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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홍의 사람공부 - 사람을 아는 것의 힘 ㅣ 정진홍의 사람공부 1
정진홍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10년 동안 500명의 사람을 만나 그들에 대해 공부해왔던 저자의 땀과 노력이 스며든 책이다. 인문학에 대해서는 제대로 아는 것이 없어 정진홍이란 사람을 처음 만나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만 죄다 모아 놓은 이 책이 그다지 대단해보이지는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어떻게 유학 한 번 안 갔다 오고 한국 땅에서 8년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를 지냈으며, 문민정부 초기에 청와대 비서실장 보좌관으로 2년간 일했고, KBS-TV <100인 토론>, SBS-Radio <정진홍의 SBS 전망대> 등 여러 방송국의 시사프로그램 사회자로도 활약했는지, 또 어떻게 중앙일보 논설위원으로 활약할 수 있었는지가 더 궁금한데 이 책엔 그런 이야기는 나오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사람 공부]란 책이 나라는 사람에게 나온 것보다는 정진홍이란 사람에게 나왔기에 바로 지금과 같은 생명력이 지닐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어쩌면 나도 여러 사람들을 만나보고 여러 권의 책을 읽어서 이렇게 대단한 사람에 대한 요약본과 같은 책을 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사지 않겠지. 그것은 마치 돈처럼 돈 자체가 힘이 있는 것이 아니라 누가 그 돈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그 영향력이 달라지는 것처럼, 이름 없는 누군가가 소일거리 삼아 쓴 책이 아니라 인문학에 대해서 소리 높일 수 있는 사람이 ‘사람을 공부해야 한다!’는 목적 아래에 철저하게 만들어진 책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의미가 깊다.
난 간혹 이렇게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전권에서 다 풀어놓은 다음, 마지막으로 낸 사람들에 대한 책들이나 다른 것을 설명하는 책을 읽곤 바로 그 책을 쓴 그 저자에 대해 호기심을 갖곤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저자에 대한 호기심이 그렇게 많이 생기진 않았다. 그것이 인문학에 대한 내 관심이 부족해서인지, 아니면 이 책이 그다지 재미있지 않아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이것이 솔직한 내 생각이다. 이 책은 총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그 분류법이 그다지 대단치는 않다. 정말 대단한 사람 60명을 모셔두고 짤막하게나마 그들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것으로 다 읽었으되 자신을 이기거나 그 상황을 이겨낸 사람들이 대단하나 그 구별이 그리 다르지는 않으니 말이다. 이들이 가리켜 보통 인간 승리라 부르지 않던가. 자신의 장애를 딛고 꿈을 이루거나 주변의 여건을 극복하고 꿈을 이룬 사람들! 그런 사람들 중에는 별로 본받고 싶지 않은 바버라 월터스 같은 인터뷰의 여왕도 있지만 전설과도 같은 축구선수 펠레나 성악가인 플라시도 도밍고,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 같은 인물도 있어 다양한 군상들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조금은 불만이 있다. 여기에 이름이 올린 사람들은 모두들 하나씩은 유명하고 나 같은 범인이 근접할 수조차 없는 사람들임에는 틀림없지만 앞서 말한 바버라 월터스와 같은 인물이 이 책의 범주에 들어간다는 사실은 조금 의외이다. 살인자이든 폭군이든 섹스 스캔들의 주인공이든 각계 각층의 다양한 인물들을 인터뷰했던 그녀는 한 인물의 인터뷰를 준비하는데 있어 몇 십년을 훌쩍 넘기는 치밀함을 보여준다. 또한 솔직함을 무기로 대중들이 알고 싶은 가장 민감한 수위의 질문을 마구 던지는 것도 그녀만의 차별화된 무기임을 인정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 자신이 도덕적이지 못했던 과거 불륜 사건이나 애인이었던 사람들을 발판으로 사용해 자신의 성공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는 것을 용서받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왜, 어째서, 이 세계가 한 가정을 망쳤던 사람을 용인하고 그들의 성공을 축하해주는 것일까? 어디 누군가에게서 가정을 망치면 상장이라도 준다고 꼬셨단 말인가?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치명적인 섹스 스캔들을 일으킨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당연히 문제가 있고, 그 대상이었던 모니카 르윈스키도 마땅히 비난을 받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당당히 불륜 관계를 인정했던 바버라 월터스도 그 솔직함은 신기하게 볼 순 있어도 그녀를 성공인으로, 혹은 자신을 뛰어넘은 사람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은가 한다. 왜 가정을 지키는 이름 없는 주부는 대단한 사람이 못되고, 남의 가정도 깨고 자신도 가정을 지킬 생각이 없는 성공에만 미친 사람의 이름은 대단한 사람으로 추앙을 받아야 한단 말인가. 이 책의 오점이 있다면 바로 이 사람, 바버라 월터스의 이름을 넣은 이것일 것이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