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업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더글라스 케네디 단편소설집, 픽업.2016

 

 

책을 즐기기 시작하면서 소위 '팬질'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서른 넘어서 팬질이라니…….
뭐, 좋아하고 아끼는 작가가 생겼다는 건 좋은 일이니까. ㅎㅎㅎ
아무튼 내가 아끼는 작가 중 한 명이 바로 더글라스 케네디다.
독특한 표지에 끌려 읽게 된 <더 잡>이 그의 작품 모두를 모으게 만들었다.
그의 소설은 항상 '과연 나는 어떤 사람인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번 그의 신간도 마찬가지였다.
애써 외면했던 불편한 핑계(?)들에 대해 묵직한 돌직구를 날렸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이번 신간은 지금까지의 장편소설이 아닌 단편소설집이다.
장편소설이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의 유일한 단편소설집이라는 타이틀도 내겐 꽤 멋진 선물이 되었다.​
읽고 있던 책을 잠시 덮어두고, 부랴부랴 <픽업>을 펼쳐 들었다.
횡령과 금융사기를 치다가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사기꾼의 이야기 <픽업>을 시작으로,
전 부인의 결혼반지를 탐내는 변호사, 전화 한 통화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변호사, 18년 만에 다시 만난 연인 등등
딱 더글라스 케네디다운 단편소설이 12편 실려 있었다.

우리는 왜 우리의 삶에 깃든 모든 좌절과 실패의 원인이
사실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걸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을까?
우리는 자주 상처받았다고 여기지만
사실 상처를 입힌 당사자가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왜 받아들이지 못할까?


그의 소설을 읽다 보면 결혼한 남녀 이야기가 많은데, 그들은 행복하기보다는 불행한 편이다.
책을 읽는 동안 몇 번의 고통과 좌절 그리고 실패를 만났는지 모르겠다.
현실적인 이야기에 씁쓸한 마음이 드는 한편, 결혼이란 것은 하면 안 될 것 같은 기분도 든다. ㅎㅎㅎ
하지만 그가 부정적인 이야기만 하는 건 아니다.
우리 삶에 닥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갈 것인가를 진지하고 깊이 있게 다룬다.
좌절과 고뇌, 실패와 배신 등으로 인생의 쓴맛을 본 사람들이 새롭게 시작하는 모습을 그리고 용기를 준다.
가끔 인생을 잘못 산 것 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그의 소설이 생각나는 걸 보면 많은 위로가 되었나 보다.​

누구나 어딘가로 떠나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기를 꿈꾼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 우리가 스스로 가두어버린 둘레에서 벗어나 단지 한 발짝만 앞으로 내디디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을 텐데 무엇이 두려워 옴짝달싹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을까?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은 한 호흡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가독성이 좋다.
장편소설이 그런데 하물며 단편소설집은 어떻겠는가?
내가 책을 빨리 읽는 편은 아니지만, 이 책은 3시간 정도로 끊은 기억이 난다.
12편을 하나하나 몰입해서 정신없이 읽었다.
그의 팬이라면 장편소설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는 단편소설집도 한 번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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