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징벌 감방의 길이는 사람의 키만 하고 그 넓이는 세 사람이 누워 자기에도 좁을 정도였다. 그래서 한 사람이 더 들어오면 서로 꼭 붙어서 자야만 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내가그 네 번째 사람이 된 것이다. 자정이 넘은 한밤중에 쑤시고들어가니, 잠을 자던 세 사람이 등피(皮) 없는 석유램프 불빛으로 잠결에 나를 보고는 미간을 찡그리며 자리를 내주었다. - P49

그들은 잠이 들었으나 내 머리는 불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 P49

이러한 넓은 의미의 <해충> 속에는 과연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었는지, 지금의 우리로서는 일일이 그것을조사할 수 있는 형편이 못 된다. 왜냐하면 러시아의 국민 구성 성분은 너무나 복잡하고 다양해서 그중에는 고립된 극소수의 불필요한 특수 집단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은 지금 이미 잊힌 지 오랜 집단이기도 했다. 혁명 전의 지방 자치 회의 의원들은 물론 해충이었다. 협동조합원도해충이었고, 큰 건물의 건물주 역시 해충이었다. 중등학교 교원 중에도 해충이 적지 않았다. 각 교구 평의회는 그야말로해충의 소굴이었다. 해충은 교회 합창단 속에도 많았다. 교회성직자들은 하나같이 해충이었고, 특히 수도사나 수녀들은해충의 대표자 격이었다... - P59

여하튼 숙청의 순번제는 공정했다…. 1920년대에 그들은소속 당과 그 당의 이데올로기를 부인하는 성명서에 서명할것을 권유받았다. 일부는 이를 거부했다. 물론 이들은 맨 먼저숙청되었다. 일부는 이를 수락함으로써 몇 해 동안 더 연명할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순번은 어김없이 찾아왔고, 그들의머리도 어김없이 어깨 위에서 굴러떨어졌던 것이다.
- P70

그들이 처형된 것은 신앙 그 자체 때문이라기보다자기들의 신념을 공공연히 말하고 아이들을 그런 정신으로교육시켰기 때문이라는 편이 옳을는지 모른다. 따냐 홋께비치도 이런 시를 쓰지 않았던가.

네가 기도하는 것은 자유지만오직 하느님 혼자만이 들을 수 있도록 하라.

이 시 때문에 그녀는 10년 형을 받았다. 그러나 믿음을 가진인간이 자기의 종교적인 신념을 자기 아이들에게까지 숨겨야한다니! 자녀에 대한 종교 교육은 1920년대에는 제58조 10항,
즉 반혁명 선동죄로 간주되었다! - P72

이 제독(除毒) 작업은 1927년부터 활발히 전개되었으며, 우리 나라 경제의 침체와 실패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프롤레타리아에게 명백히 보여 주었다. 철도 교통 인민 위원회에도 해독 분자가 있었다(그 때문에 기차를 타기 힘들고 물자수송이 원활치 못했다). 모스끄바 수력 발전소에도 해독 분자가있었다(그 때문에 정전이 잦았다). 석유 생산 부문에도 있었다(그 때문에 휘발유가 부족했다). 방직 부문에도 있었다(그때문에 노동자들이 헐벗어야 했다). 석탄 생산 부문에도 해독분자가 무더기로 있었다(그 때문에 추위에 떨어야 했다!), 금속 부문에도, 군수 산업 부문에도, 기계·조선 부문에도, 화학공업 부문에도, 광산 부문에도, 금 및 백금 생산 부문에도, 관개 사업 부문에도, 도처에 방해 분자의 소굴이 높은 종기처럼해독을 퍼뜨리고 있었다!  - P81

반역에 관련된 더욱 중요한 확대 해석은 형법 제19조의 적용, 즉 <의도>의 적용에 있었다. 실제적인 반역 행위는 전혀없었더라도 반역을 <의도> 한 사실이 있다고 신문관이 인정할때는 실제의 반역 행위와 마찬가지로 처벌 대상이 되었다. 물론 제19조는 <의도>에 대한 징벌이 아니라 <준비>에 대한 징벌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변증법적 견지에서 볼 때 <의도>는 곧 준비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준비는 범죄 자체와 마찬가지로(즉 같은 징벌로) 벌할 수가 있다〉(형법), 대체적으로 우리의 형법은 <의도>와 <범죄> 자체를 구분하지 않는다.
여기에 부르주아적 법률에 비해 소련 법률 제도의 <우월성>이 있는 것이다!  - P106

테러 행위란 말은 너무나도 광범위한 뜻으로 인식되었다.
예를 들어 주지사나 총독의 마차 밑에 폭탄을 장치하는 것 같은 그런 종류의 테러만이 아니라, 개인적인 원한으로 뺨을 한대 갈겼더라도 상대방이 당원이거나 공산 청년 동맹원이거나민병대의 열성 당원인 경우엔 그것이 테러 행위로 간주되는것이다.  - P110

