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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언어 이야기
파스칼 피크 외 3인 지음, 조민영 옮김 / 알마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고고인류학자인 파스칼 피크, 언어학자인 로랑 사가, 소아과 의사인 기슬렌 드엔이 저널리스트인 세실 레스티엔과 언어에 전방위적인 것에 대해 인터뷰한 과정을 적은 것을 묶은 책이다. 이 책은 인간만이 사용하는 언어에 대한 비밀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기 위해서 고른 책인데, 솔직히 말하자면 내 모든 호기심을 충족시키기는커녕 오히려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어 주었다. 특히 < 1부, 언어의 기원을 찾아서> 편은 안 읽느니만 못했다. 최근 언어학자들만 연구했을 때는 풀지 못했던 많은 언어에 관한 많은 비밀들이 고고인류학자, 신경과학자, 심리학자, 유전학자 등의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통합적으로 연구하여 풀어내고 있는데 이 중에서 고고인류학자들의 도움이 많이 컸다. 구석기 때 인류들이 수렵 생활을 통해 다양화 했던 많은 언어들이 신석기 때 농경 ·정착 생활을 하면서 대다수 사라졌다는 가설은 상당히 의아하고도 생소한 의견이었다. 보통 생각할 때는 수렵 · 이동 생활다 농경 ·정착 생활이 훨씬 발전된 모습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그와 상반된 의견이 등장하니 내가 따라잡지 못했다. 그 의견 대한 저널리스트 세실의 의아한 반응에서도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을 때는 그 의견을 뒷받침할 근거가 충분히 제시되지 못한 것 같아서 더욱 이해되지 않은 것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1부, 언어의 기원을 찾아서>란 여정은 머리만 복잡하고 분량만 방대하지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했던 부분이다. 언어의 기원은 현재를 살아가는데, 아니 언어를 좀 더 자세히 이해하는데 있어 굳이 알 필요는 없지 않은가.
만약 고고학적인 지식이 충분히 있거나 그 부분에 대해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꽤 흥미로울 수도 있다. 인류의 조상이‘루시’라 알려진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아닌 현재까진 가장 오래된 화석으로 밝혀진 오로린이나 투마이란 새로운 인류가 새로 등장한다. 케냐에서 발견된 오로린은 두개골은 없고 그저 골격만 남아 있어 직립 보행에 유리했을 것이란 정황증거만 있는데 이가 우리 인류의 조상이라고 추정하는 근거를 모르겠다. 어쨌든 남자 화석 오로린과 같은 시대인으로 차드에서 발견된 투마이를을 살펴 보면, 두개골이 온전해 얼굴 길이가 짧고 작은 송곳니들이 매우 현대적인 것으로 보아, 이들이 영장류에 가깝다고 여겨진 듯 하다. 이런 직립 보행과 송곳니라는 증거는 친척 관계의 남자들과 여러 명의 여자로 구성된 집단으로 생활했음을 보여주는데 이런 집단 생활에서 꼭 필요한 것이 언어로 추측되기에 언어를 사용했을 것이라고 추론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디까지나 추론, 가정, 추측일 뿐인 것이다. 그러나 난 중고등학교 때 엄청난 세뇌 교육의 일환으로 입안을 맴도게 된 ‘오스트랄로피테쿠스’란 단어만 봐도 머리가 아프다. 과거 어느 순간엔 고고학에 가슴이 뛰고 울퉁불퉁한 무언가를 연상케 하는 이 단어를 읊조리고 있으면 뭔가 대단한 것을 알아낸 양 어깨를 으쓱거린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런 화석 어쩌구 하는 것이 참 부질없게 느껴지기에 이 부분은 내겐 최악이었다. 아마도 <3부, 아기가 어떻게 말을 배울까?> 만 있었다면 좀 더 나았을까 싶다.
어쨌든 여러 화석과 그로부터 야기된 추론들로 가득한 <1부, 언어의 기원을 찾아서>가 끝나면 이젠 <2부, 언어에 관한 전설>로 들어가게 된다. 이 또한 상당히 흥미로운 가설과 전설로 인식한 것으로 채워져있다. 바로 언어의 분화에 대한 것인데, 성경의 바벨론 이야기가 바로 여기서 등장한다. 바벨론 이야기에 근거해서 하나의 공통된 모어가 있었을 것으로 가정해서 여러 언어들을 어떤 기준에 근거해서 묶는 작업을 나열해두었는데 그것이 상당히 난해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임을 알 수 있었다. 언어를 하나의 어족으로 분류할 때는 각기 언어들의 유사성을 기준으로 하는데 공통조어에서 유래했는가, 상호 차용했는가, 단순한 우연인가를 두고 나눈다. 여기에서는 기본적인 전제가 깔리는데 언어가 변할 때는 질서있게 변한다는 것이다. 이 말이 자의적인 해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언어가 마구잡이로 변화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인간은 어떤 발음을 내기 위해서는 같은 기관, 같은 근육, 같은 골격, 같은 신경계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즉 인간이라면 동일한 생리적, 기계적 제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변화무쌍한 변이를 일으키지 않았을 것이란 것이다. 사라진 언어의 발음도, 문법도 모른 상태에서 재구성해내는 것이 얼토당토 않는 일이라고 생각되지만 실제로 사용되는 언어에는 모두 규칙이 있기에 그런 방법도 다 개발되어 있다. 다만 이 모든 것을 구성해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한히 제공되는 시간과 노력 뿐이다. 그만큼 지지부진한 연구이다.
그래서 가장 재미있던 부분은 <3부, 아기아 어떻게 말을 배울까?>이다. 영어를 배워야 하는 것이 일생일대의 염원인 한국인에게 솔깃할 수도 있는 부분이나 그런 우리가 알고 싶어하는 이야기는 없다. 하지만 모국어를 습득하는 능력이 비상한 신생아를 연구하면서 충분히 언어나 우리의 언어능력에 대한 속성을 알 수 있어 재미있다. 생후 4개월 밖에 안 되는 아기가 모국어를 인식할 수 있다는 사실이나 엄마와 낯선 여자의 목소리를 구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좀 더 흥미롭지 않나. 그래서 이 마지막 부분의 분량이 적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모국어와 제 2의 외국어가 주관하는 뇌의 영역은 다르지만 두 언어를 자유자재로 쓰는 사람들의 뇌의 영역은 한 곳이란 점도 놀랍고, 모국어를 8살까지 사용했어도 완전히 다른 곳으로 이주해 모국어를 접하지 않으면 제 2의 외국어가 완전히 모국어를 대체해 모국어로 그 외국어를 쓰는 사람과 뇌에서 사용하는 영역이 같다는 사실로 놀라울 뿐이다. 어린 시기에 외국어를 접하지 않으면 원어민처럼 쓰긴 어렵지만 아예 한 번도 모국어를 쓰지 않아 완전히 소멸되면 아예 모국어가 되니 우리의 뇌는 정말 놀라울 뿐이다. 기회가 되면 이 부분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지만 분량이 너무 짧아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