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갱 : 원시를 향한 순수한 열망 마로니에북스 Art Book 15
가브리엘레 크레팔디 지음, 하지은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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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갱이라는 화가는 유명하지만 내겐 고흐라는 화가를 떼어놓고는 별로 할 말이 없는 화가이다. 이국적인 미를 추구해서 타히티와 같은 원주민들이 사는 섬에 들어가 그림을 그렸다는 것 말고는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도 나왔듯이 서머셋 모옴의 <달과 6펜스>에 나오는 화가가 고갱을 비유한 것이라고 하니 얼추 고갱에 대한 이미지는 그려졌다. 그 소설의 뒤에 나오는 해설에서 그런 내용을 얼핏 본 듯도 싶었는데, 그 소설을 본 지가 거의 6년이 넘은 상태라 바로 연결을 못 시켰다. 그 소설을 읽은 당시에는 고갱이라는 화가의 광적인 재능과 인생에 호감은 일었지만 그에 대해서 더 알아보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었나 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고갱이라는 화가도 고흐만큼이나 비운의 화가였던 것을 새롭게 알았다. 그래도 고갱은 강인한 자아상을 가지고 있었기에 고흐만큼이나 비참하지는 않았을런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생전에 인정을 받지 못하고 항상 빈곤하게 살았던 것은 너무나 안타까웠다. 생전에 자신의 그림을 모두 모아 경매를 했지만 49점의 그림 중에 단 10점밖에 팔리지 않았다고 하니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 게다가 그 당시엔 1백 프랑에 팔렸단다. 그런 그의 그림이 지금에와서는 판화는 2~3천 달러에서 출발하여 최고 6천 달러(단쇄판화 <앉아서 등을 보이는 누드의 타히티 여인>)까지 팔리기도 하고, 조각과 드로잉은 훨씬 높아 <타히타인>은 거의 1백만 달러에 육박하기도 하였단다. 회화는 더 비싸서 <백합 사이에>는 1천만 달러에 거래되었다고 하니 이 얼마나 통탄할 일인지~ 그 많은 돈은 누구에게로 흘러가는지 몰라도 이것의 가치는 고갱에게라거나 하다못해 결별한 아내나 자녀들, 그와 동거한 많은 여인들에게 돌아가야 하지 않은가 말이다.

 

마로니에북스에서 나온 'Art Book' 시리즈는 한 화가에 대해 설명해줄 때 그가 영향받은 화가와 영향 준 화가, 그 당시의 시대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기 때문에 유추하기가 아주 쉬웠다. 특히 영향을 주거나 받은 화가들의 그림도 같이 실어놓아서 쉽게 이해하게 되었다. 고갱이 브르타뉴에서 짧게 체류하면서 결성한 모임이 바로 '퐁타방 화파'인데, 인상주의의 주역이었던 고갱이 점차 종합주의와 클루아조니슴이라는 새로운 길에 들어서는 모양새를 볼 수 있다. 그 중에서 내 마음에 쏙 드는 그림을 꼽으면 두 가지가 있는데, 한 사람은 야콥 메이어 드 한으로 고갱의 제자이면서 후원자이었던 사람이다. 그는 정물화를 잘 그렸는데 내 마음에 쏙 든다. 또 다른 그림은 페르디낭 뒤 퓌고도의 <등 아래 브르타뉴 소녀들>로 등불에 비쳐 투명하게 보이는 레이스 보네트의 표현이 아주 사실적이다. 그러나 사진으로 찍으니까 그런 투명함이 생생하게 나타나지 않아서 야콥 메이어 드 한의 정물화만 소개한다.

