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울퉁불퉁하다 - 한국인을 위한 국제정치경제 교과서
김성해.이동우 지음 / 민음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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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평평하다>라는 저작을 남긴 토마스 프리드먼을 뛰어넘기 위한 한국인을 위한 국제정치경제 교과서 격인 이 책은 정말 새롭고 놀랍다. 우리가 이제껏 어떤 경제 규칙을 바탕으로 열심히 뛰었었는지, 그것이 한국인의 경제 모델과 얼마만큼의 차이가 나는지를 새롭게 조명해준 이 책은 놀라운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맞아 IMF의 권고를 착실하게 이행해서 정리해고제, 비정규직, 주5일 근무제 등을 받아들여 사회의 여러 모습을 바꾸어버렸는데, 사실은 그것이 올바른 방향이 아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안 기분이 어떠하겠는가. 믿었던 놈에게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 바로 이러할까. 우리나라의 가정경제가 소득의 30%를 저축하고, 국가 재정도 흑자를 기록하고 있었던 때에 터진 외환위기는 우리가 따랐던 일본형 경제모델이 잘못된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니라 달러가 유입된 곳이라면 당연히 터질 수 있는 시한 폭탄이었던 것을 우리가 몰랐던 것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1997년 9월 타이에 이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가 넘어가고, 러시아도 넘어졌고, 브라질도 한 번 더 넘어갔고, 2001년에는 터키가 무너졌고, 2002년에는 IMF의 우등생으로 알려졌던 아르헨티나가 한 번 더 혼란에 휩싸였다. 한 번만 넘어간 나라는 모르겠지만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가 한 번 더 넘어간 것을 본다면 그들의 경제 모델이 문제있었던 것이 아니라 외환위기는 달러의 유입과 환투기 세력, 국제통화 체제의 구조적 모순과 약소국의 좌충우돌이 빚어낸 결과라는 것이다. IMF가 바라는 대로 자본의 자유화를 했지만 결과적으로 국내 굵직한 기업들이 외국 자본에 넘어가기만 하고, 구조조정으로 안정감있게 일을 했던 많은 근로자들이 정리해고를 당했으며, 한 번 직장이 영원한 직장인 줄 알았던 세계가 바뀌어 무한 경쟁 시대로 도래해 많은 청년 실업이 양산되고, 젊은이들은 결혼을 안 하거나 늦게 하거나 해도 아이는 갖지 않게 된 것도 모두 IMF의 권고 때문이라고 하면 너무 비약일까. 아니다, 절대 비약은.
 
그렇다면 우리가 신처럼 모시고 있었던 IMF는 과연 어떤 방식대로 돌아갈까. IMF는 달러 중심의 국제 통화 체제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감시, 감독하는 권한을 위임받은 국제기구다. 따라서 IMF의 주요 기능에는 국제통화 협력을 촉진하고, 재정 상황을 안정시키며, 국제무역을 촉진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다 1970년대 이후에 재정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국가들에게 기술적 지원 및 긴급 융자 제공 등으로 확대되었고, IBRD(나중에는 어감상의 이유로 '세계은행'으로 이름을 바꾼다)는 IMF의 보조 역할을 담당하며 전쟁 피해 복구 자금을 제공하거나 장기 개발 융자의 제공을 맡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절대 중립적이지 않다. UN본부는 미국의 뉴욕에 있고, IMF와 세계은행의 본부는 미국의 워싱턴에 있다. 그것도 미국 재무부와 아주 인접한 곳에 위치해 있다. 이 사실은 아주 많은 것을 시사하는데 만약 뉴욕에서 국제회의가 있을 경우 미국이 원치 않는 국가의 손님들은 뉴욕 공항을 통과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IMF의 주요 결정은 공식적으로 24개국에서 선임된 집행이사회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구제금융 승인과 같은 주요 안건의 경우는 85퍼센트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하면 안 된다. 더욱이 이 기구의 투표권은 출자한 금액에 비례하니, 완전히 경제 논리에 따른다. 어디에 민주주의가 존재한단 말인가. 당연히 예상할 수 있듯이 미국의 투표권은 약 17퍼센트 수준이며, 일본은 6퍼센트,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이 모두 합쳐 약 15퍼센트를 가지고 있으니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그 어떤 결정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니 미국 손에서 모든 것이 좌지우지된다는 말과 같지 않은가. 그러니까 IMF의 권고는 곧 미국의 권고일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은 동남아와 남미 국가들에 대해서 자본 시장의 개방을 하라고 그렇게나 압력을 주었었는데, 외환 위기로 말미암아(IMF의 권고로) 아주 쉽게 미국이 원했던 것을 이룰 수 있었다. 게다가 IMF는 자신의 일이 당연히 옳은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 연구팀을 만들어두는데 그 연구 방향이 IMF의 뜻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지적인 설득 과정을 거쳐서 개발도상국들이 IMF의 권고를 자연히 따르게 만드는 것이다. 정치학에서 이러한 권력을 '타인의 선호도를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함으로써 행사되는 권력', 즉 '3차원적 권력'이라고 한다.
 
