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유닛 - 생각뿐인 창조에서 벗어나는 13단계 혁신 기법
리 실버 외 지음, 안진이 옮김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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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젠 아이디어가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경영인들은 없을 정도로 숨겨진 아이디어 찾기 열풍은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우리 회사도 이 짓을 했는데 이 책을 다 읽을 때쯤에서야 우리 회사에서 이런 비슷한 일을 했던 것을 겨우 기억해냈다. 그래서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인의 마인드이란 것이다. 아무리 좋은 의견, 좋은 프로그램이 있어도 어떤 사람이 그것을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180° 달라지기 때문이다. 내가 했던 것은 무한 아이디어 클럽과 같은 창의력을 확장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고 그저 모든 사원들에게 일관되게 아이디어를 하나씩 제출하라는 강제적인 명령에 의한 것이었기에 하는 입장에서는 고역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도 그 중에는 그나마 쓸만한 의견도 몇 개 나와서 실제 활용하기도 했고 공개적으로 시상도 하긴 했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사원들의 동기 부여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뿐이다.

 

그 때 내가 머물고 있던 곳은 생산성이나 효율성을 강조할 수 있는 회사가 아니여서 이 책에 나온 것처럼 많은 경비의 절약이 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긴 했지만 고객과 맞대응하는 사원들의 머리에서 많은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사실만은 틀림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아이디어 공모가 조금 진행되었다가 사장되어 버린 까닭에는 사원들에게 충분히 보상이 따르지 않고 그것이 꾸준히 이루어질 것이라는 예상과 회사가 전폭적인 지원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영인 입장에서 주인정신을 가지고 일해주는 사원만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싶지만, 실상은 그렇게 되지 않은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그것이 월급만 받아가려는 사원은 당연하고 열정을 다하는 열성적인 사원들에게도 회사 분위기가 침체되어 있다면 아무리 애를 써도 주인정신을 가지기란 쉽지 않은 현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열성 사원이었던 내가 경험했던 바로는 하나의 부속물로 취급해버리는 경영인의 마인드를 봐버렸기 때문에 거의 사기를 꺾인 채로 회사를 다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푸념을 하는 것도 별로 옳지 않은 것이란 생각은 들지만 이 책을 보면서 느낀 것이 바로 이것이다. 무한 아이디어 클럽을 결성할 정도로 각각 사원들의 아이디어들이 무척이나 귀중하다는 느낌을 주는 경영인의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런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정말로 세심한 준비가 선행되어야 한다. 사기나 분위기는 말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세심한 경영인의 마음씀씀이야말로 잘 되는 회사와 안 되는 회사를 결정 짓는 유일한 차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4장에 보면, 시간만 잡아먹고 서로를 배려할 줄 모르는 회의에 지쳐버린 마케팅 부서의 수석 부사장 월리엄 손더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사원들이 제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회의에 참관하다가 울화통이 터지고 제 일자리가 떨어질 것을 걱정하다가 잡지에 소개된 무한 아이디어 클럽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래서 월리엄은 영국에서 알아주는 초콜렛 제조업체인 스트랫퍼드 제과가 13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시장에 출시하는 것을 앞두고 아이디어 생산과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위해 정말로 세심하게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러기에 앞서 개념과 아이디어를 시각적인 아이콘과 이미지로 옮기는 일을 하는 패티와,무궁무진한 창의력과 비즈니스에 관한 통찰력을 갖춘 유능한 회의 진행자 스테이시를 초청해서 회의를 진행해줄 것을 부탁했고 재능 있는 미술가들이 특별 전시를 하는 비주류 갤러리를 빌려 합풍이 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를 노렸다. 게다가 팀원들에게 돌아갈 상품도 준비해놓고 각 테이블마다 팀원들이 아이디어를 생산해낼 때 쓸 가위, 풀, 마커, 접착식 메모지, 인덱스카드, 펜, 잡지 등과 경괘한 음악까지 준비놓으면 준비 끝이었다. 특히 패티가 사용할 이젤과 스텐드, 클립차트는 군데 군데 세워두고 주제가 되는 초콜릿은 다양한 종류대로 비치해서 언제든지 먹을 수 있게 해두었다. 물론 건강을 생각하며 준비해둔 훈제 연어, 베이글, 신선한 과일, 달걀, 귀리 시리얼, 칠면조 베이컨, 당근이 들어간 수제 머핀 등과 맛있는 커피를 주문받을 수 있는 바리스타도 대기 중이었다. 이것이 모두 아이디어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있는지, 여기에 들어올 팀원들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회의는 하루 종일 진행했는데 중간에 식사할 때는 가정식 요리로 유명한 요리사를 초청해두었고 바깥에 나가 운치 있는 오솔길을 걷거나 벤치에 앉아 브레인스토밍을 할 수 있는 기회까지도 제공되었다.

