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없다 - 당신이 속고 있는 가격의 비밀
윌리엄 파운드스톤 지음, 최정규.하승아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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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간의 불합리성을 여지없이 폭로하고 있는 책이다. 특히나 누구에게나 이득이 될 경우에라도 사람들은 이득을 쫓는 방향이 아닌 그 이득을 포기하고서라도 추구하려는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런데 그렇게 추구하려는 무언가는 대단한 인격이나 인품에 관련되었다기 보다는 인간이라는 종이 합리성을 포기하고서 얻고자 하는 어떤 사소한 가치에 해당하는 것이기에 어찌 보면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그 선택을 관철시키는 행동을 보인다. 모든 것을 까놓고 다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도 그 선택을 고수하니, 인간의 선택에는 뿌리 깊이 박힌 불합리성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러한 사람들의 고집은 그들이 불합리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는 충분히 공정하고 옳다고 생각하면서 그런 불합리한 선택을 내린다는 것에 특히 주의할 만하다. 주변의 상황과 여건이 조금 달라지면 그 결과도 다양한 방향을 가리키기는 하지만 대부분 그들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간다.

이런 종류의 실험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최후통첩 게임이라고 불리는 것인데 심리학자 트버스키와 카너먼이 고안해낸 이 실험에서는 사람들이 공정하다고 받아들여지는 한계를 넘으면 제안자와 응답자 모두 손해를 보고, 즉 돈을 받지 못하고 끝나버린다. 먼저 무작위로 선택한 제안자가 자기가 가진 10달러 중에서 응답자에게 얼마의 액수를 제안하고 나머지를 자신이 가질 수 있는데 만약 제안자가 건넨 금액을 응답자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제안자, 응답자 모두 돈을 한 푼도 가지지 못하는 것이 이 게임의 규칙이다. 제안자 입장에서는 응답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최소한의 액수를 알아내야 할 것이고 응답자 입장에서는 제안자의 제안이 어느 선까지는 되어야 ‘공정’하다고 판단할지를 파악해내야 둘 다 승리할 수 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이 돈은 그냥 공짜로 주어지는 돈이기에 9달러를 받아도, 1달러를 받아도 둘 다 이득인 셈이다. 그렇게 따지면 사람들은 제안자가 어떤 금액을 제안하더라도 받아들여야 둘 다 승자가 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공돈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3달러를 받고 상대방은 7달러를 받는 상황이 불공정하다고 여겨 둘 다 받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 대다수의 사람들이 선택하는 결과이다. 심지어 상대방이 그렇게 불공정하게 할 것이라는 것을 파악하지 못하게 하더라도 결과는 비슷하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어떤 근거로 그런 판단을 내릴까?

사람들이 불합리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름 아니다. 공정하다고 여기는 마음. 나와 다른 사람이 공정하게 대가를 가져야 한다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또한 이 세계는 탐욕스럽고 그것으로 인해 멸망해간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은 지금에는, 아무래도 자신에게 손해되는 이 불합리성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책에는 심리학자들이 공식으로 만들어놓기도 전에 많은 기업들의 마케팅에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기법도 소개하고 있다. 사람들은 무의적으로 이미 설정해놓은 앵커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어떤 제품을 많이 팔고 싶으면 그와 비슷한 기능을 갖췄지만 더욱 비싼 제품을 옆에다 두면 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심리학자들이 확실한 실험을 거쳐 확고하게 자리잡은 이론이지만 그전부터 암암리에 기업에서는 쓰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사람들이 가격을 비교할 순 있지만 어떤 제품의 절대적인 가격을 설정할 수 없다는 것에 착안한다. 500달러 짜리 시계가 정확히 얼마의 원가가 들어있는지 알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이용해서 가격을 자유자재로 갖다 붙이는 기업들이 많다. 