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박수용 지음 / 김영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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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부터 멸종에 직면한 시베리아호랑이의 응전, 생존을 향한 투쟁을 그의 놀라운 인내와 끈기로 7편의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박수용 씨는 세계 최초로 시베리아호랑이를 1,000시간 가까이 영상으로 기록한 사람이다. 지구상에는 다섯 종류의 호랑이가 살고 있는데, 시베리아호랑이, 벵골호랑이, 인도차이나호랑이, 수마트라호랑이, 남중국호랑이가 그것이다. 그중 유일하게 시베리아호랑이만 한대지방에서 서식한다. 이 시베리아호랑이의 명칭은 서구 영어권에서 붙인 이름이지만 실제로 시베리아에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옳은 명칭은 아니다. 러시아에서는 이 호랑이를 아무르호랑이라 부르는데, 실은 만주에 살면 만주호랑이로, 우수리에 살면 우수리호랑이로, 한반도에 살면 한국호랑이로 부르는 것이 맞다. 이 아무르호랑이가 왜 중요하냐면, 모든 호랑이가 전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해 있지만 적어도 열대지방에서 사는 호랑이는 10,000마리 가깝게 살고 있는 반면, 시베리아호랑이는 고작 350여 마리 정도만 남아있으니 우리가 막지 않는다면 시베리아호랑이의 멸종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무르호랑이는 열대 지방 호랑이보다 체구도 30퍼센트 이상 크며, 돌아다니는 영역도 벵골호랑이보다 100배나 넓 기에 완전히 다른 호랑이라 할 수 있다. 열대지방 호랑이는 인가로 내려와 400명 정도의 인명 피해를 낼 정도로 사람에 대한 조심성도 없지만 이 아무르호랑이는 인간에 대한 조심성이 높아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돌아다니는 존재이기에 그들의 멸종을 막는 노력이 다급한 실정이다. 이 책은 사라져가는 아무르호랑이의 존재를 기록하고 인간이 탐욕에 눈이 멀어 어떤 짓까지도 서슴치 않는지 확실히 알려주고 있다.

 

책을 다 읽고 먹먹해지는 마음에 안타까웠다. 새끼를 안전하게 키워낸 영리한 암호랑이 블러디 메리의 때 이른 죽음도, 호랑이가 서식하는 영역이 너무 멀어 근친교배를 할 수 밖에 없었던 블러디 메리의 딸 설백의 경우도, 그 설백의 자식이 먹이가 없어서 남매끼리 잡아먹히는 전쟁을 치렀을 때도 마음을 어디에다 둘 수 없었다. 인간이 만든 무인총이나 트랩에 걸려 죽음을 당하는 천지백의 안타까운 죽음도 어디에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 인간이 만든 것이라면 먼저 부수거나 피할 줄 아는 영리한 블러디 메리도 무인총에 대해서는 어쩌지 못했던 것이 정말 안타깝다. 천지백은 또 어떻고. 독립을 해서 제 새끼를 키워봐야 할 그 녀석은 낚싯줄에 목이 걸리고 덫에 발이 채여 고통스러워하며 죽어갔다. 천지백, 설백, 월백 이 세 남매가 블러디 메리가 세 번째 낳은 자식인데 월백과 설백을 제외하곤 살아남은 새끼가 이렇게 줄어드니 호랑이의 개체 수가 증가하는 것은 고사하고 현상 유지도 어려울 실정이다. 호랑이가 서식하는 곳도 너무나 떨어져 있어 개체 수가 증가해도 근친교배가 되면 야생성이 떨어지거나 뱃속에서 죽거나 생식력이 떨어져 결국 멸종이다. 동양인, 즉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들의 호랑이에 대한 수요로 엄청나게 많은 덫과 무인총이 설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중 중국인들의 수요가 빗발치는데 한 번은 박수용 씨에게 마피아가 호랑이 광고하는 데 사용하기 위해 호랑이 영상을 달라고 한 적이 있었을 정도로 호랑이 판매도 뒷거래로 하는 것이 아니라 공중파에서 버젓하게 행해지고 있다고 한다. 이러니 한국에는 이미 살지 못하는 이 아무르호랑이는 우수리에조차 살지 못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박수용 씨가 말하기를, 멸종 위기종을 인공부화시켜서 방사를 시키는 것도 문제가 아주 많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그가 쿠릴열도에서 만난 동물은 60년 동안 인간에게서 격리되었기에 인간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모르고 다가오기도 했다고 인간의 잔인성을 경험해보지 못한 동물이 얼마나 쉽게 목숨을 잃을 수 있는지 역설했다. 그래서 정말 살아있는 야생성을 가진 아무르호랑이가 존속되어 있어야 한다는 말을 했는데, 이는 어미호랑이가 인간의 무서움을 새끼들에게 제대로 교육시킬 수 있도록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블러디 메리와 같이 경험 많은 어미호랑이만이 새끼를 제대로 교육시킬 수 있는데 지금 월백, 설백을 제외하곤 우수리지역에 암호랑이가 없으니 걱정이다. 새끼를 데리고 있을 때는 발정을 하지 않아 새끼를 또 배려면 시간이 1년 정도 지나야 가능할 텐데, 이 지역에 포진된 무인총과 덫만 없어도 좋겠다. 또한 흉년이 들면 도토리가 많이 맺히지 않아 발굽 동물들이 생존을 못하고 그들이 없으면 호랑이들도 살기가 어렵다. 이런 부대적인 상황까지도 해결하기엔 벅찰 텐데 밀렵만이라도 막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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