 

그 결과는 어떨까. 그후 5년 동안 스트랫퍼드 제과의 시장점유율은 무려 13%이나 상승했다. 시장에 새로 진입한 기업 중에서는 전래가 없는 기록으로, 감격한 회장은 윌리엄에게 봉급 인상과 스위스 알프스의 휴양용 별장을 덤으로 받았다. 해고될까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 여러 잡지에 그의 이름이 반복적으로 실렸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사원들의 아이디어를 사용해서 긍정적인 결과를 이뤄냈던 것이다. 그런 경험을 하고 나면 어떤 아이디어도 나쁜 아이디어는 없으며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아이디어는 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자신 스스로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것이 아이디어의 힘이고, 경영인이 가져야 할 덕목이다. 사원들의 가치를 믿어주고 전폭적인 신뢰를 보여주는 것! 사원들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내 회사 이야기로 돌아가면, 일관성 없는 회사 방침에 황당함과 어이없음을 반복적으로 느끼고 결국은 애사심이 죽어버렸다. 그래서 당연히 나는 발을 빼고야 말았다. 정말로 회사를 살릴 마음이 있었다면 어디서 주워들은 방책에 이랬다 저랬다 하지 말고 자신 스스로 계획을 세워보는 것이 필요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사실은 경영의 경도 모르는 사람이었던 것이 큰 문제였을 것이지만. 이 책을 읽고 있을 때는 유쾌했다. 사람의 가능성을 믿어주고 그것으로부터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언제나 행복한 일이니까 말이다. 이 책도 강조한다. 어떤 아이디어가 현실화되어 회사에 막대한 이익을 가져왔다면 그에게 깜짝 놀랄 만한 보상과 그 아이디어에 대한 소유권을 주어 그 일을 감독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모든 인간은 자신이 소중하고 능력을 인정받길 원하니까 말이다. 당연한 진리를 새삼 또 말해본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는 회사가 워낙 많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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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칼라의 범죄자들 - 그들은 어떻게 세상을 속였는가?
카리 나스 지음, 김정혜 옮김 / 한빛비즈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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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핀란드의 유명한 금융인이 희대의 금융 천재 사기꾼들의 이야기를 모아서 정리한 책이다. 금융 범죄가 일어나게 되는 전제부터 인간들의 눈 먼 욕망들을 비춰보며 10명의 천재 사기꾼들을 소개하고 있다. 총 300쪽 분량이나 되는 두꺼운 책이지만 분식회계나 헤지펀드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해도 충분히 심심풀이로 재미나게 읽을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금융범죄는 사람들에게 매혹적으로 보이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 사기꾼 스스로도 자신의 범죄에 대해서 큰 죄책감을 가지지 않을뿐 더러 오히려 자신들이 얼마나 천재적으로 사람들을 속여 천문학적으로 많은 돈을 갈취했는지 뽐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이다. 심지어 이례적으로 금융범죄로 150년 징역형이란 무거운 형벌을 받은 버나드 메이도프의, 아들이 아버지가 저지른 범죄로 인해 심각하게 괴로워하며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본인 버나드 메이도프는 유쾌하게 수감생활을 한다는 소식이 들릴 정도이다. 그러나 금융범죄는 한 번 터지면 많은 사람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할 정도로 다른 범죄들보다도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오는 가장 흉악한 범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이 팽배해있는 요즘 시대에는 금융 범죄자들에 대한 일반인의 시각도 약간의 선망이 묻어나는 것 같기도 하다. 아마 그런 이유로 이 책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유쾌하게 읽혔던 것이 아닌가 한다.