그렇기에 대형 할인마트에서 싸게 파는 것처럼 느껴지는 대용량 제품들은 오히려 작은 용량 제품보다 비쌀지도 모른다. 이는 레스토랑의 메뉴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가장 비싼 제품을 눈에 띄게 적어놓으면 다른 사람들은 그에 비해 덜 비싼 메뉴를 고르게 되고 그 가격은 그리 비싸지 않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이런 심리적인 효과로 인해 소비자들은 기업의 손에 놀아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있을까? 우리는 순간적으로 판단을 내리고 복잡하게 계산하는 것을 싫어한다. 이것을 싫어하는 이상, 이런 가격의 조정을 그대로 따라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서평은 동녘사이언스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제공 받아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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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홍의 사람공부 - 사람을 아는 것의 힘 정진홍의 사람공부 1
정진홍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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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500명의 사람을 만나 그들에 대해 공부해왔던 저자의 땀과 노력이 스며든 책이다. 인문학에 대해서는 제대로 아는 것이 없어 정진홍이란 사람을 처음 만나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만 죄다 모아 놓은 이 책이 그다지 대단해보이지는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어떻게 유학 한 번 안 갔다 오고 한국 땅에서 8년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를 지냈으며, 문민정부 초기에 청와대 비서실장 보좌관으로 2년간 일했고, KBS-TV <100인 토론>, SBS-Radio <정진홍의 SBS 전망대> 등 여러 방송국의 시사프로그램 사회자로도 활약했는지, 또 어떻게 중앙일보 논설위원으로 활약할 수 있었는지가 더 궁금한데 이 책엔 그런 이야기는 나오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사람 공부]란 책이 나라는 사람에게 나온 것보다는 정진홍이란 사람에게 나왔기에 바로 지금과 같은 생명력이 지닐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어쩌면 나도 여러 사람들을 만나보고 여러 권의 책을 읽어서 이렇게 대단한 사람에 대한 요약본과 같은 책을 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사지 않겠지. 그것은 마치 돈처럼 돈 자체가 힘이 있는 것이 아니라 누가 그 돈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그 영향력이 달라지는 것처럼, 이름 없는 누군가가 소일거리 삼아 쓴 책이 아니라 인문학에 대해서 소리 높일 수 있는 사람이 ‘사람을 공부해야 한다!’는 목적 아래에 철저하게 만들어진 책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의미가 깊다.

난 간혹 이렇게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전권에서 다 풀어놓은 다음, 마지막으로 낸 사람들에 대한 책들이나 다른 것을 설명하는 책을 읽곤 바로 그 책을 쓴 그 저자에 대해 호기심을 갖곤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저자에 대한 호기심이 그렇게 많이 생기진 않았다. 그것이 인문학에 대한 내 관심이 부족해서인지, 아니면 이 책이 그다지 재미있지 않아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이것이 솔직한 내 생각이다. 이 책은 총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그 분류법이 그다지 대단치는 않다. 정말 대단한 사람 60명을 모셔두고 짤막하게나마 그들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것으로 다 읽었으되 자신을 이기거나 그 상황을 이겨낸 사람들이 대단하나 그 구별이 그리 다르지는 않으니 말이다. 이들이 가리켜 보통 인간 승리라 부르지 않던가. 