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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이야기 - 은밀하고 매력적인 나만의 시계바이블
정희경 지음 / 그책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언젠가 스와치 시계에서 나온 팜플렛을 보고는 갖고 싶어 가슴앓이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때가 언제였는지도, 어떤 경로로 팜플렛을 본 것인지는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것을 본 후부터 시계가 단순히 시간만 보는 기구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을 보니까 내가 봤던 시계는 중저가 브랜드 중에서도,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가죽 같은 재질이 아니라 말랑거리는 고무 같은 재질에 색감이 새로워서 어린 마음에 무척이나 예쁘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시계를 살 때는 무조건 스와치 것으로 고르고자 마음 먹었는데 스와치 그룹에서도 그런 식으로 다양한 소재를 사용해 색감을 다양하게 해서 남녀노소 누구나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어두었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그 브랜드가 단지 스와치만이 아니었다는 것이 참 놀라웠다. 스와치는 여러 브랜드가 더해진 스위스 시계를 아우르는 거대 기업이었기에 내가 본 그 브랜드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브랜드가 유명하고 대단하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이렇게 시계에 대해 알고 싶지만 찾아갈 길이 없어 헤매고 있는 시계 초심자나 매니아를 모두 이끌 수 있는 책이다.
총 네 부분으로 나누어져 설명되어 있는 이 책은 2007년부터 매년 스위스 제네바와 바젤에서 열리는 시계 페어를 취재해서 여러 잡지에 기고하는 시계 전문 기자인 정희경 씨의 작품이다. 시계는 원래 외국의 발명품이다 보니 시계 부품의 용어조차 한국어로 표기되지 않은 것이 많은 현 시점에서는 전문적인 시계 지식을 얻기 위한 통로가 아주 좁다. 외국에서는 다양하게 나오는 시계 전문 잡지조차 아직 번역되어 나오지 않아서 따로 전공으로 삼아 배우지 않고서는 일반인이 시계의 역사나 조립 과정을 알기 위한 방법은 전무한 실정인 것이다. 그런 차에 출간된 이 책은 시계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사람들이나 앞으로 전문 시계 수리공이 되고자 하는 사람 등 여러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첫 번째 부분에서는 [흥미진진한 시계 탐험을 시작하다]란 제목으로 시계가 어떻게 등장했고 점차 어떤 과정을 거쳐 발전되었는지의 역사적인 부분과 시계가 어떤 기능을 함께 가질 수 있고 그에 대한 보관법과 시계 박람회와 같은 여러 행사를 알려준다. 시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매일 태엽을 감아줘야 하는 방식은 기계식이고, 건전지와 전자회로를 이용한 시계는 전자 혹은 전기 시계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책에서 말하는 대다수의 시계는 기계식을 의미하는데 그도 수동식과 자동식으로 구별해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매일 손으로 태엽을 감아주어야 하는 것을 수동식 혹은 핸드 와인딩 무브먼트라고 하고, 이렇게 귀찮은 일을 기계적으로 스스로 해결하도록 한 방식을 자동식 혹은 셀프 와인딩 무브먼트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면 되겠다.
이 부분에서는 시계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봐야 할, 그리고 가장 좋아할 부분이라고 여겨진다. 시계의 방수 기능은 어떻게 처리한 것인지, 체인이나 벨트는 어떤 방식으로 붙이고 메인 플레이트에도 어떤 꾸미기 작업이 들어가는지 안다면 훨씬 더 그 가치를 소중히 여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두 번째 [역사와 전통과 함께 가다], 세 번째 [시계의 근대화에 앞장서다], 네 번째 [색다른 관점에서 시계를 보다]에 더 다양한고 아름다운 시계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것을 보기 위해서라도 앞부분을 꼼꼼히 정리해야 할 것이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기술이 제대로 뒷받침되어야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부분에서 지금 남아있는 역사와 전통이 있는 시계 회사가 나열되어 있는데 현재 스위스 시계 회사를 빼놓고는 시계를 제대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영향력이 막강하다. 시계 회사 중에서는 반 조립 상태의 무브먼트를 구입해서 자신들의 로고를 달고 파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무브먼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구상 및 제작, 조립 과정에 최소 3년 이상의 시간과 자본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와치 그룹의 에타가 반 조립 무브먼트를 폐지한다는 발표가 나온 이후 많은 시계 회사에서 부랴부랴 자체 무브먼트를 생산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할 정도로 그 영향력이 대단하다. 블랑팡, 자케 드로, 바쉐론 콘스탄틴, 브레게, 지라-페리고, 예거 르쿨트르, 파텍 필립, 아 랑게 운트 죄네, 글라슈테 오리지날, 율리스 나르덴, 피아제 등 쟁쟁한 시계 회사들의 소개가 나오고 그들의 굵직굵직한 작품들이 간단하게 소개된다. 하지만 이 많은 시계 회사들 중 한 곳도 아는 것이 없어 아쉬웠다.
그러나 이제는 명품으로 유명한 패션 브랜드에서도 시계 시장에 뛰어들어서 반 조립 무브먼트를 사든지 아니면 자체 생산을 해서 진지하게 시계 산업을 시작하는데 이들의 이름은 참 익숙해서 좋았다. 티파니나 샤넬, 에르메스, 디올, 루이 비통, 만년필로 유명한 몽블랑 등 유명 브랜드는 패션에 있어 시계가 빠질 수 없기에 뛰어든 회사이다. 하지만 충분히 진지하게 임해서 자사 무브먼트를 개발하고자 박차를 가하니 앞으로 기계식 시계 시장에 더 큰 활력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충분히 도전해볼 수 있는 분야이라 내심 기대가 된다. 기업을 하나 이끌 정도는 아닐지라도 디자인만 하거나 유명 브랜드 수리공이 되는 것부터 시작해서 충분히 손재주 있는 한국인이 재능을 펼칠 부분이 많이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