 

미드 중에서 <레버리지>란 드라마가 있는데 줄거리는 전직 도둑, 사기꾼, 천재 해커, 해결사, 보험사 직원들이 모여서 억울하게 사기를 당하거나 피해를 입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내용이다. 그들이 그렇게 자신의 밥벌이를 하지 않고 남을 도울 수 있는 것은 이제까지 저질렀던 범법행위로 인해 얻은 재물 덕분이고 심지어 각각 몇 나라에서 공개수배령이 내려진 위험한 사람들이라 그들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곤 바로 더 큰 악당들에게 사기치는 것이여서 절대로 교육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는 드라마이기는 하지만 무척이나 내 흥미를 끄는 드라마이다. 드라마가 뿜어내는 유혹에 끌려가지 않으려고 발악하다가 느꼈던 것은 모든 사람들에게는 남을 속여서라도 자신의 이익을 강구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 이 책에 등장하는 10대 금융 사기꾼들에게 걸려든 피해자들은 말도 안 될 정도로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거나 뭔가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음에도 눈 먼 채로 그들에게 돈을 갖다 바쳤다. 이들 중에는 의심스러운 구석을 포착했지만 자신에게 떨어지는 이익 때문에 일부러 눈 감아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특히 버나드 메이도프에게 수수료를 내지 않는 이익을 얻기 위해, 감사도 요구하고 제대로 실사를 하고 나서 거래를 해야 하는 은행의 본연의 의무를 무시하고 자기가 더 나서서 투자자들을 몰아주었던 메디치은행의 경우만 봐도 눈 가리고 아웅했던 것이 분명하다.

 

금융사기는 돈이 생겨났던 2,500년 전부터 시작된 아주 길고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는 인간의 탐욕이 불러온 참극이 아닐 수 없다. 누군가가 수익률이 엄청나게 좋은 펀드가 있다고 할 때라도, 그것이 누구에게 나온 소리든, 어떤 경력을 가진 사람에게서 나온 이야기이든 자신의 머리로 불가능한가 아닌가를 판단하고 선택해야 한다. 왜냐하면 돈이 나오는 구멍은 제한적인데 그런 식으로 뻥튀기를 할 수 있다는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들 중에 대다수는 다른 사람이 손해볼 수도 있다는, 혹은 사기를 치고 있다는 은연중의 의심이 들었어도 눈 앞에 보여지는 돈에 눈이 멀어 양심이 작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금융범죄는 뇌물을 건네 받은 정부나 수수료를 챙길 기대에 흡족한 은행이나 사기꾼이 가진 명망이나 경력만 보고 눈 앞에 뻔히 보이는 징후들을 무시한 수많은 투자자들이 작당하고 모의한 결과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기꾼들은 뭔가 뒤가 캥기는 사람들의 등을 치는 것을 좋아한다. 제대로 절차를 밟고 신용 조회를 해보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허풍에 뭔가 반응을 보여주는 사람들을 끌어당길 수 밖에 없으니까. 그러니 앞으로도 계속 일어난 금융사기에 속지 않기 위해서는 땀을 흘려 성실하게 번 돈만이, 그리고 실물로 볼 수 있는 것만이 제대로 된 자산임을 알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한탕해서 흥청망청 살고 싶은 바람이 우리 속에 있을수록 이런 범죄는 계속 생겨나고 피해자들은 계속 양산될 것이기 때문에 땀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이것은 여담인데, 금융사기범들의 형량을 10년 이상으로 하고고 무척이나 고된 육체적 노동으로 돈을 벌게 했으면 좋겠다. 남을 속이는 데에만 비상한 머리를 가지고 휘두르는 그들은, 진정한 땀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가 얼마나 악한 것인지 깨닫지 못한다. 책에는 그들 대다수가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졌다고 하지만, 난 동의할 수 없다. 이는 처음 시작할 때는 멋모르고 하다가 점점 많은 사람들이 속아넘어가주는 덕분에 큰 도박판이 펼쳐져서 사기꾼 스스로도 제어가 될 수 없었었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있는 자기합리화 기능이 그들에게는 좀 더 견고할 뿐이어서 부자들의 돈을 떼먹는 것은 괜찮다는 둥, 속아넘어간 사람들이 바보이라는 둥, 증권거래소직원들이 허술하게 감사를 했기 때문이라는 둥 남탓만 확실하게 한다. 