자신의 장애를 딛고 꿈을 이루거나 주변의 여건을 극복하고 꿈을 이룬 사람들! 그런 사람들 중에는 별로 본받고 싶지 않은 바버라 월터스 같은 인터뷰의 여왕도 있지만 전설과도 같은 축구선수 펠레나 성악가인 플라시도 도밍고,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 같은 인물도 있어 다양한 군상들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조금은 불만이 있다. 여기에 이름이 올린 사람들은 모두들 하나씩은 유명하고 나 같은 범인이 근접할 수조차 없는 사람들임에는 틀림없지만 앞서 말한 바버라 월터스와 같은 인물이 이 책의 범주에 들어간다는 사실은 조금 의외이다. 살인자이든 폭군이든 섹스 스캔들의 주인공이든 각계 각층의 다양한 인물들을 인터뷰했던 그녀는 한 인물의 인터뷰를 준비하는데 있어 몇 십년을 훌쩍 넘기는 치밀함을 보여준다. 또한 솔직함을 무기로 대중들이 알고 싶은 가장 민감한 수위의 질문을 마구 던지는 것도 그녀만의 차별화된 무기임을 인정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 자신이 도덕적이지 못했던 과거 불륜 사건이나 애인이었던 사람들을 발판으로 사용해 자신의 성공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는 것을 용서받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왜, 어째서, 이 세계가 한 가정을 망쳤던 사람을 용인하고 그들의 성공을 축하해주는 것일까? 어디 누군가에게서 가정을 망치면 상장이라도 준다고 꼬셨단 말인가?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치명적인 섹스 스캔들을 일으킨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당연히 문제가 있고, 그 대상이었던 모니카 르윈스키도 마땅히 비난을 받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당당히 불륜 관계를 인정했던 바버라 월터스도 그 솔직함은 신기하게 볼 순 있어도 그녀를 성공인으로, 혹은 자신을 뛰어넘은 사람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은가 한다. 왜 가정을 지키는 이름 없는 주부는 대단한 사람이 못되고, 남의 가정도 깨고 자신도 가정을 지킬 생각이 없는 성공에만 미친 사람의 이름은 대단한 사람으로 추앙을 받아야 한단 말인가. 이 책의 오점이 있다면 바로 이 사람, 바버라 월터스의 이름을 넣은 이것일 것이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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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박수용 지음 / 김영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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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부터 멸종에 직면한 시베리아호랑이의 응전, 생존을 향한 투쟁을 그의 놀라운 인내와 끈기로 7편의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박수용 씨는 세계 최초로 시베리아호랑이를 1,000시간 가까이 영상으로 기록한 사람이다. 지구상에는 다섯 종류의 호랑이가 살고 있는데, 시베리아호랑이, 벵골호랑이, 인도차이나호랑이, 수마트라호랑이, 남중국호랑이가 그것이다. 그중 유일하게 시베리아호랑이만 한대지방에서 서식한다. 이 시베리아호랑이의 명칭은 서구 영어권에서 붙인 이름이지만 실제로 시베리아에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옳은 명칭은 아니다. 러시아에서는 이 호랑이를 아무르호랑이라 부르는데, 실은 만주에 살면 만주호랑이로, 우수리에 살면 우수리호랑이로, 한반도에 살면 한국호랑이로 부르는 것이 맞다. 이 아무르호랑이가 왜 중요하냐면, 모든 호랑이가 전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해 있지만 적어도 열대지방에서 사는 호랑이는 10,000마리 가깝게 살고 있는 반면, 시베리아호랑이는 고작 350여 마리 정도만 남아있으니 우리가 막지 않는다면 시베리아호랑이의 멸종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무르호랑이는 열대 지방 호랑이보다 체구도 30퍼센트 이상 크며, 돌아다니는 영역도 벵골호랑이보다 100배나 넓 기에 완전히 다른 호랑이라 할 수 있다. 열대지방 호랑이는 인가로 내려와 400명 정도의 인명 피해를 낼 정도로 사람에 대한 조심성도 없지만 이 아무르호랑이는 인간에 대한 조심성이 높아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돌아다니는 존재이기에 그들의 멸종을 막는 노력이 다급한 실정이다. 이 책은 사라져가는 아무르호랑이의 존재를 기록하고 인간이 탐욕에 눈이 멀어 어떤 짓까지도 서슴치 않는지 확실히 알려주고 있다.

