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킬 수 없는 약속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 소설 추천, 돌이킬 수 없는 약속.2017

 

사람들은 무카이를 '괴물'이라고 불렀다.
원인은 절반 이상이 멍으로 뒤덮여 있었던 그의 얼굴에 있었다.
생김 때문에 어디에 가든 괴롭힘을 당하고, 조롱당하고, 소외되었다.
그런 그의 마음을 유일하게 위로해 준 것은 바로 폭력이었다.
그렇게 절도죄와 상해죄를 반복하며 살았다.

이야기는 그로부터 십수 년이 지난, 현재의 무카이 이야기로 시작된다.
한때 괴물이라고 불렸던 그는 한 여자의 남편이자 한 아이의 아빠가 되어 있었다.
작지만 단골들이 꾸준히 찾아주는 작은 가게도 경영하고 있다.

"내 과거는 온통 거짓이다.
가오루가 내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가 되었을 때, 내 과거를 가오루가 알아버리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위축되기 그지 없었다."


그는 어떻게 지난 과거를 청산하고, 소박하지만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었을까…….
이런 생각이 들 때쯤 그에게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된다.
그리고 그의 삶이 갑자기 잔혹해진다.

 

 

편지를 받아든 무카이는 한 노파와의 만남을 회상한다.
15년 전, 그는 어떤 사건으로 조직원들을 피해 도망 다니는 신세였다.
어떤 희망도 보이지 않았고, 차라리 죽는 것이 더 나을 거란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때였다. 누군가 말을 걸어 온 것이…….
괴물 같은 그를 보고도 온화한 얼굴로 말을 걸어오고, 숙식까지 제공해준 노파.
노파는 그에게 뿌리치기 힘든 약속을 제안한다.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면 도피자금은 물론 신분세탁을 위한 자금까지 지원해주겠다고…….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던 그였다. 그래서 약속했다.
사실, 노파와의 약속은 지키지 않아도 될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15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어느 날 갑자기 생각지 못한 편지가 도착한 것이다.

"그들은 지금 교도소에서 나왔습니다."

편지에는 이 한 줄이 적혀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시한부였던 노파는 오래전에 이미 죽었어야 했고, 이 약속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럼 누가 편지를 보내는 것일까.
편지를 보낸 이는 약속을 이행하도록 강요했고, 외면하려는 그에게 가족을 협박하는 편지를 보냈다.

결국, 그동안 평범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경로를 벗어나 노파의 흔적을 찾아 나섰다.
그렇게 그의 삶은 조금씩 허물어져 나가고 있었다​​​​​​​​​​​​​​​​​​​​.
인간을 무너트리는 것은, 어쩌면 믿을 수 없을 만큼 짧은 순간일지 모른다.
무카이에게도 단 한 줄이 적힌 편지가 도착했을 뿐이니까.

 

 

 

 

도입부는 평범한 일상 소설이다 싶을 만큼 편안하고 가벼운 분위기에서 시작된다.
크진 않지만, 단골이 제법 있어 보이는 가게에서 일상적인 대화가 오간다.
책장을 넘기며 모리사와 아키오의 소설처럼 훈훈한 이야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의문의 편지가 도착한 순간, 따뜻한 분위기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분위기가 반전된다.

야쿠마루 가쿠의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숨겨온 과거는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폭로되기 마련이고, 그 끝은 대개 좋지 않다.
그러니 과거의 일로 끝내기 위해서는 숨기기만 할 것이 아니라, 그 일에 대해 대화로 풀어가는 것이 좋겠다고 말이다.
책을 덮고 난 후에 그의 과거나 편지를 보낸 이를 알게 된 홀가분 보다
무카이가 가족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앞으로 그와 가족은 어떤 삶을 살아갈까?

이 책은 내게 가족관계나 인간관계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다.
일본 소설을 즐겨 읽는 분이라면 분명 만족스러운 독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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