평생 모은 돈이 전부 사기당해서 인생이 망가진 사람의 심정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채석장에서 돌을 파는 일을 시키든지, 건설 인부로 막노동을 시키든지, 새벽부터 시장에서 물건을 날라주는 일을 시키든지 좀 힘들어 죽겠다는 소리가 절로 나올 수 있을 정도의 육체적 노동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날 하루 10시간 이상의 육체적 노동을 한 대가가 얼마라는 것도 꼭 알려줘서 자신이 강탈해간 돈을 육체적 노동으로 갚으려면 몇 년이 필요한지도 꼭 주지시키고 그렇게 대가를 치르게 한다면 더 이상의 금융범죄는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강탈한 돈만큼 일당으로 계산해서 형량을 사는 것도 괜찮겠다. 그저 감옥에만 있지 말고 스스로 돈을 벌어 갚아나가는 방법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앞으로 세계 금융 시장이 위태로워질 때마다 이런 사기꾼들이 극성일 텐데 각 나라마다 엄중한 처벌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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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시간 - 온 가족을 잃고 바다를 표류하며 홀로 보낸 11세 소녀의 낮과 밤
테리 듀퍼라울트 파스벤더.리처드 로건 지음, 한세정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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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녀가 나흘 동안 망망대해에서 혼자 표류하다가 극적으로 살아날 수 있다니, 인간의 잠재력은 얼마나 무한한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는 강인한 인간의 정신력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에는 상상도 못할 끔찍한 내막이 존재한다. 강인하고 위기 상황에서 침착하게 다른 사람을 도울 줄 알았던 아서 듀퍼라울트는 평생의 꿈이었던 열대해의 담청색 바다 위를 가족과 함께 여행하고자 했던 그 때 종말을 맞아버렸다. 그의 선량하고 아름다웠던 아내 진 부르시도, 정의롭고 행동력이 강했던 아들 브라이언도, 아직 수줍기만한 막내 르네까지도 말이다. 단지 그의 첫딸 테리 조만이 그 항해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것도 작열하는 태양열에 기력이 모조리 소진된 몸뚱아리를 작은 구명환에 겨우 실어놓고 정처 없이 떠도는 바다 한가운데서 말이다. 광활한 바다 한가운데서 작은 몸뚱아리를 겨우 실어놓을 정도의 하얀 구명환이 발견되기란 사실상 어려운 일일 것인데, 그녀 테리 조는 기적적으로 한 배에 의해 구조가 되어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바다 위에서 음식이나 물 한 모금도 못 먹고 태양열에 화상까지 입어가며 버티다가 겨우 구조되면 그 이후에 오히려 생명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바다에서 보냈던 시간들이 내장기관을 파열했다면 회복하지도 못하고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소녀는 다행히도 병원 의료진들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온 가족을 한꺼번에 잃어버리고 홀로 살아남은 그녀의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 책은 그녀가 십대 때 그런 힘겨운 일을 겪고 나서도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 재구성한 내용이다. 그녀가 어떻게 해서 그런 어려움에 처했으며, 그 이후의 그녀의 삶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에 대해서 아주 자세하게 풀어놓았다. 리처드 로건 박사의 도움을 받아 테리 듀퍼라울트 본인이 정리한 그 일은 아주 끔찍하고도 안타까운 일이었다.

