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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 제21회 전격 소설대상 수상작
기타가와 에미 지음, 추지나 옮김 / 놀 / 2016년 1월
평점 :
직장인을 위한 책,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2016
나 회사 관두려고. 졸업 후 첫 직장을 다닌 지 고작 8개월 만에 내가 한 말이다.
매일 반복되는 지겨운 일상과 쉴 틈없는 업무에 더는 버틸 자신이 없었다. 새벽 2시 전에 퇴근한 적이 별로 없다. 결국, 사직서를 냈다. 후회하지 않았지만, 불안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년이란 시간을 공부했다. 그리고 올해가 지금 몸담은 회사에 다닌 지 8년째 되는 해이다.
이 책의 주인공 아오야마의 하루도 내 사회 초년생 때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업무가 적성이 맞는 것도 아니다. 그저 합격한 회사가 여기뿐이라 어쩔 수 없이 다니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인정받을 정도로 유능하지도 않다.
야근에 휴일 근무까지, 업무에 찌들대로 찌든 그가 지하철 승강장 끝에서 두 눈을 감는다. 무기력하게 휘청거리는 그를 누군가가 붙잡는다.
자신을 동창생이라고 주장하는 야마모토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오야마는 그에 대한 기억에 전혀 없다.
어쨌든, 분위기에 휩쓸린 아오야마는 야마모토와 가볍게 술 한 잔을 하며 친해진다.
야마모토 덕분에 아오야마는 조금씩 긍정적으로 변하지만, 좋은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한다.
업무상 과실로 회사에 적잖은 피해를 준 것이다.
이 사건으로 아오야마는 자신감을 잃고 나락으로 떨어진다.
전쟁 같은 직장생활에서 살아갈 용기를 완전히 잃은 것 같다.
그는 생각보다 심각하게 쿠크다스 멘탈이었다.
냉철한 야마모토는 이직을 권한다.
이직 경험이 있는 나도 그에게 이직을 권했을 것이다.
애초에 그 회사와 그는 맞지 않았다. 쓸데없이 자괴감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나 자신까지 잃어가며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물론,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 회사가 평생 간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적성에 맞는 일을 찾는 것이 더 낫다.
힘들 때 내 이야기를 들어줄 가족과 친구가 있다면 더없이 좋다. 주인공 아오야마처럼.
이 책은 직장인의 생활과 심리가 잘 표현된 소설이다.
성공을 위해 누군가를 짓밟아야 하고, 남을 믿어서는 안 되는 직장 생활의 불편한 진실도 잘 표현하고 있다.
일본이 배경이지만, 한국의 직장인들도 공감할만한 이야기다.
한두 시간이면 완독할 수 있는 부담 없는 분량의 소설이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상처받고 좌절하고 있을 대한민국 직장인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과 함께 <직장인 자양강장지, 김대리>라는 책도 권하고 싶다.
대한민국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애환이 유쾌한 카툰과 에세이로 담긴 책이다.
때로는 평범한 일상이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