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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없다 - 당신이 속고 있는 가격의 비밀
윌리엄 파운드스톤 지음, 최정규.하승아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인간의 불합리성을 여지없이 폭로하고 있는 책이다. 특히나 누구에게나 이득이 될 경우에라도 사람들은 이득을 쫓는 방향이 아닌 그 이득을 포기하고서라도 추구하려는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런데 그렇게 추구하려는 무언가는 대단한 인격이나 인품에 관련되었다기 보다는 인간이라는 종이 합리성을 포기하고서 얻고자 하는 어떤 사소한 가치에 해당하는 것이기에 어찌 보면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그 선택을 관철시키는 행동을 보인다. 모든 것을 까놓고 다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도 그 선택을 고수하니, 인간의 선택에는 뿌리 깊이 박힌 불합리성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러한 사람들의 고집은 그들이 불합리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는 충분히 공정하고 옳다고 생각하면서 그런 불합리한 선택을 내린다는 것에 특히 주의할 만하다. 주변의 상황과 여건이 조금 달라지면 그 결과도 다양한 방향을 가리키기는 하지만 대부분 그들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간다.
이런 종류의 실험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최후통첩 게임이라고 불리는 것인데 심리학자 트버스키와 카너먼이 고안해낸 이 실험에서는 사람들이 공정하다고 받아들여지는 한계를 넘으면 제안자와 응답자 모두 손해를 보고, 즉 돈을 받지 못하고 끝나버린다. 먼저 무작위로 선택한 제안자가 자기가 가진 10달러 중에서 응답자에게 얼마의 액수를 제안하고 나머지를 자신이 가질 수 있는데 만약 제안자가 건넨 금액을 응답자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제안자, 응답자 모두 돈을 한 푼도 가지지 못하는 것이 이 게임의 규칙이다. 제안자 입장에서는 응답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최소한의 액수를 알아내야 할 것이고 응답자 입장에서는 제안자의 제안이 어느 선까지는 되어야 ‘공정’하다고 판단할지를 파악해내야 둘 다 승리할 수 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이 돈은 그냥 공짜로 주어지는 돈이기에 9달러를 받아도, 1달러를 받아도 둘 다 이득인 셈이다. 그렇게 따지면 사람들은 제안자가 어떤 금액을 제안하더라도 받아들여야 둘 다 승자가 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공돈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3달러를 받고 상대방은 7달러를 받는 상황이 불공정하다고 여겨 둘 다 받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 대다수의 사람들이 선택하는 결과이다. 심지어 상대방이 그렇게 불공정하게 할 것이라는 것을 파악하지 못하게 하더라도 결과는 비슷하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어떤 근거로 그런 판단을 내릴까?
사람들이 불합리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름 아니다. 공정하다고 여기는 마음. 나와 다른 사람이 공정하게 대가를 가져야 한다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또한 이 세계는 탐욕스럽고 그것으로 인해 멸망해간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은 지금에는, 아무래도 자신에게 손해되는 이 불합리성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책에는 심리학자들이 공식으로 만들어놓기도 전에 많은 기업들의 마케팅에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기법도 소개하고 있다. 사람들은 무의적으로 이미 설정해놓은 앵커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어떤 제품을 많이 팔고 싶으면 그와 비슷한 기능을 갖췄지만 더욱 비싼 제품을 옆에다 두면 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심리학자들이 확실한 실험을 거쳐 확고하게 자리잡은 이론이지만 그전부터 암암리에 기업에서는 쓰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사람들이 가격을 비교할 순 있지만 어떤 제품의 절대적인 가격을 설정할 수 없다는 것에 착안한다. 500달러 짜리 시계가 정확히 얼마의 원가가 들어있는지 알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이용해서 가격을 자유자재로 갖다 붙이는 기업들이 많다. 그렇기에 대형 할인마트에서 싸게 파는 것처럼 느껴지는 대용량 제품들은 오히려 작은 용량 제품보다 비쌀지도 모른다. 이는 레스토랑의 메뉴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가장 비싼 제품을 눈에 띄게 적어놓으면 다른 사람들은 그에 비해 덜 비싼 메뉴를 고르게 되고 그 가격은 그리 비싸지 않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이런 심리적인 효과로 인해 소비자들은 기업의 손에 놀아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있을까? 우리는 순간적으로 판단을 내리고 복잡하게 계산하는 것을 싫어한다. 이것을 싫어하는 이상, 이런 가격의 조정을 그대로 따라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서평은 동녘사이언스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제공 받아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