 

게다가 고갱이 조각까지 했다는 것을 알고 정말 신기했다. 모양이 너무 유려하고 멋지기 때문에 내 가슴이 설렐 정도였기 때문이다. 회화에도 정통하면서도 조각까지 잘 하다니 정말 다재다능한 인물이다 싶다. 사실 베트탱 증권거래소에서 근무하면서 소일거리 삼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던 그이기에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확실히 알았을 것 같다. 누구나 가지 않은 길에 대해서 아쉬워하지만 그것을 돌이켜 다른 길로 가는 사람이라면 확고한 결단력이 없어서는 안될 테니까 말이다. 이런 고갱의 단호한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런 성품을 지니지 못했던 고흐가 참으로 안쓰럽게 느껴진다. 또한 고갱은 인물화만 그린 것이 아니라 정물화도 가끔 그렸었는데 별로 자신이 있지는 않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성심성의껏 임했단다. 그의 성실한 태도를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그의 인물화보다는 그의 정물화가 더 마음이 끌렸다. 그의 인물화 중에서는 자화상이 제일 좋고 그 다음에는 거의 유일한 타히티의 젊은이의 그림이다. 내가 남자의 모습을 더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타히티에서 쓸쓸하게 죽었다지만 아마도 그는 그것이 최고의 행복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정형화된 모습을 버리고 이국적인 곳에서 원시적인 아름다움을 사랑했고, 그것들과 함께 살다가 죽어간 것이 그에게는 평안이었는지도~~ 처음 그의 모습을 본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인 색상과 소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그의 그림이 있었기에 상징주의의 문을 열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전에 인정을 받지 못했던 것은 너무 안타깝지만, 아마도 인정을 받지 못했기에 그의 그림에 원시성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볼만 하다. 평안과 안주함에서는 절대 이국적이고 원시적인 아름다움이 살아 숨쉬기엔 어딘가 부족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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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은 과학이다 -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7단계 전략
파멜라 퍼킨스 지음, 윤재원 엮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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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은 과학이다!!

 