아시아에서 이런 미국의 권력 횡포를 그냥 보아넘기지는 않았다. 아시아 위기가 발발한 직후부터,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총리와 일본 재무부 차관 사카키바라 에이스케와 같은 이들은 IMF가 처방한 구조조정과 긴축 재정 정책에 오류가 있다고 주장했다. 먼저 아시아의 경우는 남미 국가들과는 달리 정부의 재정 적자가 거의 없었고, 높은 저축률과 안정적인 수준의 국제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아시아의 위기는 국제 투기 자본에 의해 촉발된 금융공황이기 때문에 아시아 경제모델을 근본적으로 수술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그들의 주장은 미국과 IMF뿐만 아니라 서방 언론과 미국 출신 경제학자들에게 효과적으로 봉쇄된다.
 
이때 일본이 나서서 1997년 9월 10일, 300억 달러를 출연하면서 아시아 통화 기금(AMF)을 제안했다. 중국과 한국도 적극적으로 동조를 했지만 미국의 발빠른 대응으로 그만 무산되어 버리고 만다. 전략적으로 다른 부분에서 허용해주는 미국의 조건으로 그냥 넘어가버리고 만 것!! 그래서 우리가 외환위기 때 미국의 승인 아래에서 일본에게서 차관을 받을 수 있었다. 미국이 자신을 제외하고 아시아만의 통화기금이나 단일 통화를 만들어버리면 달러를 찍어낼 때 생기는 세뇨리지 효과를 그만큼 누리지 못하기 때문에 자기 밥그릇을 그렇게나 열심히 챙긴 것이다. 아직까지 아시아 통화 기금은 만들지 못했지만 그래도 앞으로 한, 중, 일이 모두 눈 앞의 위기를 주시하면서 똘똘 뭉친다면 헤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 계속되는 독도 문제나 국사교과서 왜곡 문제, 동북공정 등으로 인한 감정 문제를 벗어나 이젠 우리도 우리 밥그릇을 잘 챙겨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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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쉽게 읽는 지식총서 3
요하임 가르츠 지음, 윤진희 옮김 / 혜원출판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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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라고 하는 학문은 왜 생겨났는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정말~ 다른 학문은 그 학문의 목적이 아주 뚜렷한데, 철학이라고 하는 학문은 무엇을 연구하는지조차 모호하기 때문에, 여러 학자마다 연구하는 방향이 정말 산만 그 자체이다. 그럼에도 내가 철학의 매력에 빠져 헤어나오지를 못하는 건 아마도 철학의 모호함이 복잡다단한 인생을 그만큼 잘 포용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내 나름대로 답을 내려보았다. 바로 그렇기에 형체가 딱 잡히지도 않으면서도 인간이 살아숨쉬기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는 않은 건지.... 지루함을 싫어하는 인간들의 취향을 맞추기 위해, 아니 자신이 지루함을 싫어하는 인간이기에 사방팔방 다양한 관점을 세상에 들이대어 어떻게는 설명해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참으로 가상하지 않은가. 완벽하게 인간이 살고 있는 세계를 설명할 수 있는 학설은 없기에 끊임없이 고군분투해서 만들어야 할 테지만 그런 노력만으로도 이미 반은 성공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과정이 모이고 모여 인간이 살아가는데 도움을 줄 테니까.

