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나이 50 - 쉰 살을 기쁨으로 맞이하는 50가지 방법
마르깃 쇤베르거 지음, 윤미원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내 나이 딱 30이다.(으허허~ 이제 낯 많이 두꺼워졌네~ 나이도 막 밝히구~~) 서른이라는 말에, 혹은 쉰이라는 말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싶진 않지만, 이렇게 딱 떨어지는 나이들(스물, 서른, 마흔, 쉰 등등)이 여러 상품으로 포장되어 나오는 때라 호기심에 솔깃해서 나이에 상관없이 봤다. 서른과 쉰은 상당히 다른 주변 여건을 가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서른에도, 쉰에도 적용할 수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 나열되어 있다. 내가 책을 볼 땐 먼저 저자 소개를 살펴보는데, 마르깃 쇤베르거란 저자는 상당히 독특한 사람이었다. 일단 그녀가 낸 다른 책들을 살펴보면, 독특하고도 틀을 깨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너무 신선했다. [쉰 살이 된다고요?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상사 나쁜 놈이야. 네 상사도 그래?], [적보다 더 필요가 없는 동료를 가진 자 : 사무실에서 살아남는 방법], [남자는 왜?], [상사에 대한 어휘집] 등등 그녀만의 특유의 유머와 재치가 돋보이는 책이 소개되어 있어 이 책에 대한 기대감도 더 높아졌음은 물론이다. 어디 태생인지는 나오지 않았는데, 독어를 번역하신 윤미원 씨가 소개되고, 글의 내용 중에 뮌헨에서 살았단 이야기로 미루어보아 독일 사람이란 생각을 굳게 갖고 읽어내려갔다. 독일은 왠지 그런 유머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 독일에서 시작되었던 '바우하우스'란 예술 사조가 박해로 인해 미국에서 꽃피웠던 것만도 보더라도 - 내 편견이 깨져 너무 기뻤다.

 

그러나 톡톡 튈 것만 같았던 이야기가 어찌보면 식상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뻔한 것도 몇 가지 있어서 조금 실망이었다. 쉰 살의 생일은 앞으로 모든 것을 스스로 할 수 있게끔 준비를 갖추고, 회사 명함이 아닌 오로지 자신의 이름 석자만 박힌 명함으로 살아나갈 준비를 하는 날이다. (p. 28) 와 같이 신선한 것도 있지만, 현재를 만끽하지 않고 지나간 과거의 기억과 추억에만 연연해하는 것처럼 안타까운 일은 없다. (p. 133) 처럼 너무나 중요해서 당연한 이야기도 있어, 이 책에 대한 내 평가는 반반이다. 사람이 마음의 문을 열고 잘 경청할 때는 잔소리도 주옥같은 경구가 되겠지만, 아무리 좋은 성인들의 말도 마음의 문이 닫힐 때는 한낱 잔소리가 될 뿐인 것이다. 그래서 아쉽게도 톡톡 튀는 다른 책들의 제목을 보고 기대했던 그녀의 책이 내 마음에는 와닿진 못한 것 같은 생각이다.

 

그런데 정말 마음에 드는 이야기도 있다. 배려와 관용을 말하는 부분!! 어쩜, 이건 내 이야기를 고대로 옮겨놓았지? 하고 생각될 만큼 내 어린 시절, 다른 사람의 다른 의견에 대해 인정해주지 못했던 부끄러운 기억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쉰 살이 된 지금은 그런 오만과 편견을 모두 내려놓고 다른 사람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주자고 주장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서른에 벌써 그렇게 해야겠다고 또 한번 다짐을 해보았다. 오만하고 독선적이었던 과거의 잘못은 이제 모두 흘려버리고 앞으로 새롭게 나아가야 하지 않겠어? 사실 요즘 우울했다.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 없다는 이 나이대에 오면 한 번씩 잠기는 자괴감에 빠져 나를 학대하고 있었는데, 그리고 얼굴도 예쁘지 않다는, 피부도 완전 맛이 가버렸다는, 군살이 흉하게 덕지덕지 붙어버렸다는, 온갖 종류의 부족한 점이 눈에 띄는 시기가 되어 스스로를 포기하던 차였는데, 우연찮게도 나랑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이 책이 나를 위로해주었다. 흐~음, 그러니까 이 책은 쉰 살의 여성이 읽어도 도움이 되겠지만, 오히려 자괴감에 빠진 서른 살의 여성이 읽어서 "난 그래도 쉰 살 때보단 시간이 있잖아?" 하는 위안을 얻는 용도로도 상당히 유용할 듯 싶다. 저자는 이런 용도로 사용하는 독자를 예상하진 못했겠지만 말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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