체포 선풍은 전염병처럼 거리거리를 휩쓸었다. 사람들은서로 전염병 균을 옮겨 주는 줄 모르면서 악수를 하고 숨을쉬고 물건을 주고받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그들은 거리에서만나 악수를 하고 얼굴을 맞대고 숨을 쉼으로써 피할 길 없는체포의 병균을 서로 옮기고 있었다. 만약에 오늘 내가 거리에서 만나 악수한 그 사람이, 내일 체포되어 상수도 수원지에독약을 집어넣을 것을 모의했다고 자백한다면, 나 역시 체포를 모면할 수 없는 것이다.
- P124

아이를 여섯이나 거느린 어느 농부의 이야기는 좀 색다르다. 그는 여섯 개의 입을 위해 집단 농장 일에 자기 몸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하면 무언가 소득이 있겠지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리고 그에겐 정말 훈장이 내려졌다. 회의를 소집하고그에게 훈장을 수여하고는 축하 연설들을 했다. 답사 차례가되자 농부는 약간 감상적인 기분에 빠져 이렇게 말했다. 아아, 이 훈장 대신 밀가루나 한 부대 주었으면 좋으련만! 그렇게는 안 될까요?) 장내에서는 폭소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이농부는 자기의 여섯 개의 입과 함께 유형지로 추방되고 말았다.
- P125

그 반병신 놈들을 또다시 모조리 잡아 쓸어 넣어라! 새로운죄가 있건 없건 상관할 것 없다! 기계가 토해 낸 폐기물을 다시 그 기계에 가득 쑤셔 넣는다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손실만을 초래하는 짓임이 명백했다. 그런데도 스딸린은 그렇게 명령했다. 이것은 역사적 인물이 역사적 필연성앞에서 변덕을 부린 본보기가 될 것이다.
그리하여 이제 겨우 새 거주지와 새 가족에 정을 붙이기 시작한 그들을 모조리 잡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돌아왔을때와 마찬가지로 허약하고 지친 표정으로 붙잡혀 갔다. 잡혀가는 사람들은 이미 자기가 걸어야 할 고난의 길을 잘 알고 있었다 - 이 십자가의 길을, 그들은 <무엇 때문에?>라고 묻지도 않았고 가족에게 <곧 돌아올 거야>라고 말하지도 않았다.
묵묵히 남루한 옷을 골라 입고 수용소에서 쓰던 담배쌈지에담배를 가득 채운 다음 조서에 서명하러 갔다. (대화는 간단했다. 「징역살이를 했소?」「그렇소.」「 (10년만 더 받으시오.)」 - P145

당신이 스스로 만족스러운 상태에서 원자핵의 안전한 비밀을 연구하고, 사르트르에 대한 하이데거의 영향을 고찰하고,
피카소의 복사판 그림을 수집하고, 안락한 침대차로 휴양지에 가고, 모스끄바 근교에 별장을 짓고 있을 때에도, 죄수 호송 차량들은 쉴 새 없이 거리를 질주하고, 기관원들은 이 집저 집의 문을 두드리며 초인종을 눌러 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나는 이 글로 입증했다고 생각한다 - 기관원들은 지금까지 한 번도 밥값을 못 한 적이 없다는 것을.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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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생물이 우주에 살고 있지만, 이 우주에는 생물의 수효만큼의 중심이 있다. 우리 모두도 각자가 우주의 중심이다.
그러나 <당신은 체포되었습니다〉라고 속삭이는 음성을 들었을 때, 당신의 그 우주는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 P24

사실 야간 체포는 우리 나라에서 습관이 되어 왔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크나큰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집 안에 사는 모든 사람들은 첫 번째 노크 소리를 듣자마자 공포에 질리고 만다. 체포되는 사람들은 따스한 잠자리에서 강제로 끌려 나온다. 그는 잠에 취해 있어 무력하고 분별력이 없다. 야간 체포를 할 때 요원들은 힘에 있어서도 우세하다. 바지도 채 입지못한 사람에게 몇 사람의 무장한 요원들이 들이닥치기 때문이다. - P29

체포라는 단 한 가지의 의무에만 종사하는 요원들에게체포되는 사람들의 공포란 하도 많이 보아서 싫증이 날 정도일 것이다. 체포 작전에 대한 그들의 지식은 매우 광범위하다.
그들은 수많은 이론으로 무장되어 있다. 따라서 이론 따위는없다고 단순히 생각해서는 안 된다. 체포학 — 이것은 일반적인 형무소 연구 과정에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주요한사회 이론에 기초를 두고 있다. 체포는 그 특징에 따라 여러가지로 분류된다. 야간 체포, 주간 체포, 가택 체포, 직장 체포,
여행 중 체포, 초범 체포, 재범 체포, 개인 체포, 집단 체포 등등. 체포는 또한 긴급함의 등급에 따라 구별되기도 하고, 예상되는 저항의 정도에 따라 구별되기도 한다(그러나 지금까지있었던 수천만의 경우를 보아도 저항이 예상된 적은 한 번도없었다).  - P29