 

책을 다 읽고 먹먹해지는 마음에 안타까웠다. 새끼를 안전하게 키워낸 영리한 암호랑이 블러디 메리의 때 이른 죽음도, 호랑이가 서식하는 영역이 너무 멀어 근친교배를 할 수 밖에 없었던 블러디 메리의 딸 설백의 경우도, 그 설백의 자식이 먹이가 없어서 남매끼리 잡아먹히는 전쟁을 치렀을 때도 마음을 어디에다 둘 수 없었다. 인간이 만든 무인총이나 트랩에 걸려 죽음을 당하는 천지백의 안타까운 죽음도 어디에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 인간이 만든 것이라면 먼저 부수거나 피할 줄 아는 영리한 블러디 메리도 무인총에 대해서는 어쩌지 못했던 것이 정말 안타깝다. 천지백은 또 어떻고. 독립을 해서 제 새끼를 키워봐야 할 그 녀석은 낚싯줄에 목이 걸리고 덫에 발이 채여 고통스러워하며 죽어갔다. 천지백, 설백, 월백 이 세 남매가 블러디 메리가 세 번째 낳은 자식인데 월백과 설백을 제외하곤 살아남은 새끼가 이렇게 줄어드니 호랑이의 개체 수가 증가하는 것은 고사하고 현상 유지도 어려울 실정이다. 호랑이가 서식하는 곳도 너무나 떨어져 있어 개체 수가 증가해도 근친교배가 되면 야생성이 떨어지거나 뱃속에서 죽거나 생식력이 떨어져 결국 멸종이다. 동양인, 즉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들의 호랑이에 대한 수요로 엄청나게 많은 덫과 무인총이 설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중 중국인들의 수요가 빗발치는데 한 번은 박수용 씨에게 마피아가 호랑이 광고하는 데 사용하기 위해 호랑이 영상을 달라고 한 적이 있었을 정도로 호랑이 판매도 뒷거래로 하는 것이 아니라 공중파에서 버젓하게 행해지고 있다고 한다. 이러니 한국에는 이미 살지 못하는 이 아무르호랑이는 우수리에조차 살지 못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박수용 씨가 말하기를, 멸종 위기종을 인공부화시켜서 방사를 시키는 것도 문제가 아주 많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그가 쿠릴열도에서 만난 동물은 60년 동안 인간에게서 격리되었기에 인간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모르고 다가오기도 했다고 인간의 잔인성을 경험해보지 못한 동물이 얼마나 쉽게 목숨을 잃을 수 있는지 역설했다. 그래서 정말 살아있는 야생성을 가진 아무르호랑이가 존속되어 있어야 한다는 말을 했는데, 이는 어미호랑이가 인간의 무서움을 새끼들에게 제대로 교육시킬 수 있도록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블러디 메리와 같이 경험 많은 어미호랑이만이 새끼를 제대로 교육시킬 수 있는데 지금 월백, 설백을 제외하곤 우수리지역에 암호랑이가 없으니 걱정이다. 새끼를 데리고 있을 때는 발정을 하지 않아 새끼를 또 배려면 시간이 1년 정도 지나야 가능할 텐데, 이 지역에 포진된 무인총과 덫만 없어도 좋겠다. 또한 흉년이 들면 도토리가 많이 맺히지 않아 발굽 동물들이 생존을 못하고 그들이 없으면 호랑이들도 살기가 어렵다. 이런 부대적인 상황까지도 해결하기엔 벅찰 텐데 밀렵만이라도 막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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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의 전인적 공부법 - 조선 오백년 집권의 비밀
도현신 지음 / 미다스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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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말의 혼란한 치세를 본다면 고려 때 정치가 바르게 세워지지는 않았던 것 같기는 하지만, 여성의 인권적인 면을 봤을 때 아무래도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이나 일삼은 공자를 따르는 성리학을 근본으로 하는 정치보다는 여성의 권리를 인정해주고 개가를 하는 등 보다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했던 고려 시대가 훨씬 매력적으로 뵈기 마련이다. 물론 고려 시대에도 여성이 정치 판에 뛰어든 적은 없지만 조선보다는 낫지 아니한가. 왜 그 당시에는 그렇게나 편협한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남편이 젊어서 죽으면 평생을 수절해야 하는 법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만든 것인지 모를 일이다. 