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헤는 밤 천문우주 실험실 - 별 하나에 낭만, 별 하나에 과학
김지현.김동훈 지음, 강선욱 그림, 박승철 사진 / 어바웃어북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천문학에 대해서라면  이렇다 할 배경지식이나 할 말은 없지만 그저 까만 하늘을 배경으로 별들을 관찰했던 고등학교 2학년 때가 언뜻 생각이 난다. 원래부터 천체관측부는 아니였지만, 우연한 기회에 자리를 잡게 된 그 부서에서 축제 때마다 했던 천체들 사진을 판매했던 그 시절이 그립다. 그 때는 파느라고 내 것을 사지 못했던 것이 가장 아쉬울 만큼 아름다운 사진들이 많았었는데 어쩌면 그저 행성들도 아쉬겠지만 그 시절이 더 아쉬웠는지도 모르겠다. 천문학도 마치 그런 것과 같지 않을까. 멀어도 까마득히 먼 옛날에 존재했던 빛들이 지금 우리 눈 앞에 존재해서 반짝이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 빛이 발했던 항성들은 사라지고 없을 수도 있는 것처럼. 그래서 반짝 반짝 빛이 나는 저 천체들이 더욱 매혹적인지도 모르겠다. 신기하고 놀라운 세상 그 이상을 보여주니 말이다. 단위는 얼마나 큰지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의 수치로는 체감할 수도 없는 규모의 과학이라 한없이 겸허해질 수 밖에 없도록 이끌어주는 것도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분명히 느꼈던 것은 우주의 이야기는 결단코 생명을 살리는 데는 별로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아름답고 경이롭고 인간의 지식 그 이상의 무언가를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해주긴 하지만, 그 결론은 겨우 우연한 조건에 의한 기계적인 결과라고 하거나 우리보다 뛰어난 지능을 가진 외계인의 출현을 기대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제시해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꼬리가 길게 늘어서있는, 몇 십년의 주기로 지구를 찾아오는 혜성이 아름답고 경이롭긴 하지만 그 실체는 더러운 얼음 덩어리일 뿐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아름다워서 신기해서 하늘을 바라보는 그 이상을 우주에 대해 기대할 필요는 없을 듯 싶다. 평생 우리 내면에 관심을 가져도 부족한 시간인데 말이다. 그런데 혹자는 지구에 생명이 생기게 된 이유를 우주에서 유입된 물질에서 찾기도 해서, 생명을 살리는 데 별 소용이 없다는 내 생각에 반대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설사 우주에서 몇 가지 물질이 들어올 수는 있겠지만 그것으로부터 생명이, 인간의 모든 부분들 중 어느 한 곳이라도 탈을 내지 않고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돌아갈 수 있도록 조합된다는 가설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논의할 여지가 없는 부분인 듯 싶다.

 

우주에 대한 지식이 많이 있다고 해서 그 어떤 부분에서 인간에게 도움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 책에서도 어느 곳 하나 그런 것을 설명해주진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워낙 호기심이 강한 존재이라 매혹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우주를 그냥 가만히 내버려둘 순 없었을 것 같다. 하지만 무엇을 봐도 딱딱한 암석이거나 더러운 얼음 덩어리이거나 거대한 가스층으로 이루어진 무생물일 뿐이라는 것만을 제대로 알고 보면 좋겠다. 이 책에서도 등장했듯이, 우주 연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여러 과학자들이 있겠지만, 그들은 평생을 거대한 암석이나 가스, 얼음 덩어리만 조사하다가 끝난 인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과학의 발전은 물론 의미있는 일이지만, 그 일을 걷기 전에 그 길이 자신의 인생을 걸고서 해도 후회하지 않을 만한 일인지 자문할 필요가 있을 거라 여겨진다. 눈으로 보기에 아름다울 순 있어도 그래서 더욱 연구하고픈 마음이 들 수는 있어도, 영화 <콘택트>처럼 미지 생물과의 조우를 기대하면서 연구한다면 평생을 허비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담은 이제 각설하고 책에 대해 살펴보자.

 

이 책은 우주에 관한 전반적인 개론서이다. 달, 태양, 혜성, 지구, 성운 등 우주에 대해서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는 사실들을 알기 쉬운 설명과 보기 화려한 사진으로 편집해서 전달해준다. 표지만 봐도 아름다울 것이란 기대감이 물씬 풍기지 않나. 내가 우주에 대해 아는 지식은 고등학교 지구과학 시간으로 끝이 났는데, 이 책으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꼭 문제를 풀면 틀리는 것이 아무 시에 아무쪽 하늘을 바라볼 때 보이는 별자리를 물어보는 문제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외우면 되는 부분이었는데, 무엇을 외워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어떤 감조차 잡을 수 없었던 문제라 아예 찍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그 답은 알 수 없는데, 이 책에서는 별자리를 알려주면서 소소한 개념을 무수히 쏟아놓는다. 만약 이 책을 보고 시험을 치러야 한다면 좀 난감할 정도로 많은 정보가 담겨있지만 그저 교양을 쌓을 겸 소일 삼아 사진만 넘겨다 보며 있을 것이라면 충분히 호기심을 채울 만큼 재미있을 것이다. 어렵지도 않아서 부담 없이 볼 수 있고, 중간 중간 실험할 수 있는 코너가 있어 그것을 유심히 보면 앞서 설명했던 우주의 개념을 다시금 정리할 용도로 쓸 수 있겠다.

 

난 개인적으로 평생 동안 하늘을 봐도 별자리 구분은 못할 거라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고정적으로 생각했던 버릇이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책에서 보는 아름다운 별그림이 아니라 그저 선과 점으로만 구성된 별자리를 그렇게 아름다운 이름으로 부르고 찾는다는 것이 어쩌면 속임수가 아닌가 싶기도 한다. 내가 북극성을 찾아도 아닐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으니 아예 찾아볼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평생을 도시에서만 살아와서 별자리를 찾는다는 것이 그다지 익숙한 일이 아니여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 책을 우주에 관심이 있는 아이들에게 주어도 좋을 듯 싶다. 초등학생들에게는 다소 어렵겠지만 그 땐 사진만 보고 중학생 때부터 본격적으로 읽으면 우주에 대한 소망을 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우주에 목 매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어쩐지 외계인의 존재를 찾고 싶어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허무맹랑한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사실 그것말고는 특별히 우주에 대해 관심을 계속 두어야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과거라면 나도 그런 공상을 하며 시간을 죽이며 놀았겠지만, 이제는 그런 시간 죽이는 방법 말고도 다른 중요한 것이 있기에 바쁘다. 하지만 이 책은 두고두고 보면서 아름다움을 느끼며 이를 만드신 하나님을 찬양하는 시간을 가지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도구인 듯 싶다. 저자가 내국인이라 더욱 반가운 천체에 대한 아름다운 책이었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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