 

사건이 일어난 때는 1961년, 지금으로부터 꼭 40년 전에 벌어진 일이다. 지금은 외상 후 스트레스라든가, 정신적 외상이라는 부분이 상당히 중요하게 취급받고 있어서 기본적으로 정신과 상담이라는 것을 깔아두고 시작하지만 그 당시는 그런 치료에 대해서 알지 못했던 때라 테리는 주변의 과보호 속에서 유리된 삶을 살았을 수도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고모의 집중적인 사랑과 관심 속에서 십대를 보내고 난 후 잇달아 이어진 결혼과 이혼이 그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버지 아서가 죽었는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항상 그를 그리워했던 테리는 남자 친구와의 로맨스 속에서 아버지의 사랑을 그리워했고 그랬기 때문에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정신적으로 의존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육체적으로 건강했고 아름다웠던 테리는 많은 남자들이 접근했는데 그가 친절하고 자상하기만 하면 거의 바로 결혼으로 이르는 등의 안타까웠던 행보는 그의 두 번째 남편이 소아성애자인지도 모르고 결혼했던 것으로 확실하게 드러났다. 그녀의 딸들이 하는 말조차 믿어주지 않다가 밖에서 경찰에게 잡혀왔을 때에야 비로소 그가 범죄자인 것을 알았으니 어느 정도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을 누굴 탓할 수 있겠는가. 그 당시에 아무도 아동 심리치료사가 필요할 것이라고 예견해준 사람도 없었고, 테리에게 벌어진 일을 누구나 다 알지만 아무도 그 이야기에 대해서 속 시원히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지도 못했으니 혼자서만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이나 그런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난 데에 따른 분노를 표현할 수 없었던 그녀가 곪아터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자신의 자식에 대해서만큼은 끔찍할 정도로 잘 키웠던 그녀였으니 그 일도 바로 추슬렀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아주 좋은 남자와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이렇게 한 가정을 완전히 파괴할 뻔 했던 사건은 듀퍼라울트 가족이 항해를 시작했을 때 대동했던 하비 선장에게서 시작되었다. 그가 갓 결혼한 아내를 태우고 듀퍼라울트 가족과 항해를 했을 때 그에게는 검은 속셈이 있었다. 예전에도 한 번 성공했던 일을 또 한 번 자행하려는 것이었다. 바로 아내 앞으로 생명보험을 들어놓고 그녀에게 사고가 난 것처럼 꾸미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하비 선장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일은 아서 듀퍼라울트가 항해에 익숙하고 목숨 걸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성품이라는 사실이었다. 하비 선장이 자기 아내를 살해하려던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났을 것이다. 테리는 아버지를 보지는 못했지만 어머니와 오빠가 칼에 찔려 피를 흘리고 있는 것을 보고 공포를 느꼈으니까. 일가족이 다 죽은 상황 속에서 테리만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던 것은 진짜 놀라운 일이다. 그러고도 나흘 동안이나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바다 위를 표류하다가 살아났으니, 그녀가 무엇을 하나 잘못하더라도 다 용서되지 않을까. 이제는 자신에게 일어났던 모든 일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행복을 찾아 살아가고 있는 그녀가 멋지다. 이제 손자도 태어나 아버지 아서의 이름을 붙여주었으니 행복하지 않을까 싶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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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정의를 묻다 - 강원랜드를 말한다 토담사회총서 대국민보고서 1
정덕 지음 / 토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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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중독이라고 하면 흔히 개인의 잘못으로 전 재산을 날리고 패가망신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잘못으로 벌어진 일일 것으로, 내 주변에 그런 사람이 없으니 정말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일 것으로 생각하고 말았다. 만약 이 책을 보지 않았다면 영원히 그랬을 것이다. 물론 도박은 그 개인이 저지른 몰지각한 일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그 중독이 정부를 포함한 공공기관이 51%를 투자한 공적기업에서 공공연히 자행된 다면, 그리고 중독 증상이 있는 사람에게 즉, 사리분별을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불법으로 도박을 조장해서 더욱 큰 피해액을 발생하게 만든다면 그것은 분명 개인만의 잘못은 아닐 것이다. 사리 분별을 못하는 미성년자를 유혹해 고가의 물건을 사게 만들었을 경우, 그것은 보호자의 동의 없이 진행된 일이므로 무효로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만약 도박중독이라고 하는 증세가 있는 사람에게 불법으로 도박을 하도록 유도했다면 그것도 위 미성년자의 사례와 같이 무효로 해야 하지 않을까. 누구나 알다시피 중독에 빠진 사람은 제대로 된 사리분별을 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하니까 말이다. 그러니 미성년자와 다를 것이 무언가.

