 쫀득한 세계사 이야기]는 제목이 참 희한해서 읽고 싶었다. 얼마나 말랑하고 쫀득하길래 이름이 이딴 식일까 싶어서. 일단 제목은 참 친근해서 좋다. 예전에 봤었던 베이직북스의 [단숨에 읽는 세계사]는 단숨에 읽느라고 참 소화하기 힘들었던 것을 기억하면 세 권으로 구성된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가격면에서는 베이직북스의 책이 더 나은 듯도 하다만. 일단 사진도 많고 읽을거리도 많았던 것은 베이직북스도 단연 압권이었지만 이번에 읽은 책이 좀 더 경쟁력이 있다.

 

[말랑하고 쫀득한 세계사 이야기]는 핵심어가 ‘기술’이다. 그러니까 시대순, 지역순보다도 기술의 변천과정을 토대로 역사를 아우르는 편집을 했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인도 쪼금, 아프리카 쪼금, 아메리카 쪼금 나온 건 아니고, 크게 4대 문명을 살펴보는 중에 ‘기술’에 주안점을 두고 기술해주었다. 서문에 앞서 이런 글이 있었다. <뉴턴에게 컴퓨터가 있었다면?> 가상으로 제시한 이 글에서는 뉴턴에게 아무리 성능 좋은 컴퓨터가 있었더라고 해도 그것으로 더 뛰어난 과학 기술을 발달시키기 보단 오히려 그 네모난 기계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거라니 정말 놀라웠다. 그런 식으로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과거 어느 한 시기에 지금 유통되는 기술 하나만 있으면 세계의 판도가 바뀔 텐데 라는 생각을 주로 했던 나로서는 뉴턴 시대에선 컴퓨터가 쓸모없을 수도 있단 생각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한 요점은 ‘기술’은 그저 과학 발달의 산물이라기 보단 그 시대의 가치관, 세계관이 녹아있는 하나의 ‘문화’일 거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컴퓨터가 딱 그 때 나왔기에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과 편리함을 가져다 줄 수 있었던 것이다. 아하!! 이건 좀 다른데? 서문을 읽기도 전에 내 마음을 이렇게 빼앗아가버렸으니 당연 강추다.

 

내용 면면에 이렇게 '기술'이 그 사회와 문화를 드러내주는 요소임을 보여주는 예가 많이 나온다. 예를 들어, 인도에서는 뛰어난 청동 기술과 제철 기술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뛰어난 기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철을 많이 하기 보다는 순수한 구리를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 남겨진 유적과 유물을 보아하니. 어째서 그런 일이 발생했을까? 구리는 주석(청동)이나 아연(황동)을 섞으면 더 단단하게 벼릴 수 있었다. 그래서 청동 기술은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이집트 문명에서도 많이들 사용했던 기술이었고, 또 한 때는 역사가들 사이에서 청동이 있어야만 국가가 생겨날 수 있는 권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할 만큼 중요한 기술이었다. 그러나 인도 문명에서는 아니다. 그 이유는 인도의 문화와 종교를 살펴봐야만 알 수 있다. 인도의 종교에서는 순수한 물질이 아닌 청동과 철을 구리보다 못한 물질로 여겼다. 그렇기에 기술적으로 더 우수한 청동과 제철을 사용하지 않고 구리로 물건을 만들었다고 하니 이것이 바로 ‘기술’이 문화의 요체란 증거가 아니고 또 뭐란 말인가.

 

또 그리스, 헬레니즘, 로마 문명에서는 이미 증기기관이 발명되었다. 그 외에도 뛰어난 문화를 소유했던 문명이었기에 더 뛰어난 기술이 발명될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곳이었다. 그러나 생각 외로 이 문명들에선 뛰어난 기술이 별로 발견되지 않는다. 그리스의 신전도 그저 세로로 박은 기둥에 가로로 얹는 것 이상은 없었고, 로마도 많은 돈으로 시민들이 잘 즐길 수 있게 공공시설물을 많이 만들었던 것 이상은 없었다. 콜로세움, 공중목욕탕, 도로는 즐기기 위한 수단과 이동하는 수단 외에는 없던 것이다. 가장 중요한 기술, 즉 노동력을 적게 쓰고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농사일에나 광물 캐는 일에는 괄목할 만한 기술의 향상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히 여기에도 문화의 비밀이 숨어있다.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 인더스 문명에서는 그리스, 로마보다는 많은 기술적 발명이 드러나는데 그것은 그곳에 그리스, 로마보다 노예가 많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스, 로마에는 많은 정복 전쟁으로 힘든 일을 대신 해줄 수많은 노예 노동력이 확보되어 있었기에 굳이 힘을 들여서 농사와 그 외 어려운 일에 기술의 발전이 있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발명했다는 증기기관도 그저 놀이기구의 하나로 발명했던 것이라서 더 이상의 발전이 없었다.

 

그러니 자연히 ‘기술’은 문화의 지배를 받는 요소 중 하나라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우와~ 정말 놀랍지 않은가. 한 번도 이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러니 세계사는 알면 알수록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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