또 한 권의 철학책을 읽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굵직굵직한 42명의 철학자를 총망라한 책이지만 판본도 아담하고 분량도 192페이지밖에 안되는 아주 깔끔하고 귀여운 책이다. 혜원출판사에서 '쉽게 읽는 지식총서' 시리즈로 나온 책인데 정말 한 눈에 보기 쉽게 구성되어 있고 수록된 사진도 많았다. 요즘 사람들의 취향을 반영했음을 딱 느낄 수 있을 만큼 예뻐서 다른 시리즈도 가지고 싶어질 정도이다. 물론 철학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면 이 책 한 권만으로는 택도 없겠지만 철학의 전반적인 틀을 머릿속에 집어넣기에는 완전히 딱이다. 특히 나는 버스에서 책을 매일 보는데 무게가 많이 나가거나 쉽게 구겨지거나 크거나 하는 책들은 보기 힘들기에 이 책처럼 아담한 사이즈는 완전 강추이다.

책의 구성은 이렇다. 고대, 중세, 근대, 현대에 유행했던 철학 사조들을 간략하게 설명을 해준 다음엔, 그 시대별로 중요한 사람들을 뽑아서 그들에 대해서만 삶의 발자취와 그들의 저작들을 알려주는 식이다. 그래서 '서구 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밀레투스의 탈레스에서부터 '냉소적 이성비판'을 제시한 페터 슬로터디예크까지 총 마흔두 분이 나온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연대기순으로 나온 철학책을 보다보면 서양사를 안 기억하려해도 기억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하나의 학문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학문이 발생했던 그 시기의 다양한 사건과 사조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테니까~ 그래서 '쉽게 읽는 지식총서'시리즈에서 나온 <세계사>도 이 책을 지은 요하임 가르츠가 쓰는 게 당연하다 싶다. 이번에도 그리스 로마 시대를 거쳐 중세와 르네상스, 종교개혁, 과학혁명 시기를 만들었거나 그 사건에 영향을 받은 철학 사조가 많이 등장했다. 예를 들면 17세기의 중요한 철학자 중 한 명인 스피노자가 프랑스 계몽주의, 독일의 고전주의 작가들, 그리고 고전주의 철학에 영향을 주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는 실체를 물질이 아니라 하나의 무한한 존재로 보고, 유대교와 기독교의 초월적인 신과 달리 하나의 신적인 실체를 믿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무신론자는 아니었지만 무신론자로 낙인 찍혀 마르크스와 레닌주의 철학의 이전 역사라는 명예도 차지하게 된다.

내가 우연히 다른 곳에서 알게 된 유명하고도, 내 마음에 흡족한 인물이 여기에 나와서 좀 놀랬다. 원래 내가 가지고 있는 빈한한 철학 지식으로는 현대의 철학자들을 다 포용하지 못한다. 사실은 거의 모른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냉소적 이성 비판>을 펴낸 페터 슬로터디예크처럼 이 책을 보며 처음 알게 된 사람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카를 라이문트 포퍼(Karl Raimund Popper)라는 인물이 소개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칼 포퍼(Karl Popper)라고만 알고 있었기에 처음엔 긴가민가했었는데 그의 저작인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이 소개되어서 그인 줄 알 수 있었다. 그는 자연과학 연구를 위한 바탕으로 귀납법의 원칙을 경험주의적인 근거로 해명해줄 수 없기에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그 대신 반증원칙을 선택했다. 반증원칙이란 이론에 대한 모든 시험은 그 이론에서 도출된 예측을 반증하려는 시도에서 나온다는 원칙이다. 그러니까 어떤 이론이 반증을 위한 출발점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있을수록 그 이론은 더욱 풍부해진다고 볼 수 있다. 내가 세상을 파악하는 방식과 많이 흡사하기에 이 사람의 의견이 좋다. 아마도 내게 가르쳐준 선생님의 영향도 무시할 순 없겠지만 말이다.

