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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을 읽을 권리 - 작품이, 당신의 삶에 말을 걸다
한윤정 지음 / 어바웃어북 / 2011년 8월
평점 :
이 책에서의 가장 압권인 장면은 아무래도 서문이 아닌가 싶다. 저자가 책을 쓰게 이유나 독자에게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는 서문은 그 책의 인상을 결정짓는데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 책에 대해서는 묵직하게 다가오는 서문이 내가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그 서문을 읽고 3일 정도 이 책을 안 봤으니까 얼마나 묵직하게 다가왔던 것인지는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작품은 작가의 산물이지만 전적으로 작가의 것만은 아니라는, 독자와 사회가 만나 재구성하여 다른 의미를 재생산하는 대화의 창구라는 누구나 알지만 확실히 알지는 못하는 이야기를 버무려 놓았다. 그런데 강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나같이 단순한 인간은 쉽게 이해하지도, 사용하지도 못할 미사여구를 모조리 모아다가 정리해주었기 때문이다. 딱히 시에 쓸 만한 미사여구는 아니지만 시와 같이 음미해야 겨우 이해할 수 있는, 일상적인 대화에서는 쓸 수 없는 듯한 온갖 현학적이고 모던적인 이미지가 뛰어난 수식어들이 나를 좀 무섭게 했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마지막 문장, 글을 읽는 방법에는 사람의 수대로 다양하게 존재하고 다양한 관점을 읽을 수 있는데, 그 이유를 나타내는 문장, 즉 우리에게는 명작을 읽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란 말만큼은 가슴을 울렸다. 안 그랬으면 배우지도 못한 사람은 단행본 책 하나 읽지도 못하겠다는 자조 섞인 말이나 늘어놓았을지도 모르겠다. 중간 중간에도 이렇게 시 같지는 않지만 깊이 이미지를 창조해야 이해가 되는 어려운 문장들이 있지만 좀 읽다보면 그 문장들이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물론 마음 먹고 읽기 시작해야 할 문제이지만, 충분히 도전할 만한 책이다. 명작과 영화, 애니메이션에 이르기까지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 평소에 저자가 곱씹으면서 음미했고 감동받았던 텍스트를 모아 한데 엮어놓은 것이라 책을 읽기 시작하거나 이렇게 소설 뒷 이야기를 더 궁금해하는 사람이라면 대환영이다. 내 경우에는 책을 읽은 지 몇 년 되지 않아서 명작에 대한 배경지식이 상당히 없는 축에 속한 사람이라 이런 배경지식과 함께 그 명작까지도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던져주는 책이 참 고맙다.
[명작, 또 다른 명작을 낳다], [명작, 텍스트와 이미지로 태어나다], [명작, 이념과 가치관에 고뇌하다] [명작, 시대와 역사를 건너다]의 총 네 파트로 나누어서 정리되어 명작에 접근하는 다양한 관점과 그 방법을 알려준다. 제목만 봐도 어렴풋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는지 파악할 수 있지만 이 책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저자의 이력이 적힌 책날개를 분명히 봤지만 어떤 경험을 하면 이렇게 글을 잘 쓸 수 있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신문사에서 몸을 담으면서 여러 권의 책을 냈던 것으로 볼 때 여러 습작이 그의 스승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볼 따름이다. 하지만 그의 문체나 은근히 풍겨오는 섬세함을 따라하고자 한다면 많은 좌절감을 느끼리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어쨌든 이런 명작들을 설명해주는 다른 책도 봤지만 이만큼의 섬세함과 어려움을 동시에 느껴본 적은 없었다고 자신한다. 그만큼 깊이가 있는 작품이라고 하겠다. 가장 인상이 깊었던 부분은 가장 처음에 등장한 [명작, 또 다른 명작을 낳다]였다. 가장 인상이 깊었던 부분은 가장 처음에 등장한 [명작, 또 다른 명작을 낳다]였다.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라고 느낄 수도 있었을 만큼 만만치 않게 느껴졌던 것은 그 부분에 등장했던 소설과 영화는 거의 본 적이 없었던 것들이기 때문이었다. 오정희의 소설 <중국인 거리>와 정재은 감독의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는 인천이라는 공간적 배경과 소녀들의 성장기를 담은 것으로 같이 묶어서 생각해보기도 하고, 마이클 커니햄의 소설 <디 아워스>의 동명영화 <디 아워스>와 버지니아 울프의 <댈리웨어 부인>을 통해 쉽사리 이해할 수 없는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 세계를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은 이 책 덕분이다. 다양한 텍스트와 영상을 변주해 새로운 방법의 책 읽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정말로 축복 받은 기분이다. 이래서 우리에겐 명작을 읽을 권리가 있는 것인가 싶다. 다양한 책 읽기를 알려 준 이 책이 참 고맙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