의사소통의 과정에 대해서 평범하게 생각한다면 과학에 가깝다기보다는 사회성에 관련된 일이라고 생각하기가 쉽다. 그래서 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면 과학적으로 접근해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그저 뭔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못하는구나~하고 쉽게 포기해버리기가 일쑤다. 나도 그랬었다. 왠지 일적으로 만난 사람들과 일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괜찮은데, 사람과 사람으로써 일반적인 안부나 근황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침묵이 불편하게 느껴질 정도로 어색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물론 모든 사람과 그런 것은 아니였지만 말이다. 내가 따르는 사람은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는데, 나와 성향이 다른 사람과는 항상 트러블이 생겼다. 그런 상황에서 내게 필요한 것은~~~~~~~? 바로 스피드!! 라고 말할 정도로 그저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고, 잠자코 가만히 있는 것을 상책으로 여겼었다. 그런데 이제보니 나는 과학적으로 접근하지 않아서,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연습이 부족해서 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목차서부터 아주 체계가 잡혀있다. 먼저 자아 커뮤니케이션에서부터 시작하여 비언어적, 대인, 소집단 & 조직, 공공, 대중,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으로 총 7단계로 나뉘어져 있다. 이 순서부터가 상당히 논리적이다.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스스로에게 주지시키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는데 다른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당키나 하냔 말이다. 자아를 먼저 이해한 다음에 다른 사람, 좀 더 큰 집단, 점차적으로 다른 한 문화까지 이해할 수가 있는 것이다. 한 단계마다 <중간 제목>이 있고, <실례>를 들어 내게 한 번쯤 있었던 일을 다시 기억하게 해주고, <팁>을 하나씩 따로 빼두어서 읽어갈 때 핵심을 빨리 파악하게 해두고, <응용하기> 문제를 들어주어서 읽어가면서 그 때 그 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실습하게 해주었다.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한 단계마다 둔 <커뮤니케이션 코칭>이었는데, 실제로 사람들이 겪을법한 상황을 만들어두고 조언을 부탁하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런 질문만 봐도 "맞아, 맞아~ 이런 사람 있어~" 하면서 맞장구를 칠 수가 있을 정도로 피부에 와닿는 상황을 제시해준다. 정말 그 질문을 읽으면서 옛날의 내 모습이 생각나서 뜨끔하기도 하고, 이럴 땐 이렇게 행동하면 되는구나~하고 많이 깨닫고 가기도 했다.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이 되는 자아 커뮤니케이션이다. 일단 집에서 잠을 깰 때 어떤 생각을 하고 일어나는지에 따라 그 날 하루의 일과가 행복할 수도, 짜증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만약 "앗~ 지각이닷~!"하고 깨어나면 하루가 정신없고 신경질이 나고 불필요하게 열을 내게 되지만, 일어날 때 지각이여도 긍정적으로 털고 시작하면 자기 스스로에게 끼쳤던 부정적인 에너지가 떨어져 나간다는 것이다. 실은 내게도 그렇게 살았던 시기가 있었다. 바로 중 3때!! 그 땐 종합학원을 졸라서 갔던 것 때문에 완전히 피곤했었다. 원래 강한 체력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던 내겐 저녁 8시까지 학원에 앉아 있는 그 자체가 너무 피곤해서 집에 와 머리만 대면 잠이 쏟아졌고, 눈만 뜨면 다음날 아침일 정도로 하루가 무척이나 짧았다. 그러니 눈만 뜨면 "또 지겨운 하루가 시작되는구나~"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번 생긴 부정적인 에너지는 또다른 부정적인 에너지를 끌어오기 때문에 하루 종일 즐거운 일은 별로 일어나지 않게 된다는 논리이다. 정말 중 3때를 생각하면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힘들게 산 것말고는 기억이 없다. 물론 부정적인 생각 때문에 그때 겪었던 모든 힘든 일이 벌어진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부정적인 생각이 일조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아침 일찍 나가는 생활이 아니다 보니까 중 3때보다는 상당히 편한데 가끔 일이 생겨서 아침에 나갈 일이 연달아 발생할 때도 있다. 특히 저번 주, 이번 주 계속 아침에 일이 있어서 상당히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는데, 과거보다는 한결 성숙했는지 일어나면서 신경질을 내거나 지루한 하루의 시작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일어난다. 그것부터가 그날 하루의 질을 결정짓는 가장 첫 단추가 아닐까. 이렇게 첫 단추를 잘 꿰어서 대인관계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될 때까지 쭈~욱 연습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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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나이 50 - 쉰 살을 기쁨으로 맞이하는 50가지 방법
마르깃 쇤베르거 지음, 윤미원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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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딱 30이다.(으허허~ 이제 낯 많이 두꺼워졌네~ 나이도 막 밝히구~~) 서른이라는 말에, 혹은 쉰이라는 말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싶진 않지만, 이렇게 딱 떨어지는 나이들(스물, 서른, 마흔, 쉰 등등)이 여러 상품으로 포장되어 나오는 때라 호기심에 솔깃해서 나이에 상관없이 봤다. 서른과 쉰은 상당히 다른 주변 여건을 가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서른에도, 쉰에도 적용할 수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 나열되어 있다. 내가 책을 볼 땐 먼저 저자 소개를 살펴보는데, 마르깃 쇤베르거란 저자는 상당히 독특한 사람이었다. 일단 그녀가 낸 다른 책들을 살펴보면, 독특하고도 틀을 깨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너무 신선했다. [쉰 살이 된다고요?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상사 나쁜 놈이야. 네 상사도 그래?], [적보다 더 필요가 없는 동료를 가진 자 : 사무실에서 살아남는 방법], [남자는 왜?], [상사에 대한 어휘집] 등등 그녀만의 특유의 유머와 재치가 돋보이는 책이 소개되어 있어 이 책에 대한 기대감도 더 높아졌음은 물론이다. 어디 태생인지는 나오지 않았는데, 독어를 번역하신 윤미원 씨가 소개되고, 글의 내용 중에 뮌헨에서 살았단 이야기로 미루어보아 독일 사람이란 생각을 굳게 갖고 읽어내려갔다. 독일은 왠지 그런 유머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 독일에서 시작되었던 '바우하우스'란 예술 사조가 박해로 인해 미국에서 꽃피웠던 것만도 보더라도 - 내 편견이 깨져 너무 기뻤다.

