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당신이 정말로 경찰에 붙잡히고 싶다면 가장 확실한 방법은 경찰관을 죽이는 것이다. 이것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통하는 진실이고, 스웨덴에서는 특히 더 그랬다. 스웨덴 범죄 역사에는 해결되지 않은 살인 사건이 무수히 많지만 경찰관이 살해된 사건 중에는 미해결 사건이 한 건도 없었다. - P88
1. 어느 끔찍한 남자
야간의 한 병원에서 통증으로 신경이 예민해진 한 남자가 불현듯 두려움을 느끼다가 누군가에 의해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당한다. 피해자는 한때 가학적인 성향으로 악명 높았던 형사. 수사 과정에서 그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속속 드러난다. 경찰이라는 권력을 악용해 죄없는 시민을 괴롭히고 없는 죄까지 덮어씌우던 끔찍했던 한 남자의 과거에는 그를 용인했던 조직의 추악한 모습이 있었다. 사건의 진실을 쫒는 형사들은 자신들이 묵인하고 외면했던 과거와 대면해야만 한다. 리 차일드의 서문부터 인상적이었다.

작가 커플 마이 셰발, 페르 발뢰
2.웃는 경관
때는 1960년대. 스톡홀름에서 베트남 반전시위가 벌어지던 날 밤. 버스에서 대량살상이 벌어진다. 놀라운 점은 사망자중 한명이 경찰이었다는 것. 초동수사 부터 증거가 훼손되어 난항을 겪는데...마르틴 베크를 포함, 사건을 맡은 형사들은 목격자를 찾아나서는등 단서가 될만한것들을 수집해간다. 그 과정에서 복지국가 스웨덴의 빈부격차와 공권력의 폐해등 각종 사회문제가 드러난다. 도대체 누가 왜 이 많은 사람들을 살해한 것일까?
"경찰이 필요악이기 때문이야. 누구든 불현듯 경찰의 도움이필요한 순간이 온다는 사실을 알지. 직업 범죄자들조차 그래, 제아무리 도둑이라도 자기집 지하실에서 뭔가 달각대는 소리가 들려서 밤중에 잠을 깨면 어떻게 할 것 같나? 당연히 경찰을 부르지. 하지만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찰이 자기 일을 방해하거나 마음의 평화를 어지럽히면 어떤 방식으로든 두려움이나 경멸을 표현하기 마련이야." - P199
3. 잠긴 방
마르틴 베크 형사는 앞선 사건으로 인해 총상을 입고 수개월간 병원신세를 지다가 퇴원했다. 돌아온 그에게 동료들은 혼자 맡아 할만한 수수께끼같은 사건파일 하나를 넘긴다. 안으로 모두 잠긴 방 안에서 총을 맞아 사망한 남자. 하지만 어디에도 총은 발견되지 않았다. 자살일까? 타살일까? 총은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퇴원 후 이런저런 상황때문에 스스로도 갇힌 느낌이었던 마르틴 베크에게 이 사건은 점점 의미를 갖게 된다. 나머지 형사들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은행강도사건에 매달려야 하는 상황. 오리무중이던 두 사건은 묘한 방향에서 접점을 맞이한다.
일류 범죄자는 붙잡히지 않는다. 일류 범죄자는 은행을 털지 않는다. 그들은 사무실에 앉아서 단추를 누를 뿐,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 사회의 신성한제도를 어지럽히지도 않는다. 대신 일종의 합법적 강탈, 즉 시민들의 주머니를 터는 일을 한다.일류 범죄자는 별의별 활동으로 돈을 번다. 독성 물질로 자연과 사람들을 오염시킨 뒤에 부적절한 처방으로 파괴를 복구하는 척하면서 돈을 벌고, 도시의 넓은 구역을 의도적으로 슬럼화한 뒤에 건물을 죄다 허물고 새로 지으면서 돈을 번다. 그렇게 해서 새로 만들어진 슬럼은 당연히 예전 슬럼보다 주민들의건강에 훨씬 더 해롭다. - P149
시리즈 제목이 장르가 된 '마르틴 베크'에 빠져 며칠을 보냈다. 영화 '헤어질 결심'의 모티프 중 하나가 되었다는
이 시리즈가 어떻게 박찬욱 감독을 매혹시켰는지 충분히 실감할 수 있었다. 복지국가로 잘 알려진 스웨덴을 배경으로 중요한 등장인물인 마르틴 베크 경감을 비롯해 다양한 캐릭터의 형사들이 등장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제임스 본드가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스파이 소설의 대가 존 르까레가 보여준다면 작가 커플 마이 셰발, 페르 발뢰는 모순적인 현실에 발 딛고 선 형사들의 모습을 유쾌하면서도 진정성 있게 담았다.
경찰은 셰발과 발뢰가 선택한 서사 도구일 뿐 아니라 그들이 정치적 견해를 밝힐 대상이었다.
-리 차일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