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2차세계대전의 불가해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임에도 아무도 관심갖지 않을 사소한 이야기. <수용소군도>에도 비슷한 증언이 몇 나온다.
처칠, 스탈린. 이런 자들은 이런 사소한 일들이 아무렇지 않았겠지만 (이 자들은 게임 플레이어였으니.) 우리는 언제든 전쟁이 시작된다면 그런 쪽이 아닌 이런 쪽의 일부일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대부분은 그런 쪽이 될것처럼 전쟁을 바라본다. 나는 가끔 이런점이 안타깝고 무섭다. (미미)










프랑스에서 체포되는 독일인 포로 중에서 종종 러시아인이 발견된다. 그런데 얼마 전에 체포된 포로 두 사람은러시아어를 하지 못했고, 체포한 사람들이나 다른 포로들이 쓰는 어떤 언어로도 소통이 불가능했다. 두 사람은 서로하고만 말이 통했다. 옥스퍼드에서 슬라브어과 교수를 모셔왔지만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때 인도 국경 근처에서 복무했던 군 하사가 지나가다가 두 사람의 말을 듣더니 곧 무슨 언어인지 알아차렸다.
그건 티베트어였다!  - P170

티베트어를 약간 할 줄 아는 하사가 이리저리 심문한 끝에 그들의 사연을 파악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수년 전 길을 잃고 헤매다 소련 국경을 넘게됐다. 그리고 이내 소련의 노역 부대에 끌려갔다. 소련이독일과 전쟁을 시작하면서 이들은 곧 러시아 서부로 보내졌다. 독일군에 포로로 잡힌 후에는 북아프리카로 보내졌다. 다음에는 프랑스로 보내졌다. 제2전선이 구축되자 이들은 전투부대로 전출됐고, 이번에는 영국군 포로로 붙잡히는 신세가 됐다. 이 모든 일이 벌어지는 동안 그들은 서로밖에 말할 상대가 없었고, 자신들이 어디에 있고 누가 누구와 싸우는지도 전혀 몰랐다고 한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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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2-02 13: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두사람은 그동안 얼마나 갑갑했을까요? 도대체 왜 자신들이 전쟁터에 있어야 되는지 알아듣는 사람도 하나도 없는 곳에서 말입니다. 저는 속터져서 중간에 죽었을 거 같아요. ㅠ.ㅠ

미미 2021-02-02 13:41   좋아요 2 | URL
그러게 말이예요!ㅠㅇㅠ 안그래도 힘든데 말이안통하는 상황이라니요.

행복한책읽기 2021-02-02 14: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ㅠㅠ 전생사는 다 슬프고 아픈데. 이건 머 ㅠㅠ

미미 2021-02-02 14:32   좋아요 1 | URL
이런일이 얼마나 많았을까요?ㅠㅁㅠ

scott 2021-02-02 14: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굶어죽거나 폭탄 터지는 전쟁터로 끌려가거나 이렇게 살아도 저렇게 살아남아도 ㅠ.ㅠ

미미 2021-02-02 15:02   좋아요 2 | URL
그렇죠! 살아남아도...하..

페넬로페 2021-02-02 15: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구절 읽으니 맘 아프네요^^ 그저 그 말 밖에**

미미 2021-02-02 15:27   좋아요 1 | URL
이 페이지는 다들 안보실줄 알았는데 그저 감사해요~♡

감은빛 2021-02-02 1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코메디나 아이러니 라는 단어들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네요.

미미 2021-02-02 18:09   좋아요 0 | URL
그쵸 뭐라해야할까요. 이밖에도 드러나지 않은 일들이 얼마나 많았을지 안타까워요.

mini74 2021-02-02 2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에 일하러 오셨다가 말이 안 통한다고 정신병원에 수용됐던 찬드라란 네팔분 생각이 나네요. ㅠㅠ

미미 2021-02-03 08:35   좋아요 1 | URL
말이 안되는 일들은 언제 어디든 아직 현재진행형이군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