철학책은 보면 볼수록 더 모르겠는 것 투성이다. 그래도 정말 오리무중인 그 철학 속으로 빠지고 있으면 왜 그리 마음이 편안한지... 철학이 어렵거나 철학책을 많이 안 본 사람도 일단 크기나 분량면에서부터 만족할 테니 꼭 봤으면 좋겠다. 철학을 좋아하는 사람은 두말하면 잔소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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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 : 현대 미술의 혁명 마로니에북스 Art Book 13
마틸데 바티스티니 지음, 박나래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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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파블로 피카소'는 난해한 그림을 그리는 미술가이다. 워낙 내가 미술에 무지한 사람이다 보니 이런 서슴없는 평가를 내려 위대한 화가의 이름에 먹칠하게 되더라도, 그래서 마음이 상하는 사람들이 있더라도, 용서하길 바란다. 뭘 모르고 그러는 거니까. 그런데 이 책을 보니까 그가 왜 '현대 미술의 혁명'을 일으켰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보기 전까지 그에 대한 책을 읽은 게 하나도 없었기에 그가 왜 희한하게 생긴, 그림 같지도 않은 그림을 그려서 그렇게 위대한 칭송을 받는지 의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피카소만 그런 '입체주의'파를 - 이렇게 정의되는 것을 싫어했지만 - 고수했던 것이 아니라 그 외에 브라크, 글레이즈, 로랑생, 그리스, 들로네, 레제, 피카비아, 뒤샹 등의 수많은 화가들이 그런 화풍을 따라갔기 때문에 '입체주의'라는 고전주의를 배격하는 하나의 화풍이 형성될 수 있었던 것이었다. 만약 피카소가 시대를 너무 앞서 가서 자신만의 예술을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고 영향을 받은 화가가 없었다면 그가 20세기에 누렸던 영향력은 - 그가 그것에 신경이나 썼었는지도 모르겠지만 - 상당히 적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미술세계도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하고 쓸쓸하게 살다 갔을지도 모른다. 아마 고흐처럼.

 

이 책을 다 읽은 지금에도 그의 그림이 별로 아름답게 보이지는 않지만, 그가 보여주었던 구상과 그의 영향을 받았던 분야가 그림, 도자기, 삽화, 음악, 책까지라는 어마어마한 하나의 흐름을 주도했다는 것을 알고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어려서부터 발휘된 그림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p. 12의 열한 번째 줄) - 비록 그 재능을 내가 본 것은 아니여도 - 을 가지고 있어서, 자신의 그림 속에 예술을 가지고 노는 듯한, 혹은 예술을 즐기는 자유와 용기를 불어넣을 수 있었다고. 그래서 그런 패러디 안에서 발견되는 그의 재기 넘치는 풍자가 그의 그림들을 특색있는 명화로 인식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피카소가 추구했던 것은 그림에 대한 기법이나 아름다움이라기 보단 그 속에 숨어있는 사상이나 풍자기법이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 책을 쓴 저자도 그의 그림엔 청색 시기에서 장미빛 시기를 지나 입체주의로 진행해가면서 미학적인 요소가 없다고 했으니 말이다.

 