그들은 곧장 루비얀까로 마차를 몰아 높은 담장의 검은 아가리 속으로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 P31

갓 체포된 사람의 마음속에는 얼마나 많은 상념들이 배회할까! 아마 그것만으로도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으리라. - P39

세 명의 젊은 요원들이 그녀의 침대와 속옷이 든 장롱을 뒤졌으나 그녀는 태연자약하게 서 있었다. 아무것도 없고 또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그들은 그녀의 일기에 손을 댔다. 자기 어머니에게조차 보일 수 없었던 그 일기를 말이다. 그리고 원수와 다름없는 낯선 젊은이들이 그녀의 일기장을 읽어 내려갔을 때 그녀의 놀라움은 형용키 어려웠다. 창살과 지하실이 있는 루비얀까도 그녀를 그렇게까지 놀라게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개인적인 감정들과 애착이체포에 의해서 타격을 입을 때 야기되는 그 공포는, 형무소나정치 이념의 공포보다 훨씬 더 강할 수도 있다. 압제에 대하여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언제나 압제자보다약한 입장에 서게 마련이다.
- P39

"저항! 당신들은 저항을 해야 했단 말이오! "무사히 체포를면할 수 있었던 사람들은 형무소에서 고생한 사람들을 보고이렇게 나무란다.
그렇다. 저항은 체포되는 그 순간부터 시작되어야 했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되지 않았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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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저도 구입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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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0-12-09 2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그머니. 저 두꺼운 친구들을 언제 다 본대요. 두께에 놀랐다 권수에 더 놀랬슴다^^

청아 2020-12-09 23:41   좋아요 0 | URL
읽고 싶던 책인데 최근 읽은 책들에 자꾸 언급되기도 하고 플친님들 구매하신거보고 샀어요^^ 받아보니 생각보단 아담해요. 사진이 좀 그렇게 나왔네요ㅋㅋ

scott 2020-12-09 23: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12월은 수용소 군도와 함께 집콕 ^*^

청아 2020-12-09 23:42   좋아요 1 | URL
딩동댕입니다ㅋㅋ^^*

비연 2020-12-10 0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홋!!!

청아 2020-12-10 00:42   좋아요 0 | URL
헤헷ㅋㅋ

Redman 2020-12-10 0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든든해지는 전집이군요 ㅋㅋ

청아 2020-12-10 09:47   좋아요 0 | URL
네! 정말 곡식창고 꽉찬느낌요ㅋㅋ

청년 2020-12-10 06: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반데니소비치의 하루를 읽었는데 이보다 더 자세히 실상을 표현한 책인가 봐요 ~ 보시고 말씀해주세요 ^^ 권수를 보니 전쟁과 평화 이상이네요

청아 2020-12-10 09:55   좋아요 1 | URL
네 그럴께요^^ 어제 안그래도 그 책 부터 읽어야하나 고민하다가 그냥 시작했어요. 일단 초반부터 뭔가 각성되는 기분. 당시 분위기가 처참하게 그려지고 생각이 복잡해져요.

비연 2020-12-10 11:20   좋아요 2 | URL
오 미미님. 벌써 읽기 시작하신 건가요! 부럽..

청아 2020-12-10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시작부터 명불허전이예요!

mini74 2020-12-10 17: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내일 온다고 해요 *^^* 이반 데니소비치가 최애 책이라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

청아 2020-12-10 18:04   좋아요 1 | URL
저도 얼른 읽고 그 책도 꼭 보고싶어요!! ^^**
 
밥보다 일기 - 서민 교수의 매일 30분, 글 쓰는 힘 밥보다
서민 지음 / 책밥상 / 2018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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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알게되어 도서관에 가서 빌려왔다.
코로나 여파로 다시 휴관이라는 예고에 부랴부랴 끼워넣었는데 골라넣길 잘했다.
최근의 정치적 행보는 영 못마땅하지만
일기에 대한 효용 어필과 거기에 힘을 보테는 그의 예시들이 너무 재밌어서 여러번 웃음이 터져나왔다. 다른 책들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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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9 2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20 0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정 욕구는 자연적 욕구만큼이나 강렬하고 중요하기 때문에 타인에게서 인정받지 못하면 누구나 그만큼 괴로워한다.
그러나 고통을 느끼는 데서 그치지 말고, ‘왜 나는 인정받지못하는지‘를 한번 생각해 보자.
이것은 타인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타인을 중심에 두고 나를 바라볼 때 - 내가 타인에게서 인정받지 못하는 것만생각하지 말고 - ‘나는 왜 타인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가‘라는사실을 먼저 생각해 보자. 그러면 나도 타인을 인정하지 않고있으며 그로 인해 타인도 나처럼 고통받고 있음을 발견하게될 것이다. 타인도 그의 인정 욕구에 상응하는 인정을 제대로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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