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후회남
둥시 지음, 홍순도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제목부터가 의미심장한 미스터 후회남... 어떤 삶을 살았길래 그는 '후회남'이란 이름을 갖게 되었을까.


잘못된 정보로 친구를 죽게 하고, 말하지 말란 경고를 무시하고 다 까발려서 집안을 풍비박산 만들고, 자신을 한결같이 기다려준 여자 대신에 잘못된 말 한마디로 여시에게 홀리고... 결국 나이 오십이 다 되어가도 아이 하나 만들지 못한, 더더군다나 동정조차 떼지 못한 그에게는 돌아보니 남는 것은 후회뿐이었다.

후회... 후회는 깨달음을 얻어 다시는 그것을 하지말자고 마음을 먹을 때 하는 것이지 않을까.그런데 이이는 전혀 그러한 깨달음조차 없이 그런 후회를 반복한다. 그런 그를 과연 착하다고 순진하다고 할 수 있을까?착하고 순진한 것과는 별도로 봐야 할 듯 싶다. 말하면 안 되는 것, 말하지 말라고 한 것도 무시하고 털어놓고야 마는,심지어 말하면 난리가 날 것을 뻔히 알면서도 - 몰랐을까. 둔해서? 내 생각에는 알고서 그런 것 같은데... - 그 모든 비밀을 다 까발린다. 여기서 난 의문이 든다. 그는 왜 그랬을까?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도 있듯이, 말이 얼마나 중요한가. 나는 그런 의도로 말하지 않았는데도 다른 들리는 경우도 얼마나 허다한가.

그런데 바로 그런 의도로 사람들의 마음을 해코지하기도 하고, 숨겨야 할 치욕을 낱낱이 알려 패가망신을 당하게도 한다니, 심지어 사람을 미치게도 만든다고 하니, 그는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아니 그럴 수밖에 없던 이유가 있을지 심히 궁금하다.


옛날 이야기에 임금님의 귀가 당나귀 귀라고 말하지 못한 모자장수가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죽기 전에 땅을 파서 비밀을 다 쏟아냈다는 이야기가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뜸금없이 이 옛날 이야기가 생각났다. 아마도 광셴은 그 모자장수처럼 말하지 않으면 참지 못하는, 그것이 좀이 쑤시는 단순한 버릇이라기 보단 그의 생존에 직결되는 그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아마도 광셴이 그렇게 생각없이 내뱉지 않았으면 삶이 유지되지 않는....


마찬가지로 우리도 같지 않을까. 광셴이 어리석인 짓거리를 끊임없이 반복할 때 한심하다면서 혀를 끌끌 찼던 우리도, 사실은 그런 일을 반복해서 하고 있지는 않은지... 말해선 안 되는 것이지만 말 하지 않고선 견딜 수 없었던 적은 없었는지...

친구의 비밀을 다른 친구에게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이렇게 꼭 덧붙이지 않는가.

"이거 걔가 말하지 말랬으니까 너만 알고 있어!"

이런 식으로 비밀은 항상 새어나가기 마련이고, 우리는 비밀을 까발리고 싶은 욕구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마련이다. 왜 그런지 난 금기라는 단어를 통해 설명하고 싶다.

하지 말라고 한 것은 왠지 더 하고 싶은, 그런 금기에 대한 도전이 우리에게 내재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마치 열지 말라고 했지만 열어버린 판도라의 상자처럼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