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칼라의 범죄자들 - 그들은 어떻게 세상을 속였는가?
카리 나스 지음, 김정혜 옮김 / 한빛비즈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핀란드의 유명한 금융인이 희대의 금융 천재 사기꾼들의 이야기를 모아서 정리한 책이다. 금융 범죄가 일어나게 되는 전제부터 인간들의 눈 먼 욕망들을 비춰보며 10명의 천재 사기꾼들을 소개하고 있다. 총 300쪽 분량이나 되는 두꺼운 책이지만 분식회계나 헤지펀드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해도 충분히 심심풀이로 재미나게 읽을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금융범죄는 사람들에게 매혹적으로 보이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 사기꾼 스스로도 자신의 범죄에 대해서 큰 죄책감을 가지지 않을뿐 더러 오히려 자신들이 얼마나 천재적으로 사람들을 속여 천문학적으로 많은 돈을 갈취했는지 뽐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이다. 심지어 이례적으로 금융범죄로 150년 징역형이란 무거운 형벌을 받은 버나드 메이도프의, 아들이 아버지가 저지른 범죄로 인해 심각하게 괴로워하며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본인 버나드 메이도프는 유쾌하게 수감생활을 한다는 소식이 들릴 정도이다. 그러나 금융범죄는 한 번 터지면 많은 사람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할 정도로 다른 범죄들보다도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오는 가장 흉악한 범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이 팽배해있는 요즘 시대에는 금융 범죄자들에 대한 일반인의 시각도 약간의 선망이 묻어나는 것 같기도 하다. 아마 그런 이유로 이 책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유쾌하게 읽혔던 것이 아닌가 한다.

 

미드 중에서 <레버리지>란 드라마가 있는데 줄거리는 전직 도둑, 사기꾼, 천재 해커, 해결사, 보험사 직원들이 모여서 억울하게 사기를 당하거나 피해를 입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내용이다. 그들이 그렇게 자신의 밥벌이를 하지 않고 남을 도울 수 있는 것은 이제까지 저질렀던 범법행위로 인해 얻은 재물 덕분이고 심지어 각각 몇 나라에서 공개수배령이 내려진 위험한 사람들이라 그들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곤 바로 더 큰 악당들에게 사기치는 것이여서 절대로 교육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는 드라마이기는 하지만 무척이나 내 흥미를 끄는 드라마이다. 드라마가 뿜어내는 유혹에 끌려가지 않으려고 발악하다가 느꼈던 것은 모든 사람들에게는 남을 속여서라도 자신의 이익을 강구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 이 책에 등장하는 10대 금융 사기꾼들에게 걸려든 피해자들은 말도 안 될 정도로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거나 뭔가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음에도 눈 먼 채로 그들에게 돈을 갖다 바쳤다. 이들 중에는 의심스러운 구석을 포착했지만 자신에게 떨어지는 이익 때문에 일부러 눈 감아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특히 버나드 메이도프에게 수수료를 내지 않는 이익을 얻기 위해, 감사도 요구하고 제대로 실사를 하고 나서 거래를 해야 하는 은행의 본연의 의무를 무시하고 자기가 더 나서서 투자자들을 몰아주었던 메디치은행의 경우만 봐도 눈 가리고 아웅했던 것이 분명하다.

 

금융사기는 돈이 생겨났던 2,500년 전부터 시작된 아주 길고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는 인간의 탐욕이 불러온 참극이 아닐 수 없다. 누군가가 수익률이 엄청나게 좋은 펀드가 있다고 할 때라도, 그것이 누구에게 나온 소리든, 어떤 경력을 가진 사람에게서 나온 이야기이든 자신의 머리로 불가능한가 아닌가를 판단하고 선택해야 한다. 왜냐하면 돈이 나오는 구멍은 제한적인데 그런 식으로 뻥튀기를 할 수 있다는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들 중에 대다수는 다른 사람이 손해볼 수도 있다는, 혹은 사기를 치고 있다는 은연중의 의심이 들었어도 눈 앞에 보여지는 돈에 눈이 멀어 양심이 작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금융범죄는 뇌물을 건네 받은 정부나 수수료를 챙길 기대에 흡족한 은행이나 사기꾼이 가진 명망이나 경력만 보고 눈 앞에 뻔히 보이는 징후들을 무시한 수많은 투자자들이 작당하고 모의한 결과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기꾼들은 뭔가 뒤가 캥기는 사람들의 등을 치는 것을 좋아한다. 제대로 절차를 밟고 신용 조회를 해보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허풍에 뭔가 반응을 보여주는 사람들을 끌어당길 수 밖에 없으니까. 그러니 앞으로도 계속 일어난 금융사기에 속지 않기 위해서는 땀을 흘려 성실하게 번 돈만이, 그리고 실물로 볼 수 있는 것만이 제대로 된 자산임을 알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한탕해서 흥청망청 살고 싶은 바람이 우리 속에 있을수록 이런 범죄는 계속 생겨나고 피해자들은 계속 양산될 것이기 때문에 땀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이것은 여담인데, 금융사기범들의 형량을 10년 이상으로 하고고 무척이나 고된 육체적 노동으로 돈을 벌게 했으면 좋겠다. 남을 속이는 데에만 비상한 머리를 가지고 휘두르는 그들은, 진정한 땀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가 얼마나 악한 것인지 깨닫지 못한다. 책에는 그들 대다수가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졌다고 하지만, 난 동의할 수 없다. 이는 처음 시작할 때는 멋모르고 하다가 점점 많은 사람들이 속아넘어가주는 덕분에 큰 도박판이 펼쳐져서 사기꾼 스스로도 제어가 될 수 없었었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있는 자기합리화 기능이 그들에게는 좀 더 견고할 뿐이어서 부자들의 돈을 떼먹는 것은 괜찮다는 둥, 속아넘어간 사람들이 바보이라는 둥, 증권거래소직원들이 허술하게 감사를 했기 때문이라는 둥 남탓만 확실하게 한다. 평생 모은 돈이 전부 사기당해서 인생이 망가진 사람의 심정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채석장에서 돌을 파는 일을 시키든지, 건설 인부로 막노동을 시키든지, 새벽부터 시장에서 물건을 날라주는 일을 시키든지 좀 힘들어 죽겠다는 소리가 절로 나올 수 있을 정도의 육체적 노동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날 하루 10시간 이상의 육체적 노동을 한 대가가 얼마라는 것도 꼭 알려줘서 자신이 강탈해간 돈을 육체적 노동으로 갚으려면 몇 년이 필요한지도 꼭 주지시키고 그렇게 대가를 치르게 한다면 더 이상의 금융범죄는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강탈한 돈만큼 일당으로 계산해서 형량을 사는 것도 괜찮겠다. 그저 감옥에만 있지 말고 스스로 돈을 벌어 갚아나가는 방법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앞으로 세계 금융 시장이 위태로워질 때마다 이런 사기꾼들이 극성일 텐데 각 나라마다 엄중한 처벌이 필요할 것 같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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