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음식을 먹고 싶어하는 마음이 나를 그 음식 앞으로 데려다놓을 것이고, 어딘가로 가고 싶어하는 마음이 나를 그곳으로 보낼 것입니다. 어떤 대상을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하는 마음은 결국 그 사람과의 만남을 부를 테고요. 그러니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들이 많다는 것은 앞으로 이루어질 일들이 많다는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이는 역시 저의 바람이자 희망입니다. 그리고 믿음이기도 합니다.- P161
아직도 시는 내게 어렵다.
그렇지만 때로 시가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
온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조용히 소리내어 읽다보면
시인의 마음이 시구를 통해 내게 흘러들어오는 기분을 느낄때가 있다.
산문은 시와 닮았다. 때때로 위안이 되어준다.
좀 더 분명한 목소리로 이런저런 생각을 내게 속삭여준다.
제법 비가 그쳤을때, 가만히 손 내밀어 비가 잦아든 걸 가늠하곤 우산을 접는 꼬마의 모습을 바라보는.
박준 시인의 눈길에 나의 눈길이 더해진다.
봄은 시를 읽기에 더없이 좋은 때다.
어쩌면 여름과 가을과 겨울이 서운하겠지만
새롭게 피어오르는 기운이, 나름의 고고한 투쟁이 시와 닮았다.
봄바람과 함께 산문과 시가 내게로 왔다.
살아가면서 좋아지는 일들이 더 많았으면 합니다. 대단하게 좋은 일이든, 아니면 오늘 들어놓은 것처럼 사소하게 좋은 일이든 말입니다. 이렇듯 좋은 것들과 함께라면 저는 은근슬쩍 스스로를 좋아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P95
이 세계는 영원한 고쳐쓰기의 과정, 구제불능의 패러디이다.
그 세계에서 어떤 이들은 작자가 되길 원하고,
어떤 이들은 독자가 되길 원하지만, 그러나 그 둘은 하나이고,
둘 다 그 주인 없는 테이프의 각본의 원작자가 되길 원한다.
우리는 내면에서 먼저 쓰고 그것을 바깥에서 읽을 뿐이다.
그리고 눈이란 안을 보지 않기 위해,
오직 바깥만을 증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 P64
우리는 사유를 통해서만 뭔가를 소유하며, 식당에 걸린 그림도 우리가 이해하지 못한다면 소유하는 것이 아니며, 한 고장에 산다고 해도 그 고장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소유하는 것이 아니다.- P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