 

그러나 톡톡 튈 것만 같았던 이야기가 어찌보면 식상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뻔한 것도 몇 가지 있어서 조금 실망이었다. 쉰 살의 생일은 앞으로 모든 것을 스스로 할 수 있게끔 준비를 갖추고, 회사 명함이 아닌 오로지 자신의 이름 석자만 박힌 명함으로 살아나갈 준비를 하는 날이다. (p. 28) 와 같이 신선한 것도 있지만, 현재를 만끽하지 않고 지나간 과거의 기억과 추억에만 연연해하는 것처럼 안타까운 일은 없다. (p. 133) 처럼 너무나 중요해서 당연한 이야기도 있어, 이 책에 대한 내 평가는 반반이다. 사람이 마음의 문을 열고 잘 경청할 때는 잔소리도 주옥같은 경구가 되겠지만, 아무리 좋은 성인들의 말도 마음의 문이 닫힐 때는 한낱 잔소리가 될 뿐인 것이다. 그래서 아쉽게도 톡톡 튀는 다른 책들의 제목을 보고 기대했던 그녀의 책이 내 마음에는 와닿진 못한 것 같은 생각이다.

 

그런데 정말 마음에 드는 이야기도 있다. 배려와 관용을 말하는 부분!! 어쩜, 이건 내 이야기를 고대로 옮겨놓았지? 하고 생각될 만큼 내 어린 시절, 다른 사람의 다른 의견에 대해 인정해주지 못했던 부끄러운 기억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쉰 살이 된 지금은 그런 오만과 편견을 모두 내려놓고 다른 사람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주자고 주장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서른에 벌써 그렇게 해야겠다고 또 한번 다짐을 해보았다. 오만하고 독선적이었던 과거의 잘못은 이제 모두 흘려버리고 앞으로 새롭게 나아가야 하지 않겠어? 사실 요즘 우울했다.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 없다는 이 나이대에 오면 한 번씩 잠기는 자괴감에 빠져 나를 학대하고 있었는데, 그리고 얼굴도 예쁘지 않다는, 피부도 완전 맛이 가버렸다는, 군살이 흉하게 덕지덕지 붙어버렸다는, 온갖 종류의 부족한 점이 눈에 띄는 시기가 되어 스스로를 포기하던 차였는데, 우연찮게도 나랑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이 책이 나를 위로해주었다. 흐~음, 그러니까 이 책은 쉰 살의 여성이 읽어도 도움이 되겠지만, 오히려 자괴감에 빠진 서른 살의 여성이 읽어서 "난 그래도 쉰 살 때보단 시간이 있잖아?" 하는 위안을 얻는 용도로도 상당히 유용할 듯 싶다. 저자는 이런 용도로 사용하는 독자를 예상하진 못했겠지만 말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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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심다 - 박원순이 당신께 드리는 희망과 나눔
박원순 외 지음 / 알마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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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변호사라고 하는 분을 내가 처음 알게 된 것은 그의 책 중 [내 목은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 덕분이었다. 역사적으로 인류의 양심을 시험했던 10가지 재판을 소개하면서 그 당시에는 죄인으로 처형을 당했을지라도 후대에서는 '역사의 법정'에서 부활해 성인이나 영웅으로 추대받는 '역전의 드라마'가 있음을 똑똑히 보여주었다. 제목에서 풍겨나오는 여유와 달관의 유머도 그렇고, 성실하고 진지한 책의 내용도 그렇고 한 순간에 박원순 저자에게 뽕~ 가버렸다. 그러나 그에 대한 이력으로 알고 있었던 것은 단지 변호사일 뿐. 그가 시민운동가라든가 인권변호사라든가 참여연대 사무처장이라든가 하는 더 굵직굵직한 명함은 전혀 기억에 남지 않았고, 그저 역사에 관심이 많고 술술 읽히는 글재주가 있는 변호사라고만 알고 있었다. 제목에 이끌려 그 책을 뽑아들지 않았다면 아마도 지금까지도 그의 이름을 모르고 지나갔을 게 뻔하지만. 그런데 [내 목은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란 책은 빌려서 본 책이라 꼭 사야지~하고 마음을 먹고서 또 그가 쓴 다른 책이 있으면 다 사야겠단 다짐을 하고서도 네이버책에 그의 책을 검색해보는 수고조차 하지 않고서 몇 년이 흘러버렸다. 그리고선 만난 책이 바로 요 책이다. [희망을 심다]!! 지승호 님의 인터뷰를 책으로 옮긴 것인데, 그의 이제까지의 인생을 총망라해주는, 그리고 나 같은 사회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는 책이었다. 우와~ 단순히 역사를 좋아하고 글만 잘 쓰는 분이 아니셨구나~~~~!!