피카소가 주도한 '입체주의'파에서 '입체주의'라는 용어에 고착화되는 것을 경계했다고는 하지만, 그 화풍을 표방하는 사람은 앞서 이야기했듯이 많았다. 처음 '입체주의'라고 명명한 사람은 마티스였다. 1908년 브라크의 그림을 본 후 그 말을 했다고 하는데, 내가 몰랐다면 피카소의 그림이라고 생각했을 만큼 피카소의 그림과 흡사하다. 세잔의 영향을 받았던 브라크와 피카소는 공간적 차원의 파괴를 위해 원근법적 척도를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렸다. 그 유명한 <아비뇽의 처녀들>이란 그림이 바로 그런 식이니 충분히 상상이 갈 것이다. 처음에 그 그림을 봤을 때는 대충 그린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만약 내가 이것을 그린다면, 순전히 내 머릿속의 생각으로 그린다면 이런 파격적인 그림은 나오지 못할 것 같다. 無에서 有를 창조한 것이기에 피카소가 위대한 줄 이제야 알겠다. 특히나 그 그림을 그리기 위해 809점 가량의 습작을 했다고 하니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를 위해 그리고 그렸을 그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내가 처음에 생각했던 '대충 찍찍 그리면 되는데...' 란 생각이 싹 사라지는 순간이다. 형체가 없는 것을 추구하니만큼 내가 좋아할 만한 그림은 전혀 없을 법도 한데, 유독 <볼라르의 초상>은 내 눈을 끈다. 가까이에서 보면 한 눈에 들어오지 않은 얼굴이 멀리서 보면 확연히 들어오는데, 어쩜 저렇게 몇 가지 선으로 사람 얼굴을 만들어놓을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그러다가도 다시 고전주의 화풍으로 변하기도 해서 대중과 비평가들을 당황시키기도 했다는데, 하나의 진부한 양식으로 변해가는 입체주의에서의 창조적 혁신을 꾀한 것이라고 하니 피카소가 확실히 비범하기는 한 것 같다. 아무나 그렇게 양식을 깨지는 못할 테니 말이다. 피키소는 회화 말고도 도자기, 조각에도 창조적 영감을 발휘했다고 하는데 학창시절 미술교과서에 자주 실렸던 <황소의 머리>를 여기서 봐서 참 반가웠다. 그래도 그에겐 회화가 딱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입체주의 풍의 회화말고도 내가 좋아하는 그림이 있기 때문에... 바로 <올가의 초상>인데, 완전 아름답지 않은가. 그 외에도 그 유명한 <게르니카>를 그려 스페인 내전에 반대하기도 했고 한국전쟁의 반전운동에 참가한 적도 있을 정도로 철저한 평화주의자였다.



세상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고, 항상 끊임없이 변화와 발전을 추구하려고 했던 파블로 피카소는 세계에 한 획을 그은 위대한 화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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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뜬 거울
최학 지음 / 문예사조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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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란 무얼까.

시를 좋아한다고,

감정이 철철 흘러넘치는 시보다는

끓는 감정을 식히고 식혀서 더 이상 그 감정이 누군가에게 해가 되지 않을 정도가 된

절제된 시를 좋아한다고 말은 하지마는 도통 시가 무언지는 알지 못하는 시맹(詩盲)인 나로서는 시를... 그 알지도 못하는 시에 대해...

겁도 없이 시평을 쓰겠다고 나선 나도 참으로 간댕이가 부은 놈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할 말이 있다는데에...

 

나는야, 원래 상상력이라곤 눈꼽만치도 없는 놈이여서 그런지

아무리 읽어도 잡히지 않는 시, 그려지지 않는 싫어한다. 내가 원래 형이하학적인 인간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서도...

그래서 최학 시인의 모든 시가 다 좋았던 것은 아니였다. 읽어도 씹어도 도통 이해가 안 가는 시도 있었으니까~

다만 내가 좋아할 만한 감정의 절제를 추구한 시와 평범한 우리네 일상을 새롭게, 그리고 낯설게 보여준 시가 있어

그것에 대해서만 소개를 해보련다.

 

<호숫가에서>

 

하늘에 빌던 손 / 다 놓아 두고 // 남은 고독마저 / 버리고 / 바람으로 남아 //

풀벌레 소리 / 적막을 깨우면 // 호수에 뜬 별 / 가슴에 담는다. (p. 65)

 

정말 잔잔한 호숫가가 그려지지 않는가. 단단하고도 매끄러운 무언가가 만져지는 것처럼 아주 맘에 든다. 특히 2연에서 '남은 고독마저 / 버리고 / 바람으로 남'는다니 이 어찌 인간으로서 바라마지 않을 수 있겠는지...

