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래된 골동품 상점 (무선)
찰스 디킨스 지음, 김미란 옮김 / B612 / 201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찰스 디킨스, 오래된 골동품 상점.2015
4시 50분, 기상. 6시 0분까지 조깅.
7시 30분, 집을 나선다.
8시 30분, 회사에 도착. 컴퓨터를 켜고, 커피를 준비한다.
12시부터 한 시간 동안 점심시간. 19시 30분, 퇴근.
20시쯤 30분, 집에 도착. 23시 0분, 취침.
내 평일 일과다.
매일 똑같은 일상을 닷새 반복한다.
그래서일까? 주말에는 만사가 다 귀찮다. 뒹굴 거리며 책을 읽는 게 유일한 낙이다.
지난 주말에 찰스 디킨스의 오래된 골동품 상점을 펼쳐 들었다.

학창 시절, 전공서적(교과서) 이외의 책 읽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
찰스 디킨스가 누군지도 몰랐다. 알고 보니 위대한 유산을 쓴 작가라고 한다.
다들 좋다고 하고, 유명하니 일단 읽어봤다.
사실, 이 책은 '오래된 골동품 상점'이란 제목에 동해서 선택했다.
골동품 상점 안에서 일어난 미스터리 추리물이 아닐까 하는 단순한 생각 때문이었다.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제목이 '오래된 골동품 상점'인 이유는 아직도 모르겠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무려 750페이지가 넘는 분량(벽돌인 줄 알았다)에 아차 싶었다.
디킨스의 특유의 화려한 문장은 또 왜 그렇게 어려운지…….
그래서 처음에는 이야기의 전개보다 분위기와 인물의 특징을 파악하는데 집중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한 가지 확실히 알게 된 것이 있다.
찰스 디킨스의 묘사는 실로 엄청나다는 것이다.
상상력이 부족한 나도 이 골동품 상점을 머릿속에 훤히 떠올릴 수 있을 정도니까.
분위기와 인물의 특징을 파악하고 나니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제야 책장이 넘어가기 시작했다.
디킨스는 인물마다 상징적 성격을 부여했다.
넬은 선하지만, 퀼프는 사악하게.
키트는 정직하지만, 브래스는 비겁하게.
스위블러는 긍정적이고 유쾌하지만, 노인은 부정적이고 나약하게 부여했다.
디킨스는 소설 속 인물을 통해 인간의 다양한 성격을 표현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오래된 골동품 상점에 한 노인과 소녀가 살고 있었다.
천사 같은 소녀, 넬을 위해 노인은 재산을 모으고 싶어한다.
그런데 노인이 재산을 모으는 방법이 틀려먹었다.
도박이라니!!
이 노인네 때문에 어찌나 화가 나던지…….
결국, 모든 걸 잃은 노인과 소녀는 빚 독촉(퀼프)을 피해 야반도주를 감행한다.
사악한 퀼트의 그들(노인과 소녀)을 잡기 위해 추격을 시작한다.
앞에서 말했듯이 나는 책 읽기를 즐긴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작품을 분석하는 깜냥은 안 된다. 그래서 전달하고자 하는 깊은 의미까지는 사실 잘 모른다.
그저, 여리고 착한 소녀, 넬에게 위로받는 기분으로 읽었다. 분위기는 무거운데, 이상하게 마음은 편안해진다.
내가 바라는 결말이 아니라 조금 아쉽다. 먹먹했다. 왠지 이 여운은 오래갈 거 같다.
방황하고 있거나 현실에 좌절한 사람이 위로받을 수 있도록 선물하고 싶은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