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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밥상 이야기 - 거친 밥과 슴슴한 나물이 주는 행복
윤혜신 지음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인간의 몸을 이롭게 하는 것이 착한 밥상일 텐데, 난 착한 밥상을 좋아한다. 거친 밥과 슴슴한 나물이 주를 이루는 밥상이야기를 윤혜신 씨가 책으로 펴냈다. 시골에서 <미당>이란 밥집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윤혜신 씨는 40년 동안 도시 생활하면서 마음 놓고 살지 못했던 지난 날들을 보상이라도 받겠다는 듯이, 그렇게나 알차게,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특히나 그녀의 외할머니 이야기를 듣노라면 내게는 없었던 외할머니와의 추억이 생겨나는 듯도 하고, 내가 어렸을 적 방문했던 외할머니댁에서의 기억들도 새삼스레 모락모락 생각난다. 내 외가는 내가 살고 있는 곳보다 오히려 더 큰 도시여서, 내겐 소, 돼지, 염소, 닭, 개, 고양이 등의 동물들과 조우하지도 못했었고, 여러 농작물 사이에서 얻는 기쁨도 느끼지 못했지만, 우리가 내려갈 때마다 해주시던 강정만큼은 잊지 못한다. 외가가 도시로 이사만 가지 않았더라면 우리에겐 좋은 경험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씀하시던 엄마를 보면 엄마가 어렸을 적 즐겼던 그런 푸르런 들판과 온갖 동물들과의 경험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일 년에 두 번 방학 때마다 이, 삼일 정도의 아주 짧은 체류 기간동안 경험했던 외가 생활은 낯설고, 어색하고, 무섭기만 한 특이한 경험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특별히 볼거리가 없어서 만화책만 잔뜩 빌려서 보기만 하다가 온 것이나, 억센 경상도 사투리로 말씀하시는 친지들이 무서워서 주춤했던 기억들이었다. 아~ 나도 시골에 외가가 있어서 한 달동안 시골의 기쁨을 맘껏 누렸던 윤혜신 씨 같은 경험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의도하지 않아도 저절로 외할머니의 행동을 따라할 수도 있었을 텐데~
윤혜신 씨는 밥집을 하기 전에 평범한 가정 주부였는데, 시어머니에게 본격적으로 요리 수업을 받은 것을 제외하면 별로 특별히 배운 것은 없다고 하니까, 아마 요리는 그에게 천성인가 보다. 천성적으로 요리를 하는 사람을 보면 정말 부러운 마음이 앞서는데 그 이유는 내가 그런 요리에 손도 못 대는 탓이 클거다. 아무리 입맛이 토속적이면 뭐하나, 내가 그 음식을 만들어낼 줄 모르는데~ 내가 만들어낼 줄 모르면 순전히 사먹어야 할 터인데, 그것을 어떻게 감당하나 말이다. 내가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다. 내가 먹고 싶은 토속 음식을 내 스스로 자급자족을 하기 위해서. 그런데 이 책은 일반 요리책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수필집으로 보는 것이 더 좋을 듯 싶다. 아무래도 요리를 못하는 나로서는 일반 요리책보다는 이렇게 읽을거리가 풍부하고 감성을 일깨워주는 요리책이, 요리하는데 두려움을 줄여주고 마음 편히 요리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 같기는 하다. 특히나 그녀는 육식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데, 그럼으로써 얻어지는 이익을 이야기해준다. 양념이 많이 들어가지 않게, 재료의 고유한 맛을 살려서 요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다보니, 자연히 후각이 발달하게 되어 회접시에 나오는 표백제나 항생제 냄새도 아주 민감하게 맡을 수 있다고 한단다. 정말 대단하다~ 회에 그런 문제가 있었는지는 잘은 몰랐는데, 음식이란 정말 민감하게 점검해야 하는 거로구나 하고 다시금 생각했다. 요즘은 육식을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영양소를 공급받을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났다. 장이 긴 인간으로서는 육식보다는 채식을 해야 한다는 해부학적인 근거를 대지 않고서도 사실 채식이 마음 편하긴 하다. 우리 집에는 육식을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서 일주일에 한번은 꼭 먹게 되는데, 그 횟수를 조금 줄이고 다양한 채식의 맛을 즐기면 좋겠다.
그녀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신기한 점은 할아버지의 짜게 드시는 식성 이야기였다. 나도 짜게 먹는 것을 좋아해서 나름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그녀의 할아버지는 조선간장이라고 부르는 국간장만을 모든 음식을 넣어드셨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쓰는 왜간장은 절대 못 쓰게 하고, 오로지 국간장만 썼다는데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성인병이 하나도 없이 평생을 사시다가 어느 날 정신을 잃어 이, 삼일 만에 돌아가셨다고 했다. 그야말로 노환으로 인해 호상이었다. 그렇게 잘 죽는 게 소원인 나로서는 정말 솔깃한 이야기다. 밥, 국, 찌게, 나물, 고기, 심지어 과일에다가도 국간장을 쳐서 드시곤 여름엔 그냥 국간장만 입에 넣곤 맛있다~ 하셨던 분이라니까 정말 솔깃하다. 나도 짜게 먹는 대신에 소금이나 맛소금은 제외하고 오로지 된장과 국간장으로만 간을 내면 병을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식이요법을 한다고 모든 음식을 싱겁게 먹는데 정말 죽을 맛이다~ 먹는 걸 좋아하고 먹기 위해 사는 나로선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 우리 집 식탁에서 벌어지고 있다. 더 이상 꾸물거리지 말고 이 방법을 접수했야겠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그의 이야기는 많이 있는데 반해, 반할 만큼 멋진 그의 요리법은 거의 없다는 거다. 각각의 이야기가 끝나는 곳에 한 두개의 요리법이 딸려나오는데 그렇게하면 요리법이 필요할 때 찾아보는 것이 불편해질 듯 하여 불만이다. 그리고 그 양이 너무 적다. 또한 앞서 나온 이야기에서 한 번 언급된 요리들의 방법이 나오는 것도 아니니, 연관성이 떨어지는 내용으로 엮이기도 했다. 물론 하나같이 그 요리법이 참신하긴 했지만 그래도... 아쉽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데, 나물을 좋아하는 나는 먹기만 할 줄 알지, 나물을 구별할 줄 모른다. 봄에 나물을 뜯어놓고 한 해동안 내내 먹어야 한다고 중요한 정보를 말해주더니만, 산나물을 구별하는 법이라든가, 모양새를 알려주지 않아서 좀 아쉬웠다. 사진은 있으나 사진에 설명이 붙어있질 않으니, 그것을 어찌 파악하느냐 말이다. 아이구~ 이 책은 나물 고수들만 보아야 하는 걸까나. 이래저래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을 아련하게 하는 감동을 주는 이야기를 알게 된 것은 너무나 고맙고 감사하다. 진짜 음식다운 음식을 찾고자 한다면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