이 책은 건실한 실업가였던 정덕이란 사람이 도박이라고 하는 늪에 발을 들여놓은 후 회사까지 매각해서 모조리 도박에 올인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첫째 딸의 장례식장에도 가지 않고 도박에 빠져있었을 정도로 제대로 된 이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일 때까지 그렇게 도박에 올인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모든 사건이 다 터진 후에 제대로 돌아온 이성으로 생각해보니, 내국민을 도박으로부터 보호하고 경계해야 할 정부가 혹은 공적기업이 오히려 국민의 흐트러진 이성을 부추겨서 도박에 빠져서 많은 빚을 지게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도박으로 잃은 제 돈을 찾기 위한 소송을 시도했고 1심에서는 20%만 인정한다는 어이없는 결과를 내긴 했어도 강원랜드의 잘못이 있다고 판결이 나왔고 2심을 진행하는 중에 이 책이 등장한 것이다. 왜냐하면 2심에서는 1심에서는 미처 부끄러워서, 혹은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제출하지 않았던 증거를 더 첨부해서 제시했으나 피고의 변호인이 화우에서 김앤장으로 바뀌는 동안 판사는 강원랜드의 편만을 들어 결국 15%으로 더 깎아버리는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 말로만 들었던 김앤장의 권력이 얼마 만큼인지를 눈으로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부장판사들은 퇴직하고 김앤장의 부름을 받기를 고대한다는 소리 없는 소문의 진상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실명을 거론하고 싶지 않았는데 정말 그럴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이한주 판사의 행동은 정말 대한민국에는 정의를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해주게 한다. 사회에 별 관심이 없는 나 같은 사람들이 많아서 아마도 이 나라가 이 모양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자책을 잠깐 해본다. 실제로 어떤 글에서 대한민국이 언론의 자유가 없는 나라라는 구절을 읽었는데 그것을 볼 때만 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언론 통제 이야기나 네이버에서는 어떤 기사가 실시간 검색으로 뜨지 않는다거나 이렇게 판사의 재판이 제멋대로 한다는 것만 봐도 쉽사리 알 수 있었다. 그 전까지는 눈을 감고 살았다면 지금은 눈이 조금 떠진 기분이다. 아주 조그만 실눈이라도 눈은 눈이니까. 도가니의 판사도 황당한 판결을 내렸다고 하던데. 그런 판결이 실제로 아주 많음을 보게 된다. 전에 어떤 교수님 한 분도 석궁 들고 판사한테 달려갔다고 지금 형을 살고 있다고 들었는데 진짜 정의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성경에 보면 저울을 속이지 말고 판결을 굽게 하지 말고 가난하거나 약하다고 해서 편들어주지도 말라고 나와있는데 그런 판사들 중에는 종교를 가진 분들이 차라리 없었으면 좋겠다. 그저 제 편한대로 종교를 사용하는 죄악을 저지르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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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헤는 밤 천문우주 실험실 - 별 하나에 낭만, 별 하나에 과학
김지현.김동훈 지음, 강선욱 그림, 박승철 사진 / 어바웃어북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천문학에 대해서라면  이렇다 할 배경지식이나 할 말은 없지만 그저 까만 하늘을 배경으로 별들을 관찰했던 고등학교 2학년 때가 언뜻 생각이 난다. 원래부터 천체관측부는 아니였지만, 우연한 기회에 자리를 잡게 된 그 부서에서 축제 때마다 했던 천체들 사진을 판매했던 그 시절이 그립다. 그 때는 파느라고 내 것을 사지 못했던 것이 가장 아쉬울 만큼 아름다운 사진들이 많았었는데 어쩌면 그저 행성들도 아쉬겠지만 그 시절이 더 아쉬웠는지도 모르겠다. 천문학도 마치 그런 것과 같지 않을까. 멀어도 까마득히 먼 옛날에 존재했던 빛들이 지금 우리 눈 앞에 존재해서 반짝이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 빛이 발했던 항성들은 사라지고 없을 수도 있는 것처럼. 그래서 반짝 반짝 빛이 나는 저 천체들이 더욱 매혹적인지도 모르겠다. 신기하고 놀라운 세상 그 이상을 보여주니 말이다. 단위는 얼마나 큰지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의 수치로는 체감할 수도 없는 규모의 과학이라 한없이 겸허해질 수 밖에 없도록 이끌어주는 것도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분명히 느꼈던 것은 우주의 이야기는 결단코 생명을 살리는 데는 별로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아름답고 경이롭고 인간의 지식 그 이상의 무언가를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해주긴 하지만, 그 결론은 겨우 우연한 조건에 의한 기계적인 결과라고 하거나 우리보다 뛰어난 지능을 가진 외계인의 출현을 기대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제시해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꼬리가 길게 늘어서있는, 몇 십년의 주기로 지구를 찾아오는 혜성이 아름답고 경이롭긴 하지만 그 실체는 더러운 얼음 덩어리일 뿐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아름다워서 신기해서 하늘을 바라보는 그 이상을 우주에 대해 기대할 필요는 없을 듯 싶다. 평생 우리 내면에 관심을 가져도 부족한 시간인데 말이다. 그런데 혹자는 지구에 생명이 생기게 된 이유를 우주에서 유입된 물질에서 찾기도 해서, 생명을 살리는 데 별 소용이 없다는 내 생각에 반대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설사 우주에서 몇 가지 물질이 들어올 수는 있겠지만 그것으로부터 생명이, 인간의 모든 부분들 중 어느 한 곳이라도 탈을 내지 않고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돌아갈 수 있도록 조합된다는 가설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논의할 여지가 없는 부분인 듯 싶다.

