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지혜를 사랑하는 학문이라고 뭉뚱그려 알고 있는 사람은 책을 몇 자 읽거나 들은 것이 많아 다양한 상식에 폭넓게 알고 있기만 하다면 충분히 있겠지만 실제로 철학은 무엇이고 어떻게 철학을 할 수 있는지까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지 싶다. 특히 철학을 공부하지 않은 비전공자에게 철학적으로 사고하기나 철학이 무엇이냐고 말해보라고 한다면 과연 제대로 대답할 수나 있을까. 다른 사람들을 떠나서 나 자신만 해도 철학에 대한 책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읽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철학하는 방법에 대해 자신있게 대답할 자신이 전혀 없다. 그것은 책을 읽을 때 많은 철학자들의 사상에 중점을 두고 읽었지, 실제로 철학을 하게 될 거라는 가정을 하며 철학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굳이 생각해보지도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의 출간이 반갑다. 어른들을 대상으로 하는 책은 아니지만 철학에 문외한이거나 철학을 막연히 어렵게 느끼는 사람들에게 철학사상이 아니라 철학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제목에도 나와있듯이, 전문철학자가 될 필요가 없이 자신만의 철학을 구축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그들이 비단 청소년만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니. 그런 방법 중의 하나로 먼저 철학을 무엇을 하는 학문인지를 알려준다. 그러나 철학이 원체 형이상학적인 학문이기에 그냥 설명하거나 개념을 말하는 것은 이해하지 못하니 아무 소용이 없다. 그래서 저자는 과학과 종교를 가지고 철학을 비교, 대조해주면서 면밀하게 살펴준다. 이제껏 읽은 몇 권의 철학책보다 이번에 읽은 200쪽이 채 안 되는 철학책에서 훨씬 많은 것을 알게 된 기분이 드니, 제대로 설명한 것이 아닐까 싶다. 과학과 철학은 세상을 통째로 이해하는 데서 공통점을 가진다. 다들 알고 있는 중력의 법칙만 가지고 설명하자면 뉴턴은 사과가 땅으로 떨어지는 원리를 밝히기 위해 연구를 하고 그로부터 중력의 법칙이라는 것을 만들어낸다. 이는 물체가 땅으로 수직 낙하하게 되는 세상의 이치를 밝히기 위한 학문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철학도 세상의 이치를 밝히기 위해 세상의 근본을 찾아가는 학문이다. 진정한 세계는 이데아 세계이고, 우리가 사는 불완전한 세계는 이데아 세계의 그림자일 뿐이라고 말한 플라톤의 이데아 이론을 보면 수긍은 되지만 의문이 생기게 마련이다. 의자의 본질이 이데아 세계에 있기에 현실 세계의 의자가 팔걸이가 있든지 없는지 소파처럼 푹신하든지 나무의자처럼 딱딱하든지 다 의자임을 인정한다고 하는 것은, 말은 맞지만 우리 세계를 이해하는데 아무런 이득이 되지 않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딱 이런 반응만 나오게 하는 것이 철학이지만, 역시나 철학도 과학처럼 세상의 이치를 찾아가는 것만은 분명하다.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과학은 수식으로 이치를 표현하고 철학은 논리로 그것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과학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수식으로 진리를 표현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껴서는 안 되고 마찬가지로 철학을 전공하고 싶으면 논리력이 어느 정도 갖춰져야 한다. 종교와 철학은 세상의 이치를 탐구한다는 점에서는 같으나 종교는 신이 개입하여 인간에게 지침을 알려준다면 철학은 스스로 의미를 찾아내겠다고 하는 것이 다르다. 이렇게 철학을 제대로 설명해주어 알기가 한결 쉬워졌다. 이렇게 알게 된 철학의 원리를 가지고 자기 수준에 맞는 철학적 고민을 한다면 유명 철학자가 되지는 않더라도 자신만의 철학은 할 수 있을 것이다. 유명 철학자들도 각기 자신에게 맞는 고민을 해서 위대한 철학자가 되었지 자신과 맞지 않은 고민을 하지 않았다. 제 눈높이에 맞는 고민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한다면 좋겠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