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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유닛 - 생각뿐인 창조에서 벗어나는 13단계 혁신 기법
리 실버 외 지음, 안진이 옮김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이젠 아이디어가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경영인들은 없을 정도로 숨겨진 아이디어 찾기 열풍은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우리 회사도 이 짓을 했는데 이 책을 다 읽을 때쯤에서야 우리 회사에서 이런 비슷한 일을 했던 것을 겨우 기억해냈다. 그래서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인의 마인드이란 것이다. 아무리 좋은 의견, 좋은 프로그램이 있어도 어떤 사람이 그것을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180° 달라지기 때문이다. 내가 했던 것은 무한 아이디어 클럽과 같은 창의력을 확장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고 그저 모든 사원들에게 일관되게 아이디어를 하나씩 제출하라는 강제적인 명령에 의한 것이었기에 하는 입장에서는 고역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도 그 중에는 그나마 쓸만한 의견도 몇 개 나와서 실제 활용하기도 했고 공개적으로 시상도 하긴 했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사원들의 동기 부여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뿐이다.
그 때 내가 머물고 있던 곳은 생산성이나 효율성을 강조할 수 있는 회사가 아니여서 이 책에 나온 것처럼 많은 경비의 절약이 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긴 했지만 고객과 맞대응하는 사원들의 머리에서 많은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사실만은 틀림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아이디어 공모가 조금 진행되었다가 사장되어 버린 까닭에는 사원들에게 충분히 보상이 따르지 않고 그것이 꾸준히 이루어질 것이라는 예상과 회사가 전폭적인 지원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영인 입장에서 주인정신을 가지고 일해주는 사원만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싶지만, 실상은 그렇게 되지 않은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그것이 월급만 받아가려는 사원은 당연하고 열정을 다하는 열성적인 사원들에게도 회사 분위기가 침체되어 있다면 아무리 애를 써도 주인정신을 가지기란 쉽지 않은 현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열성 사원이었던 내가 경험했던 바로는 하나의 부속물로 취급해버리는 경영인의 마인드를 봐버렸기 때문에 거의 사기를 꺾인 채로 회사를 다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푸념을 하는 것도 별로 옳지 않은 것이란 생각은 들지만 이 책을 보면서 느낀 것이 바로 이것이다. 무한 아이디어 클럽을 결성할 정도로 각각 사원들의 아이디어들이 무척이나 귀중하다는 느낌을 주는 경영인의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런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정말로 세심한 준비가 선행되어야 한다. 사기나 분위기는 말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세심한 경영인의 마음씀씀이야말로 잘 되는 회사와 안 되는 회사를 결정 짓는 유일한 차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4장에 보면, 시간만 잡아먹고 서로를 배려할 줄 모르는 회의에 지쳐버린 마케팅 부서의 수석 부사장 월리엄 손더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사원들이 제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회의에 참관하다가 울화통이 터지고 제 일자리가 떨어질 것을 걱정하다가 잡지에 소개된 무한 아이디어 클럽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래서 월리엄은 영국에서 알아주는 초콜렛 제조업체인 스트랫퍼드 제과가 13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시장에 출시하는 것을 앞두고 아이디어 생산과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위해 정말로 세심하게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러기에 앞서 개념과 아이디어를 시각적인 아이콘과 이미지로 옮기는 일을 하는 패티와,무궁무진한 창의력과 비즈니스에 관한 통찰력을 갖춘 유능한 회의 진행자 스테이시를 초청해서 회의를 진행해줄 것을 부탁했고 재능 있는 미술가들이 특별 전시를 하는 비주류 갤러리를 빌려 합풍이 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를 노렸다. 게다가 팀원들에게 돌아갈 상품도 준비해놓고 각 테이블마다 팀원들이 아이디어를 생산해낼 때 쓸 가위, 풀, 마커, 접착식 메모지, 인덱스카드, 펜, 잡지 등과 경괘한 음악까지 준비놓으면 준비 끝이었다. 특히 패티가 사용할 이젤과 스텐드, 클립차트는 군데 군데 세워두고 주제가 되는 초콜릿은 다양한 종류대로 비치해서 언제든지 먹을 수 있게 해두었다. 물론 건강을 생각하며 준비해둔 훈제 연어, 베이글, 신선한 과일, 달걀, 귀리 시리얼, 칠면조 베이컨, 당근이 들어간 수제 머핀 등과 맛있는 커피를 주문받을 수 있는 바리스타도 대기 중이었다. 이것이 모두 아이디어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있는지, 여기에 들어올 팀원들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회의는 하루 종일 진행했는데 중간에 식사할 때는 가정식 요리로 유명한 요리사를 초청해두었고 바깥에 나가 운치 있는 오솔길을 걷거나 벤치에 앉아 브레인스토밍을 할 수 있는 기회까지도 제공되었다.
그 결과는 어떨까. 그후 5년 동안 스트랫퍼드 제과의 시장점유율은 무려 13%이나 상승했다. 시장에 새로 진입한 기업 중에서는 전래가 없는 기록으로, 감격한 회장은 윌리엄에게 봉급 인상과 스위스 알프스의 휴양용 별장을 덤으로 받았다. 해고될까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 여러 잡지에 그의 이름이 반복적으로 실렸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사원들의 아이디어를 사용해서 긍정적인 결과를 이뤄냈던 것이다. 그런 경험을 하고 나면 어떤 아이디어도 나쁜 아이디어는 없으며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아이디어는 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자신 스스로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것이 아이디어의 힘이고, 경영인이 가져야 할 덕목이다. 사원들의 가치를 믿어주고 전폭적인 신뢰를 보여주는 것! 사원들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내 회사 이야기로 돌아가면, 일관성 없는 회사 방침에 황당함과 어이없음을 반복적으로 느끼고 결국은 애사심이 죽어버렸다. 그래서 당연히 나는 발을 빼고야 말았다. 정말로 회사를 살릴 마음이 있었다면 어디서 주워들은 방책에 이랬다 저랬다 하지 말고 자신 스스로 계획을 세워보는 것이 필요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사실은 경영의 경도 모르는 사람이었던 것이 큰 문제였을 것이지만. 이 책을 읽고 있을 때는 유쾌했다. 사람의 가능성을 믿어주고 그것으로부터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언제나 행복한 일이니까 말이다. 이 책도 강조한다. 어떤 아이디어가 현실화되어 회사에 막대한 이익을 가져왔다면 그에게 깜짝 놀랄 만한 보상과 그 아이디어에 대한 소유권을 주어 그 일을 감독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모든 인간은 자신이 소중하고 능력을 인정받길 원하니까 말이다. 당연한 진리를 새삼 또 말해본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는 회사가 워낙 많기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