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년에 단 하루, 지금 이 순간.2015

 

 

작년에 출간된 '센트럴파크'를 포함해 기욤 뮈소의 작품은 내게 단 한 번도 실망을 안겨준 적이 없었다. 그의 신간 소식에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읽고 있던 책을 덮어두고, '지금 이 순간'을 펼쳐 들었다. 지금까지 그의 작품 읽어오면서(전부를 읽진 못했지만) 느낀 것은 그가 판타지와 현실의 경계, 로맨스 그리고 반전을 자주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남자 주인공이 시간 여행을 하게 되고, 한 여자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설정을 사용했다. 물론 기가 막힌 반전도 빼놓지 않았다. ​이번 작품은 앞서 말한 요소들에 스릴러가 결합한 작품이다. 다양한 장르적 요소가 결합하였음에도, 읽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다양한 요소 덕분인지 오히려 풍성한 소설이 된 느낌이다.

 

 

아서는 집안에서 별장으로 사용하던 등대와 그 등대에 딸린 집을 상속받게 된다.
유산 상속 과정에서 아버지는 지하실에 있는 철제문을 절대 열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한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열어본 아서는 하루가 1년이 되는 등대의 저주에 걸린다. 의지와 상관없이 하루, 24시간이 지나면
정신을 잃고, 1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버린 낯선 곳에서 깨어나기를 반복한다. 깨어날 때마다 변해버린 현실과 마주하는 것이 고통스럽지만, 그는 이 가혹한 시간 여행을 24년간 해야 한다. 하루는 리자라는 매력적인 여자의 집에서 깨어났다.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게 되지만, 알다시피 아서에게 허락된 시간 1년에 단 하루뿐이다. 아서도 아서지만, 한편으로는 언제 돌아올지, 또 언제 사라질지 모를 남자를 사랑하게 된 리자가 가엽다. 몸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1년에 단 하루만 만날 수 있는 두 사람의 사랑은 마냥 순탄치만은 않았다. 아마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한 두 사람의 미래 때문일 것이다.

매일 365일, 하루 24시간을 정해놓은 계획에 맞추어 낭비하지 않고 생활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물론 분 단위, 초 단위로 생활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존경할 만하다. 하지만 정해진 틀에만 맞추어 산다면 사는 게 버겁고 재미없지 않을까? 이 책은 1년 365일을 하루 24시간 동안 압축해서 살아야 하는 아서를 통해 '지금 이 순간'의 중요함을 잘 담아내고 있다. 덕분에 사람들이 정해놓은 틀에 맞추어 사는 것이 곧 낙오하지 않고 사는 삶이라는 강박에 대한 부담감을 덜었다. 시간에 얽매이지 말고, 현실을 피하지 말고, 내일로 미루지 말고, '지금 이 순간'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기욤 뮈소의 '지금 이 순간'을 재미있게 읽었다면, 민음사에서 출간한 '에브리데이'라는 책도 권하고 싶다.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낯선 곳에 깨어나는 '지금 이 순간'의 아서와 달리, '에브리데이'의 A는 매일 낯선 곳, 다른 사람의 몸에서 깨어나는 설정이다. 아서에게 리자가 있었듯이 A에게도 리애넌이란 소녀가 있다. 리애넌을 사랑하게 되면서 A는 '내일'을 약속할 수 있는 삶을 갈망하게 된다. 역시 여자는 남자의 미래인가. 아무튼,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으려던 아서와 A의 모습이 많이 닮아서 함께 읽기에 더없이 좋은 책으로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