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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ㅣ 쉽게 읽는 지식총서 3
요하임 가르츠 지음, 윤진희 옮김 / 혜원출판사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철학이라고 하는 학문은 왜 생겨났는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정말~ 다른 학문은 그 학문의 목적이 아주 뚜렷한데, 철학이라고 하는 학문은 무엇을 연구하는지조차 모호하기 때문에, 여러 학자마다 연구하는 방향이 정말 산만 그 자체이다. 그럼에도 내가 철학의 매력에 빠져 헤어나오지를 못하는 건 아마도 철학의 모호함이 복잡다단한 인생을 그만큼 잘 포용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내 나름대로 답을 내려보았다. 바로 그렇기에 형체가 딱 잡히지도 않으면서도 인간이 살아숨쉬기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는 않은 건지.... 지루함을 싫어하는 인간들의 취향을 맞추기 위해, 아니 자신이 지루함을 싫어하는 인간이기에 사방팔방 다양한 관점을 세상에 들이대어 어떻게는 설명해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참으로 가상하지 않은가. 완벽하게 인간이 살고 있는 세계를 설명할 수 있는 학설은 없기에 끊임없이 고군분투해서 만들어야 할 테지만 그런 노력만으로도 이미 반은 성공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과정이 모이고 모여 인간이 살아가는데 도움을 줄 테니까.
또 한 권의 철학책을 읽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굵직굵직한 42명의 철학자를 총망라한 책이지만 판본도 아담하고 분량도 192페이지밖에 안되는 아주 깔끔하고 귀여운 책이다. 혜원출판사에서 '쉽게 읽는 지식총서' 시리즈로 나온 책인데 정말 한 눈에 보기 쉽게 구성되어 있고 수록된 사진도 많았다. 요즘 사람들의 취향을 반영했음을 딱 느낄 수 있을 만큼 예뻐서 다른 시리즈도 가지고 싶어질 정도이다. 물론 철학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면 이 책 한 권만으로는 택도 없겠지만 철학의 전반적인 틀을 머릿속에 집어넣기에는 완전히 딱이다. 특히 나는 버스에서 책을 매일 보는데 무게가 많이 나가거나 쉽게 구겨지거나 크거나 하는 책들은 보기 힘들기에 이 책처럼 아담한 사이즈는 완전 강추이다.
책의 구성은 이렇다. 고대, 중세, 근대, 현대에 유행했던 철학 사조들을 간략하게 설명을 해준 다음엔, 그 시대별로 중요한 사람들을 뽑아서 그들에 대해서만 삶의 발자취와 그들의 저작들을 알려주는 식이다. 그래서 '서구 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밀레투스의 탈레스에서부터 '냉소적 이성비판'을 제시한 페터 슬로터디예크까지 총 마흔두 분이 나온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연대기순으로 나온 철학책을 보다보면 서양사를 안 기억하려해도 기억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하나의 학문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학문이 발생했던 그 시기의 다양한 사건과 사조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테니까~ 그래서 '쉽게 읽는 지식총서'시리즈에서 나온 <세계사>도 이 책을 지은 요하임 가르츠가 쓰는 게 당연하다 싶다. 이번에도 그리스 로마 시대를 거쳐 중세와 르네상스, 종교개혁, 과학혁명 시기를 만들었거나 그 사건에 영향을 받은 철학 사조가 많이 등장했다. 예를 들면 17세기의 중요한 철학자 중 한 명인 스피노자가 프랑스 계몽주의, 독일의 고전주의 작가들, 그리고 고전주의 철학에 영향을 주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는 실체를 물질이 아니라 하나의 무한한 존재로 보고, 유대교와 기독교의 초월적인 신과 달리 하나의 신적인 실체를 믿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무신론자는 아니었지만 무신론자로 낙인 찍혀 마르크스와 레닌주의 철학의 이전 역사라는 명예도 차지하게 된다.
내가 우연히 다른 곳에서 알게 된 유명하고도, 내 마음에 흡족한 인물이 여기에 나와서 좀 놀랬다. 원래 내가 가지고 있는 빈한한 철학 지식으로는 현대의 철학자들을 다 포용하지 못한다. 사실은 거의 모른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냉소적 이성 비판>을 펴낸 페터 슬로터디예크처럼 이 책을 보며 처음 알게 된 사람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카를 라이문트 포퍼(Karl Raimund Popper)라는 인물이 소개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칼 포퍼(Karl Popper)라고만 알고 있었기에 처음엔 긴가민가했었는데 그의 저작인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이 소개되어서 그인 줄 알 수 있었다. 그는 자연과학 연구를 위한 바탕으로 귀납법의 원칙을 경험주의적인 근거로 해명해줄 수 없기에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그 대신 반증원칙을 선택했다. 반증원칙이란 이론에 대한 모든 시험은 그 이론에서 도출된 예측을 반증하려는 시도에서 나온다는 원칙이다. 그러니까 어떤 이론이 반증을 위한 출발점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있을수록 그 이론은 더욱 풍부해진다고 볼 수 있다. 내가 세상을 파악하는 방식과 많이 흡사하기에 이 사람의 의견이 좋다. 아마도 내게 가르쳐준 선생님의 영향도 무시할 순 없겠지만 말이다.
철학책은 보면 볼수록 더 모르겠는 것 투성이다. 그래도 정말 오리무중인 그 철학 속으로 빠지고 있으면 왜 그리 마음이 편안한지... 철학이 어렵거나 철학책을 많이 안 본 사람도 일단 크기나 분량면에서부터 만족할 테니 꼭 봤으면 좋겠다. 철학을 좋아하는 사람은 두말하면 잔소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