저 밑바닥 모든 것을 버린 후에도 남아 있는 고독마저 버려두고 자신은 바람으로 남았다니,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린,

속세를 버린 득도의 삶을 깨달은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지... 멋지다~~

내가 바로 이런 사람이 되고픈데, 내가 아는 한 저런 멋진 놈이 되지 못하기에, 항상 이렇게 시로만 만나고 행복해할 뿐이다. 

 

<성냥의 자서自敍>

 

좁은 밀실 / 질서의 표본처럼 / 말없는 말하며 / 가지런히 누워 있다 //

휴화산 같은 / 유황 한 덩이 심장에 품고 / 죽은 듯 살아있는 불의 씨앗 /

출전 앞둔 병사처럼 / 마찰의 순간 기다린다 //

한 삽의 부토가 / 뿌리에 밑거름 되듯 / 산허리 벙커 속 전사되어 / 혼신의 불꽃 간직하고 산다. (p. 67) 

 

제목을 읽지 않고 읽어도 왠지 연상되는 시는 항상 내게 미소를 안겨준다. 씨-익^-^

아이들용이라는 동시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데 나는 그런 동시가 훨씬 더 끌린다. 간단하면서도 그 안에 진리를 머금고 있는...

성냥이 사라진지 오래인 요즘 떠올리기엔, 가물가물하지만 한동안 난 모양도 이쁘고 쓰임도 독특한 성냥을 모았었다.

\아! 진짜 이뻤는데~ 내가 아빨 닮아 여기 찔끔 저기 찔끔 잡동사니를 주섬주섬 모으는 게 취미였었는데....

동전, 우표, 전화카드, 조그만 완구류, 스티커, 단추, 리본.... 아마 모두 모으면 제법 되었을 텐데 지금은 어디로 갔는지 오리무중이다.

성냥도 그 중 하나였었는데 그 성냥을 보고 있으면 맘이 안정되니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나만의 공간, 나만의 수집품이었다는 만족감이 들어서일까. 성냥을 전사로 묘사한 것은 그다지 내 취향은 아니지만 저런 류의 시를 좋아하는지라... 성냥이 갑자기 그리워진다.

어딘가 떨어져있을 성냥이나 주워모아 봐야겠다.

 

그런데 가만히 읊조리고 있노라면 그림이 그려지는 시도 있었다. 내게 그림 솜씨가 있었다면 여백에 그림이라도 그려볼까 싶을 만큼

선연하게 연상되는 시가 멋졌는데... 그게 <빈 집>(p. 42)이었다.

 

<빈 집>

 

임자 없는 사립문 / 검게 물든 문설주 / 장독대의 봉선화, 민들레는 / 외로움이 싫어 풀숲에 숨고 //

주인을 기다리다 지친 / 토방의 신발은 / 온 몸이 부르트고 / 툇마루에 늙은 뒤주는 / 입 다문 채 말을 잃었다. //

비바람 쌓여 / 투박해진 마당에 / 고양이가 / 빈 하늘만 낚고 //

날마다 어둠이 내려도 / 주인은 돌아오지 않고 / 방에는 빛바랜 체취만이 / 빈집을 지키고 있다.

 

한 번만 봐도 쓸쓸함이 진하게 느껴지는 시이다... 내가 쓸쓸함, 고독을 좋아하는지 요런 게 마구 땡긴다~아우~

4연의 3행에 나온 '빛바랜 체취'는 정말 멋진 표현이다. 후각적인 심상에다가 시각적인 표현으로 쓸쓸함을 집어넣다니~~

그나저나 난 도대체 어떤 인간일까. 이 밝고 아름다운 계절의 여왕, 봄에, 오월에, 처연함이 묻어나는 시나 좋아하고 있다니...

