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온 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1. 걸 온 더 트레인. 전미대륙에서 6초마다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 14주 연속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1위 등 일단 이 책의 화려한 수상 이력이 예사롭지 않았다. 아직 읽지 못해 잔뜩 쌓인 책상 위 책들 속에서도 자꾸 눈에 들어왔다. '나 1등한 책이야. 이런대도 안 읽을 거야? 한 번 읽어나 보지 그래? 정말 재밌대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먼저 읽어야 할 많은 책을 뒤로하고 이 책을 먼저 펼쳐들었다. '그래, 네가 그렇게 재밌단 말이지… 날도 더운데 가슴 서늘한 스릴러 한 편이나 읽어보자.' 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2. 레이첼은 단기 기억 상실증을 앓는 알코올 중독자이다.
뿐만 아니라 이혼과 실직까지 말 그대로 망가진 인생의 표본을 잘 보여주는 여자다. 안쓰러울 정도로. 실직한 상태이지만 이혼 후 함께 사는 친구의 눈치를 보며 매일 런던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거짓 출퇴근을 한다. 항상 술과 함께. 매일 아침 똑같은 시간 통근 기차 밖 풍경을 보며 시간을 보내던 그녀는 결혼 당시 살았던 집 근처의 스콧 부부를 매일 관찰하기 시작한다. 단 몇 초에서 몇 분, 짧은 시간을 기차 안에서 지나쳐 볼 뿐이지만 스콧 부부가 행복하고 완벽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실패한 자신의 결혼 생활에 대해 대리만족을 하듯. 평소와 같이 스콧 부부를 관찰하던 어느 날, 행복해 보이던 스콧 부부의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망가진 삶에서 벗어나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은 욕구가 강했던 그녀는 이제 스콧 부부의 인생에 끼어들기로 한다. 그렇게 타인의 삶을 지켜보던 그녀는 살인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3. 레이첼, 메건, 애나 세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스릴러라는 장르라는 특성 때문인지 일단 전반적인 분위기는 어둡고 무거웠다. 또 단기 기억상실뿐만 아니라 소설이 전개되는 내내 술에 절어 있는 레이첼 덕분에 책을 읽어나기 시작한 처음 한동안은 그녀가 이야기하는 내용 중 무엇이 진실이고 또 무엇이 거짓인지 확신할 수 없어 갈팡질팡하며 읽는 속도가 나지 않아 조금 힘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레이첼이 스콧 부부의 살인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부터 이야기는 급물살을 탄다. 진실과 거짓이 사이에서 거미줄처럼 얽힌 세 여자와 범인과의 관계를 추측하는 재미로 흥미롭게 읽어나갔던 것 같다. 비록 범인이 누구인가 하는 내 추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지만 말이다. 

 

4. 고등학생 시절에 나는 매일 전철을 타고 등하교를 했다.
그래서 나 역시 레이첼처럼 매일 아침 똑같은 시간을 전철 밖 풍경을 관찰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소설처럼 빅토리아 왕조 풍의 멋진 연립주택도 스콧 부부처럼 아침에 테라스에서 커피는 마시는 사람을 볼 수는 없었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집들과 매일 스쳐 가는 거리의 사람들을 보고 나도 모르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지루한 등하교 시간을 보내기도 했던 것 같다. 내게는 그저 평범했던 일상이 이렇게 흥미로운 스릴러 소설이 될 수 있다니… 감탄하며 마지막 장을 넘겼던 소설 <걸 온 더 트레인>. 다소 속도가 나지 않는 초반만 잘 버티면 끝까지 몰아치는 힘이 있는 스릴러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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