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울퉁불퉁하다 - 한국인을 위한 국제정치경제 교과서
김성해.이동우 지음 / 민음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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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평평하다>라는 저작을 남긴 토마스 프리드먼을 뛰어넘기 위한 한국인을 위한 국제정치경제 교과서 격인 이 책은 정말 새롭고 놀랍다. 우리가 이제껏 어떤 경제 규칙을 바탕으로 열심히 뛰었었는지, 그것이 한국인의 경제 모델과 얼마만큼의 차이가 나는지를 새롭게 조명해준 이 책은 놀라운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맞아 IMF의 권고를 착실하게 이행해서 정리해고제, 비정규직, 주5일 근무제 등을 받아들여 사회의 여러 모습을 바꾸어버렸는데, 사실은 그것이 올바른 방향이 아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안 기분이 어떠하겠는가. 믿었던 놈에게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 바로 이러할까. 우리나라의 가정경제가 소득의 30%를 저축하고, 국가 재정도 흑자를 기록하고 있었던 때에 터진 외환위기는 우리가 따랐던 일본형 경제모델이 잘못된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니라 달러가 유입된 곳이라면 당연히 터질 수 있는 시한 폭탄이었던 것을 우리가 몰랐던 것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1997년 9월 타이에 이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가 넘어가고, 러시아도 넘어졌고, 브라질도 한 번 더 넘어갔고, 2001년에는 터키가 무너졌고, 2002년에는 IMF의 우등생으로 알려졌던 아르헨티나가 한 번 더 혼란에 휩싸였다. 한 번만 넘어간 나라는 모르겠지만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가 한 번 더 넘어간 것을 본다면 그들의 경제 모델이 문제있었던 것이 아니라 외환위기는 달러의 유입과 환투기 세력, 국제통화 체제의 구조적 모순과 약소국의 좌충우돌이 빚어낸 결과라는 것이다. IMF가 바라는 대로 자본의 자유화를 했지만 결과적으로 국내 굵직한 기업들이 외국 자본에 넘어가기만 하고, 구조조정으로 안정감있게 일을 했던 많은 근로자들이 정리해고를 당했으며, 한 번 직장이 영원한 직장인 줄 알았던 세계가 바뀌어 무한 경쟁 시대로 도래해 많은 청년 실업이 양산되고, 젊은이들은 결혼을 안 하거나 늦게 하거나 해도 아이는 갖지 않게 된 것도 모두 IMF의 권고 때문이라고 하면 너무 비약일까. 아니다, 절대 비약은.
 
그렇다면 우리가 신처럼 모시고 있었던 IMF는 과연 어떤 방식대로 돌아갈까. IMF는 달러 중심의 국제 통화 체제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감시, 감독하는 권한을 위임받은 국제기구다. 따라서 IMF의 주요 기능에는 국제통화 협력을 촉진하고, 재정 상황을 안정시키며, 국제무역을 촉진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다 1970년대 이후에 재정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국가들에게 기술적 지원 및 긴급 융자 제공 등으로 확대되었고, IBRD(나중에는 어감상의 이유로 '세계은행'으로 이름을 바꾼다)는 IMF의 보조 역할을 담당하며 전쟁 피해 복구 자금을 제공하거나 장기 개발 융자의 제공을 맡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절대 중립적이지 않다. UN본부는 미국의 뉴욕에 있고, IMF와 세계은행의 본부는 미국의 워싱턴에 있다. 그것도 미국 재무부와 아주 인접한 곳에 위치해 있다. 이 사실은 아주 많은 것을 시사하는데 만약 뉴욕에서 국제회의가 있을 경우 미국이 원치 않는 국가의 손님들은 뉴욕 공항을 통과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IMF의 주요 결정은 공식적으로 24개국에서 선임된 집행이사회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구제금융 승인과 같은 주요 안건의 경우는 85퍼센트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하면 안 된다. 더욱이 이 기구의 투표권은 출자한 금액에 비례하니, 완전히 경제 논리에 따른다. 어디에 민주주의가 존재한단 말인가. 당연히 예상할 수 있듯이 미국의 투표권은 약 17퍼센트 수준이며, 일본은 6퍼센트,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이 모두 합쳐 약 15퍼센트를 가지고 있으니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그 어떤 결정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니 미국 손에서 모든 것이 좌지우지된다는 말과 같지 않은가. 그러니까 IMF의 권고는 곧 미국의 권고일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은 동남아와 남미 국가들에 대해서 자본 시장의 개방을 하라고 그렇게나 압력을 주었었는데, 외환 위기로 말미암아(IMF의 권고로) 아주 쉽게 미국이 원했던 것을 이룰 수 있었다. 게다가 IMF는 자신의 일이 당연히 옳은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 연구팀을 만들어두는데 그 연구 방향이 IMF의 뜻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지적인 설득 과정을 거쳐서 개발도상국들이 IMF의 권고를 자연히 따르게 만드는 것이다. 정치학에서 이러한 권력을 '타인의 선호도를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함으로써 행사되는 권력', 즉 '3차원적 권력'이라고 한다.
 
아시아에서 이런 미국의 권력 횡포를 그냥 보아넘기지는 않았다. 아시아 위기가 발발한 직후부터,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총리와 일본 재무부 차관 사카키바라 에이스케와 같은 이들은 IMF가 처방한 구조조정과 긴축 재정 정책에 오류가 있다고 주장했다. 먼저 아시아의 경우는 남미 국가들과는 달리 정부의 재정 적자가 거의 없었고, 높은 저축률과 안정적인 수준의 국제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아시아의 위기는 국제 투기 자본에 의해 촉발된 금융공황이기 때문에 아시아 경제모델을 근본적으로 수술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그들의 주장은 미국과 IMF뿐만 아니라 서방 언론과 미국 출신 경제학자들에게 효과적으로 봉쇄된다.
 
이때 일본이 나서서 1997년 9월 10일, 300억 달러를 출연하면서 아시아 통화 기금(AMF)을 제안했다. 중국과 한국도 적극적으로 동조를 했지만 미국의 발빠른 대응으로 그만 무산되어 버리고 만다. 전략적으로 다른 부분에서 허용해주는 미국의 조건으로 그냥 넘어가버리고 만 것!! 그래서 우리가 외환위기 때 미국의 승인 아래에서 일본에게서 차관을 받을 수 있었다. 미국이 자신을 제외하고 아시아만의 통화기금이나 단일 통화를 만들어버리면 달러를 찍어낼 때 생기는 세뇨리지 효과를 그만큼 누리지 못하기 때문에 자기 밥그릇을 그렇게나 열심히 챙긴 것이다. 아직까지 아시아 통화 기금은 만들지 못했지만 그래도 앞으로 한, 중, 일이 모두 눈 앞의 위기를 주시하면서 똘똘 뭉친다면 헤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 계속되는 독도 문제나 국사교과서 왜곡 문제, 동북공정 등으로 인한 감정 문제를 벗어나 이젠 우리도 우리 밥그릇을 잘 챙겨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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