 

"일하다 과로사하는 게 꿈입니다"라고 소박하게 말씀하시는 박 변호사님은 행동가이시다. 자신이 아니면 정리할 수 없는 것도 많고 그것을 위해 조사해두고 스크랩해 둔 자료도 한가득이시지만 지금 당장은 실천이 필요하기 때문에 책을 많이 못 쓰고 움직이신다는 분이셨다. 경남 창녕에서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나 고시원에서 쪽잠을 자며 합격한 서울대에서 입학한 지 몇 달만에 시위에 참가했다고 4개월 징역살이를 해 무지하게 책을 많이 읽어대었고, 풀려나서는 서울대에 재적당해 혼자서 고시공부를 해서 검사가 되고, 단국대에 들어가 역사공부도 좀 하다가, 적성에 안 맞아서 검사직을 일 년만에 그만두고, 변호사로 7년간 일하다가 굵직한 인권 사건이 연달아 계속 터져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다가 영국과 미국에서 각각 1년씩 유학하고 돌아와 참여연대를 세우고, 아름다운재단을 세우고, 아름다운가게도 세우고, 이제는 희망제작소에서 일을 하고 있는 무지하게 열정적인 활동가이시다. 박정희 대통령 때, 전두환 대통령 때, 노태우 대통령 때 살아오고 보았던 것이 그 분의 삶을 결정지은 것이다. 시위에는 참가해도 별 생각이 없을 수도 있었는데, 감옥에 가서 본 책들, 만난 사람들이 박 변호사님을 그렇게 이끈 것이니까!! 박 변호사님께 가장 많이 영향을 준 사람이 [전태일 평전]을 쓰신 조영래 변호사님이시라는데 역시~~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박 변호사님에게도 열정과 끈기와 의지가 있었겠지만 주변의 상황과 인물들이 한 사람의 거목을 만든 것이다. 만약 조영래 변호사님이 안 계셨다면 지금의 박 변호사님은 없을지도 모르니까~~ 어쨌거나 많은 인권 변호사들이 들고 일어나서 우리 사회의 치부에 메스를 들이대고 세상 사람들에게 까발리어 아주 조금이지만 서서히 인권이라는 것을 쟁취해나가셨다. 그 대표적인 사건이 부천서성고문사건, 박종철고문치사사건 등이라고 한다. 나는 어릴 때라 기억에도 없는 사건이지만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열정 덕분에 고문과 성희롱에 대한 의식이 생길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책을 읽다보니 박 변호사님은 책을 무척이나 많이 내셨더랬다. 그렇게도 시간이 없으시다면서 정말 대단한 열정이라고 생각된다. [저작권법 연구], [국가보안법연구 1, 2, 3], [역사를 바로 세워야 민족이 산다], [아직도 심판은 끝나지 않았다], [NGO, 시민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 [박원순변호사의 일본시민사회 기행], [한국의 시민운동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성공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습관 나눔], [역사가 이들을 무죄로 하리라], [세상은 꿈꾸는 사람들의 것이다], [야만시대의 기록 1, 2, 3], [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힘 프리윌], [마을에서 희망을 만나다]가 있는데 우와~ 이거 다 보려면 무지 열심히 살아야 겠단 생각이 든다. 솔직히 난 활동가이기보단 사색가이나 공상가이기 때문에 그의 행적이 상당히 부담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생각을 미치도록 하다보면 움직이지 않을까 싶다. 오래도록 한 가지를 생각하면 그것이 이루어진 기적을 경험했던지라 아마도 나도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오래도록 생각하면 움직이는 기적을 체험하지 않을까. 일단 그의 책을 먼저 보고 시작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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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게 길을 묻다 - 희망 더 아름다운 삶을 찾는 당신을 위한 생태적 자기경영법
김용규 지음 / 비아북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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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으로 환해보이는 책이라, 내심 책표지만 봐도 솔깃했었다. 그저 아무런 생각도 없이 이건 내 거다~ 라는 마음으로 읽은 이 책은 알고보니 인생 경영 철학에 대해서 말하는 책이었다. '경영'이라는 말이 단순히 기업에게만 해당되지 않는 것쯤이야 <경영사상가 50인>을 통해서 대충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은 아예 인생을 다시 경영하자는 모토를 가지고 글을 풀어내었다. 이 책을 쓴 저자는 금융회사와 이동통신 회사에서 인사와 경영전략을 담당하다가 외환 위기 직후에 회사에서 만들어준 벤처 기업에서 CEO의 자리를 꿰차고 7년간 쉬지 않고 사장의 자리에서 조직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을 지고 살았던 자신의 참 모습을 찾자는 인생 경영에서 실패한 사람이었다. 그러다 더 이상 갈곳이 없어진 그는 사장 자리를 박차고 나와 숲으로 들어갔다. 온갖 나무와 풀들이 공존하며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찾아가 성장해가는 숲을 보고서 자신도 그렇게 자신의 모습을 되살리는 인생을 경영하자는 생각으로 <행복숲 공동체>를 만들기까지에 이른다. 그랬던 그의 숲 인생 경영 철학이 녹아나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감격적이게도 이 책이 김용규 저자의 첫 책이라니까 앞으로도 그의 성장을 찬찬히 바라볼 수 있겠다 싶다.