남자들은 첩질이나 하느라 집안을 바르게 다스리지도 못하는 경우가 있으면서 여성에는 너무 가혹하게 하는 것은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조선이라는 나라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책이 등장할 정도로 유교적인 사상에 뿌리 깊이 내렸던, 그것도 효를 실천한다든가 동방예의지국과 같은 좋은 쪽이 아니라 꼭 여성에게 불리한 것으로만 골라서 응용하는 우리 나라 남자들의 고루한 사고 방식에 더 짜증나는 것일테지만 그 꼬투리를 제공한 조선은 그다지 좋은 모범을 제공해주지 못했다. 그래서 제대로 아는 것도 없으면 고려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은 조선이 전 세계사에서 통틀어 세 번째로 오랫동안 존속한 나라라는 점이었다. 1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로마 제국과 터키의 오스만 제국의 다음으로 조선이 518년을 유지했던 것은 그 유래가 없던 일이다. 솔직히 한반도처럼 작은 반도 국가에서는 말할 것도 없겠다. 그런데 저자는 조선의 오랜 존속의 이유를 왕실만의 체계적이고 훌륭한 교육 체계와 공부법에서 찾았다. 사교육의 단위가 억 단위를 넘어가고 교육열 하나만큼은 비상식적으로 뜨거워져 조기 유학 1위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어쩌면 이 열기는 인류학적으로 한국인에게만 흐르는 민족성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조선 왕실에서 하는 교육법은 지금 훑어봐도 뛰어날 따름이다. 일반 평민들까지 그런 식의 훌륭한 교육을 받았던 것은 아니지만 성균관이라는 기관을 설치해 무상교육을 실시했던 것은 복지국가라는 지금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무상의료를 표방하여 혜민서를 설치한 것은 21세기의 대한민국이 따라가지 못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실은 어떤 책 하나를 읽고 이성계가 조선을 세우고 나서 복식의 색 같은 사소한 규례부터 하나씩 제정해내는 과정을 보면서 상당히 부실한 나라라고 여겼다. 그런데 세종대왕이 통치한 시기에 다른 나라를 살펴봐도 국민들의 복지, 보건, 교육 등에서 조선을 앞서가는 나라는 없었다. 여기까지만 놓고 봐도 역사적 지식의 부재, 역사적 사유의 부재에서 비롯되는 오해가 상당히 많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 책은 부족했던 역사적 사실을 알려주고 잘못된 오류를 바로잡아 깨우쳐주는 등 조선 왕실의 교육에 대해서만 알려준 것이 아니라 역사에 대한 다방면에 대해서 한 번씩 짚고 넘어가준다. 얼마 전에 종영되었던 드라마 <공주의 남자>에서 단종을 폐위시킨 수양대군이 세조로 왕위에 오르고 나서 그의 아들이 죽는 장면에서 세조 다음에 보위에 오를 왕이 누군지 몰라서 가족끼리 한참을 고민했는데 찾아보기도 귀찮아서 내버려두었지만 이 책에는 친절하게도 왕이 받아야 하는 경연의 횟수를 제공해주면서 태조부터 고종까지 한 번에 다 보여주었다. 그래서 이제껏 사극으로 등장했던 왕의 이름을 찾아보면서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새롭게 발견한 왕이 성종이다. 연산군의 아버지로 안타까운 일의 빌미를 제공했지만 그 자신은 그의 재위 기간 25년 동안 총 9229번 경연에 참여해서 학문도 잘 닦고 백성들을 위한 정책을 펼친 성군이었다. 평균적으로 1년에 대략 369번을 한 꼴이다. 경연이라 함은 신하가 왕을 상대로 학문을 강의하고 가르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하루에 4번, 조강과 주강과 석강과 야대로 구성되었다. 경연관은 당연히 학식은 높아야 하고 인품을 꼭 고려해서 뽑아야 한다는 규칙이 있었다. 이는 경연이 단지 학식만 배우는 시간이 아니라 덕과 예까지도 갖추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경연의 교재에는 유교의 경전인 [논어], [소학], [성리대전], 역사서 [국조보감], [정관정요], [자치통감]을 사용했는데 유교는 상당히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정치를 펼쳐야 하는 왕은 유교를 공부하야 했고 역사서를 통해 잘못된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배웠다. 