 

우주에 대한 지식이 많이 있다고 해서 그 어떤 부분에서 인간에게 도움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 책에서도 어느 곳 하나 그런 것을 설명해주진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워낙 호기심이 강한 존재이라 매혹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우주를 그냥 가만히 내버려둘 순 없었을 것 같다. 하지만 무엇을 봐도 딱딱한 암석이거나 더러운 얼음 덩어리이거나 거대한 가스층으로 이루어진 무생물일 뿐이라는 것만을 제대로 알고 보면 좋겠다. 이 책에서도 등장했듯이, 우주 연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여러 과학자들이 있겠지만, 그들은 평생을 거대한 암석이나 가스, 얼음 덩어리만 조사하다가 끝난 인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과학의 발전은 물론 의미있는 일이지만, 그 일을 걷기 전에 그 길이 자신의 인생을 걸고서 해도 후회하지 않을 만한 일인지 자문할 필요가 있을 거라 여겨진다. 눈으로 보기에 아름다울 순 있어도 그래서 더욱 연구하고픈 마음이 들 수는 있어도, 영화 <콘택트>처럼 미지 생물과의 조우를 기대하면서 연구한다면 평생을 허비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담은 이제 각설하고 책에 대해 살펴보자.

 

이 책은 우주에 관한 전반적인 개론서이다. 달, 태양, 혜성, 지구, 성운 등 우주에 대해서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는 사실들을 알기 쉬운 설명과 보기 화려한 사진으로 편집해서 전달해준다. 표지만 봐도 아름다울 것이란 기대감이 물씬 풍기지 않나. 내가 우주에 대해 아는 지식은 고등학교 지구과학 시간으로 끝이 났는데, 이 책으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꼭 문제를 풀면 틀리는 것이 아무 시에 아무쪽 하늘을 바라볼 때 보이는 별자리를 물어보는 문제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외우면 되는 부분이었는데, 무엇을 외워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어떤 감조차 잡을 수 없었던 문제라 아예 찍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그 답은 알 수 없는데, 이 책에서는 별자리를 알려주면서 소소한 개념을 무수히 쏟아놓는다. 만약 이 책을 보고 시험을 치러야 한다면 좀 난감할 정도로 많은 정보가 담겨있지만 그저 교양을 쌓을 겸 소일 삼아 사진만 넘겨다 보며 있을 것이라면 충분히 호기심을 채울 만큼 재미있을 것이다. 어렵지도 않아서 부담 없이 볼 수 있고, 중간 중간 실험할 수 있는 코너가 있어 그것을 유심히 보면 앞서 설명했던 우주의 개념을 다시금 정리할 용도로 쓸 수 있겠다.

 

난 개인적으로 평생 동안 하늘을 봐도 별자리 구분은 못할 거라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고정적으로 생각했던 버릇이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책에서 보는 아름다운 별그림이 아니라 그저 선과 점으로만 구성된 별자리를 그렇게 아름다운 이름으로 부르고 찾는다는 것이 어쩌면 속임수가 아닌가 싶기도 한다. 내가 북극성을 찾아도 아닐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으니 아예 찾아볼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평생을 도시에서만 살아와서 별자리를 찾는다는 것이 그다지 익숙한 일이 아니여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 책을 우주에 관심이 있는 아이들에게 주어도 좋을 듯 싶다. 초등학생들에게는 다소 어렵겠지만 그 땐 사진만 보고 중학생 때부터 본격적으로 읽으면 우주에 대한 소망을 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우주에 목 매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어쩐지 외계인의 존재를 찾고 싶어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허무맹랑한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사실 그것말고는 특별히 우주에 대해 관심을 계속 두어야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과거라면 나도 그런 공상을 하며 시간을 죽이며 놀았겠지만, 이제는 그런 시간 죽이는 방법 말고도 다른 중요한 것이 있기에 바쁘다. 하지만 이 책은 두고두고 보면서 아름다움을 느끼며 이를 만드신 하나님을 찬양하는 시간을 가지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도구인 듯 싶다. 저자가 내국인이라 더욱 반가운 천체에 대한 아름다운 책이었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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