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시간 - 온 가족을 잃고 바다를 표류하며 홀로 보낸 11세 소녀의 낮과 밤
테리 듀퍼라울트 파스벤더.리처드 로건 지음, 한세정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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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녀가 나흘 동안 망망대해에서 혼자 표류하다가 극적으로 살아날 수 있다니, 인간의 잠재력은 얼마나 무한한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는 강인한 인간의 정신력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에는 상상도 못할 끔찍한 내막이 존재한다. 강인하고 위기 상황에서 침착하게 다른 사람을 도울 줄 알았던 아서 듀퍼라울트는 평생의 꿈이었던 열대해의 담청색 바다 위를 가족과 함께 여행하고자 했던 그 때 종말을 맞아버렸다. 그의 선량하고 아름다웠던 아내 진 부르시도, 정의롭고 행동력이 강했던 아들 브라이언도, 아직 수줍기만한 막내 르네까지도 말이다. 단지 그의 첫딸 테리 조만이 그 항해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것도 작열하는 태양열에 기력이 모조리 소진된 몸뚱아리를 작은 구명환에 겨우 실어놓고 정처 없이 떠도는 바다 한가운데서 말이다. 광활한 바다 한가운데서 작은 몸뚱아리를 겨우 실어놓을 정도의 하얀 구명환이 발견되기란 사실상 어려운 일일 것인데, 그녀 테리 조는 기적적으로 한 배에 의해 구조가 되어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바다 위에서 음식이나 물 한 모금도 못 먹고 태양열에 화상까지 입어가며 버티다가 겨우 구조되면 그 이후에 오히려 생명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바다에서 보냈던 시간들이 내장기관을 파열했다면 회복하지도 못하고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소녀는 다행히도 병원 의료진들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온 가족을 한꺼번에 잃어버리고 홀로 살아남은 그녀의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 책은 그녀가 십대 때 그런 힘겨운 일을 겪고 나서도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 재구성한 내용이다. 그녀가 어떻게 해서 그런 어려움에 처했으며, 그 이후의 그녀의 삶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에 대해서 아주 자세하게 풀어놓았다. 리처드 로건 박사의 도움을 받아 테리 듀퍼라울트 본인이 정리한 그 일은 아주 끔찍하고도 안타까운 일이었다.

 

사건이 일어난 때는 1961년, 지금으로부터 꼭 40년 전에 벌어진 일이다. 지금은 외상 후 스트레스라든가, 정신적 외상이라는 부분이 상당히 중요하게 취급받고 있어서 기본적으로 정신과 상담이라는 것을 깔아두고 시작하지만 그 당시는 그런 치료에 대해서 알지 못했던 때라 테리는 주변의 과보호 속에서 유리된 삶을 살았을 수도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고모의 집중적인 사랑과 관심 속에서 십대를 보내고 난 후 잇달아 이어진 결혼과 이혼이 그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버지 아서가 죽었는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항상 그를 그리워했던 테리는 남자 친구와의 로맨스 속에서 아버지의 사랑을 그리워했고 그랬기 때문에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정신적으로 의존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육체적으로 건강했고 아름다웠던 테리는 많은 남자들이 접근했는데 그가 친절하고 자상하기만 하면 거의 바로 결혼으로 이르는 등의 안타까웠던 행보는 그의 두 번째 남편이 소아성애자인지도 모르고 결혼했던 것으로 확실하게 드러났다. 그녀의 딸들이 하는 말조차 믿어주지 않다가 밖에서 경찰에게 잡혀왔을 때에야 비로소 그가 범죄자인 것을 알았으니 어느 정도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을 누굴 탓할 수 있겠는가. 그 당시에 아무도 아동 심리치료사가 필요할 것이라고 예견해준 사람도 없었고, 테리에게 벌어진 일을 누구나 다 알지만 아무도 그 이야기에 대해서 속 시원히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지도 못했으니 혼자서만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이나 그런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난 데에 따른 분노를 표현할 수 없었던 그녀가 곪아터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자신의 자식에 대해서만큼은 끔찍할 정도로 잘 키웠던 그녀였으니 그 일도 바로 추슬렀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아주 좋은 남자와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이렇게 한 가정을 완전히 파괴할 뻔 했던 사건은 듀퍼라울트 가족이 항해를 시작했을 때 대동했던 하비 선장에게서 시작되었다. 그가 갓 결혼한 아내를 태우고 듀퍼라울트 가족과 항해를 했을 때 그에게는 검은 속셈이 있었다. 예전에도 한 번 성공했던 일을 또 한 번 자행하려는 것이었다. 바로 아내 앞으로 생명보험을 들어놓고 그녀에게 사고가 난 것처럼 꾸미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하비 선장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일은 아서 듀퍼라울트가 항해에 익숙하고 목숨 걸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성품이라는 사실이었다. 하비 선장이 자기 아내를 살해하려던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났을 것이다. 테리는 아버지를 보지는 못했지만 어머니와 오빠가 칼에 찔려 피를 흘리고 있는 것을 보고 공포를 느꼈으니까. 일가족이 다 죽은 상황 속에서 테리만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던 것은 진짜 놀라운 일이다. 그러고도 나흘 동안이나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바다 위를 표류하다가 살아났으니, 그녀가 무엇을 하나 잘못하더라도 다 용서되지 않을까. 이제는 자신에게 일어났던 모든 일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행복을 찾아 살아가고 있는 그녀가 멋지다. 이제 손자도 태어나 아버지 아서의 이름을 붙여주었으니 행복하지 않을까 싶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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