이 때의 방식은 토론하고 문답하는 형식이었기에 주입식으로 공부하는 현재 교과과정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또한 정말 신기했던 것은 공부하기를 즐겨했던 세종이나 성종은 그 생각이 지금에 사용되어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민본사상에 가까이있다. 절대 군주인 왕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이 참으로 아이러니하지만 성종은 나라의 근본이 백성에게 있다고 하고, 가뭄이 심할 때의 백성들의 고충을 생각하여 파격적인 정책을 시행했고 도둑떼도 또한 먹고 사는 것이 막막하여 악한 짓을 하게 되었을 것이라는 백성들의 실상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혜안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세종은 죄없는 노비를 죽인 주인에게는 그 노비의 아내와 자식을 석방하여 양민이 되게 하라는 파격적인 조치를 취했다. 이제까지만 해도 조선 시대의 노비는 마음대로 희롱하거나 죽여도 어디에다가 하소연할 데가 없는 인권이 유린된 시대라고만 생각했는데 노비도 같은 백성이라는 세종 대왕의 말은 정말로 놀라울 뿐이다. 궁궐에서 한 발자국도 밖에 나갈 수 없었던 임금이 백성들의 실상을 정확히 알게 된 것은 바로 경연으로 학문에 더욱 정진하고 토론으로 신하에게서 백성들의 실상을 정확하게 듣게 하고자 했던 조선의 놀라운 정책 때문이었다. 성군이라면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룬 세종대왕과 일찍 죽어 더욱 안타까운 정조대왕만을 알고 있었는데 그 외에 수많은 왕들이 백성을 가엽게 여기고 아끼고 노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왕이 되면 하는 경연 뿐만 아니라 세자일 때부터 시행해온 서연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것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한편 경연을 폐지한 연산군을 보면 이 경연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궁궐 안에 갇혀서 현실이 어떤지 알지 못한 왕이 얼마나 비참한 말년을 보내는지 생각해본다면 배움으로써 나라는 다스린다는 가장 중요한 덕목을 지금 대한민국도 따라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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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이야기 - 은밀하고 매력적인 나만의 시계바이블
정희경 지음 / 그책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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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스와치 시계에서 나온 팜플렛을 보고는 갖고 싶어 가슴앓이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때가 언제였는지도, 어떤 경로로 팜플렛을 본 것인지는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것을 본 후부터 시계가 단순히 시간만 보는 기구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을 보니까 내가 봤던 시계는 중저가 브랜드 중에서도,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가죽 같은 재질이 아니라 말랑거리는 고무 같은 재질에 색감이 새로워서 어린 마음에 무척이나 예쁘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시계를 살 때는 무조건 스와치 것으로 고르고자 마음 먹었는데 스와치 그룹에서도 그런 식으로 다양한 소재를 사용해 색감을 다양하게 해서 남녀노소 누구나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어두었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그 브랜드가 단지 스와치만이 아니었다는 것이 참 놀라웠다. 스와치는 여러 브랜드가 더해진 스위스 시계를 아우르는 거대 기업이었기에 내가 본 그 브랜드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브랜드가 유명하고 대단하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이렇게 시계에 대해 알고 싶지만 찾아갈 길이 없어 헤매고 있는 시계 초심자나 매니아를 모두 이끌 수 있는 책이다.