으-음, 어쨌거나 멋진 건 멋진 거다. 아름답지 않은가. 이 차갑도록 시린 외로움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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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 - 당신의 미래는 오늘 무엇을 공부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시형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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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공부하라고 부르짖는 많은 자기계발서가 있는 줄 안다. 몇 권의 계발서를 좀 보았더니 이젠 뻔한 느낌이 들어 식상했는데 이 책은 다른 자기계발서랑 좀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되어 읽었다.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는 좀 살벌한 제목이라 이 어려운 때에 제대로 살아남지 못하고 있는 나를 뜨끔하게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정신과 전문의이자 뇌과학자이신 이시형 박사님이 쓰신 책이라고 해서 많은 기대가 들었다. 이 분은 실체가 없다고 여겨지던 '화병'을 세계적 정신의학 용어로 만든 정신의학계의 권위자이시기도 하고, 뇌과학과 정신의학을 활용한 성공 메시지를 전파한 분이시다. 
 
이시형 박사님은 공부를 하는 것은 어린 때, 학창 시절에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이미 지나간 일에 후회하면 뭐하나 하며 공부를 포기한 많은 직장인들에게 차분하게 설득하고 있다. 지금은 창조력이 중요한데 '창조력'은 일단 많은 것이 쌓아져야만 생겨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것을 아는 성인의 때에 오히려 더 많이 생겨날 수 있단다. 그러니까 나이 든 지금이 공부할 기회닷~~~!!! 특히 뇌과학적인 근거만 봐도 공부는 나이 들어 하는 것이 진정한 공부라면서 설득을 하는데 공부라면 진저리를 치는 것은 아니여도 게을러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내게 새로운 희망을 주었다.
참고로 이 책에서는 친절하게도 나이 들어 공부하는 게 더 잘되는 이유를 여섯 가지나 들어주신다. (p. 48~52)
 
1) 절실한 만큼 몰입이 쉽기 때문이다
2) 창의적인 공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3) 풍부한 경험이 공부의 요령을 찾아 주기 때문이다
4) 자기 진단이 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5) 물질적, 정서적으로 보다 많은 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6) 성취감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 말은 구구절절이 모두가 다 옳다. 내게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가 몰라서 그렇지 그것이 지금 하는 일에 직결이 된다면야 당연히 공부 안하고 배기겠나. 다만 내 문제는 하고 싶은 공부가 무엇인지, 어떤 공부를 해야 할지가 모른다는 것이다. 일단 영어로 잡아놓고 있긴 하지만, 당위성이 희박하다. 영어를 잘하고 싶은 목표가 어릴 적 못했던 것을 보상받고 싶다는 약간 허황된 것이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앞으로 내가 가야할 길에 꼭 장애물로 버틸 영어이기에 도전해보고 싶다.
 
어쨌든 어른일 때 하는 공부가 왜 더 쉬운지 알았다면 이제 공부하는 요령에 대해서 알아볼 차례이다. 모두 여덟 가지나 되는데 내가 마음에 들었던 것만 뽑아보았다.
 
2) 초고도 집중력을 기르는 일점 집중의 비법
; '버리는 것'에서 시작한다. / 집중의 대상이 단순 명쾌해야 한다. / 전체를 개관해야 한다.
3) 생각과 감정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순간 전환의 비법
; 명상으로 순간 전환의 기술(컴파트먼트)를 발휘한다. / 생각을 정리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감정을 정리하는 것이다.
5) 긴장과 이완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휴식의 비법
; 밤잠은 짧게, 그러나 6시간은 자되 낮잠을 자라. / 긴장과 이완을 적절히 아우르는 기술, 이것이 휴식법의 핵심이다.
6) 필요한 정보만 골라 담는 정보 습득의 기술 ; 책은 깨끗하게 보는 것이 아니다 / 생각을 여백에 적어둔다.
 
정말 맞는 말이다. 어떤 것은 이미 아는 것도 있었지만, 뇌의 그림까지 그려주면서 뇌과학적으로 설명해주는 모습에 설득당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 같다. 특히나 나이가 들면서 전체 지능이 높아진다는 말, 나이가 들면 오히려 공부를 더 잘할 수 있다는 말, 내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뇌는 일정 시간 동안 계속 해왔던 것에 대해서는 쉽게 익숙해진다니까 삼일만 꾹 참고 시도해봐야겠다. 공부,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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