 

사실 이런 인생론을 나름으로 풀어내는 사람들을 보면, 괜히 부럽고 신기하고 그렇다. 그들은 어떻게 살아왔길래 이런 글을 풀어낼 수가 있는 건지, 진짜 신기하다. 특히나 그의 글 중간 중간에 인용된 다채로운 책을 보면 정말 난 명함도 못 내밀겠다 싶어 기가 죽는다. 책을 보면 숲이라는 생태학적인 관점에서 인생을 이야기하는데, 그의 통찰력에 감탄했다. 숲에서는 영역 싸움도 있을 것이고, 탄생과 죽음도 있을 것이고, 살아남기 위한 자신만의 전략도 있을 것이고... 꼭 인간의 삶처럼 그런 투쟁들이 숲에도 있을 거란 것을 왜 난 몰랐을까. 아파트 단지 사이로 보는 잘 조성된 공원만 보아왔고,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푯말이 꽂혀있는 잔디밭만 걸어왔고, 동네에 개발하다가 남겨둔 야트막한 동산만 올랐던 탓에 아마도 그런 '숲'이라고 하는 생태학적인 공동체를 구경한 적이 없어서 일런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숲이라는 치유의 품으로 들어갔던 안식의 경험이 있었기에 그처럼 깨달음을 얻을 수가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총 4막 22장으로 구성된 책은 삶의 과정을 고스란히 따른다. [1막 태어나다 - 선택할 수 없는 삶], [2막 성장하다 - 내 모양을 만드는 삶], [3막 나로서 살다 - 나를 실현하는 삶], [4막 돌아가다 - 다시 태어나는 삶]으로 숲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것, 배울 수 있는 것에 대해 들려준다. 살면서 나와 내 위치에 대한 어느 정도 자각이 있었을 때부터 좀 더 윤택한 환경에서 태어났으면~ 좀 더 좋은 가문에서 태어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었다. 이 물음은 비단 나뿐만 아니라 누구나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아니 어릴 때라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텐데, 근본적이고도 원초적인 그런 비교/열등 의식을 저자는 이렇게 풀어버렸다. 생명을 가지고 있는 누구나 선택할 수 없는 것이 바로 '탄생하는 것'이다. 어떤 자리에서 태어나도 불평하는 나무는 없다. 바위 틈바구니에서 씨앗을 틔우면 그런대로, 햇빛을 따라 몸을 비틀대로 비트면서도 살아내고야 마는 그런 나무를 보며 단지 나무에게 입이 없기 때문에 불평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자연 그대로, 물 흐르듯이, 유기적으로 하나되어 살아가는 숲의 생명체들을 보면 남을 이기고 넘어뜨리고 자신을 세우려하는 인간의 투쟁이 하잘것없는 것이라는, 순리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진리를 깨닫게 된다. 그러면 나도 그런 자신의 본연의 힘을 찾고, 공동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도 있을 것도 같다. 물론 처음엔 고생 좀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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