 

총 네 부분으로 나누어져 설명되어 있는 이 책은 2007년부터 매년 스위스 제네바와 바젤에서 열리는 시계 페어를 취재해서 여러 잡지에 기고하는 시계 전문 기자인 정희경 씨의 작품이다. 시계는 원래 외국의 발명품이다 보니 시계 부품의 용어조차 한국어로 표기되지 않은 것이 많은 현 시점에서는 전문적인 시계 지식을 얻기 위한 통로가 아주 좁다. 외국에서는 다양하게 나오는 시계 전문 잡지조차 아직 번역되어 나오지 않아서 따로 전공으로 삼아 배우지 않고서는 일반인이 시계의 역사나 조립 과정을 알기 위한 방법은 전무한 실정인 것이다. 그런 차에 출간된 이 책은 시계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사람들이나 앞으로 전문 시계 수리공이 되고자 하는 사람 등 여러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첫 번째 부분에서는 [흥미진진한 시계 탐험을 시작하다]란 제목으로 시계가 어떻게 등장했고 점차 어떤 과정을 거쳐 발전되었는지의 역사적인 부분과 시계가 어떤 기능을 함께 가질 수 있고 그에 대한 보관법과 시계 박람회와 같은 여러 행사를 알려준다. 시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매일 태엽을 감아줘야 하는 방식은 기계식이고, 건전지와 전자회로를 이용한 시계는 전자 혹은 전기 시계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책에서 말하는 대다수의 시계는 기계식을 의미하는데 그도 수동식과 자동식으로 구별해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매일 손으로 태엽을 감아주어야 하는 것을 수동식 혹은 핸드 와인딩 무브먼트라고 하고, 이렇게 귀찮은 일을 기계적으로 스스로 해결하도록 한 방식을 자동식 혹은 셀프 와인딩 무브먼트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면 되겠다.

 

이 부분에서는 시계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봐야 할, 그리고 가장 좋아할 부분이라고 여겨진다. 시계의 방수 기능은 어떻게 처리한 것인지, 체인이나 벨트는 어떤 방식으로 붙이고 메인 플레이트에도 어떤 꾸미기 작업이 들어가는지 안다면 훨씬 더 그 가치를 소중히 여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두 번째 [역사와 전통과 함께 가다], 세 번째 [시계의 근대화에 앞장서다], 네 번째 [색다른 관점에서 시계를 보다]에 더 다양한고 아름다운 시계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것을 보기 위해서라도 앞부분을 꼼꼼히 정리해야 할 것이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기술이 제대로 뒷받침되어야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부분에서 지금 남아있는 역사와 전통이 있는 시계 회사가 나열되어 있는데 현재 스위스 시계 회사를 빼놓고는 시계를 제대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영향력이 막강하다. 시계 회사 중에서는 반 조립 상태의 무브먼트를 구입해서 자신들의 로고를 달고 파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무브먼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구상 및 제작, 조립 과정에 최소 3년 이상의 시간과 자본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와치 그룹의 에타가 반 조립 무브먼트를 폐지한다는 발표가 나온 이후 많은 시계 회사에서 부랴부랴 자체 무브먼트를 생산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할 정도로 그 영향력이 대단하다. 블랑팡, 자케 드로, 바쉐론 콘스탄틴, 브레게, 지라-페리고, 예거 르쿨트르, 파텍 필립, 아 랑게 운트 죄네, 글라슈테 오리지날, 율리스 나르덴, 피아제 등 쟁쟁한 시계 회사들의 소개가 나오고 그들의 굵직굵직한 작품들이 간단하게 소개된다. 하지만 이 많은 시계 회사들 중 한 곳도 아는 것이 없어 아쉬웠다.

 

그러나 이제는 명품으로 유명한 패션 브랜드에서도 시계 시장에 뛰어들어서 반 조립 무브먼트를 사든지 아니면 자체 생산을 해서 진지하게 시계 산업을 시작하는데 이들의 이름은 참 익숙해서 좋았다. 티파니나 샤넬, 에르메스, 디올, 루이 비통, 만년필로 유명한 몽블랑 등 유명 브랜드는 패션에 있어 시계가 빠질 수 없기에 뛰어든 회사이다. 하지만 충분히 진지하게 임해서 자사 무브먼트를 개발하고자 박차를 가하니 앞으로 기계식 시계 시장에 더 큰 활력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충분히 도전해볼 수 있는 분야이라 내심 기대가 된다. 기업을 하나 이끌 정도는 아닐지라도 디자인만 하거나 유명 브랜드 수리공이 되는 것부터 시작해서 충분히 손재주 있는 한국인이 재능을 펼칠 부분이 많이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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