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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네트의 고백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1. 이 책의 저자 카린 지에벨은 <그림자>라는 소설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 후 <너는 모른다>라는 소설을 통해 한 번의 만남이 더 있었다. 그리고 그 두 권의 소설로 알 수 있던 것은 그녀의 소설은 팽팽한 긴장감과 탁월한 심리 묘사가 일품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이 책 <마리오네트의 고백>도 두꺼움의 부담보다 다시 그녀의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펼쳐 들 수 있었던 것 같다.
2. 3천만 유로에 달하는 보석을 탈취한 4인조 은행강도가 경찰의 수배를 피해 프랑스의 외딴 시골 마을에 들어선다. 은행을 털고 도주하는 과정에서 총상을 입은 윌리암을 치료하기 위해 그의 형 라파엘은 마을의 한 동물병원 앞에 적힌 수의사 상드라의 연락처를 발견하고 도움을 청한다. 라파엘 일당은 남편이 출장 중이라 빈집이었던 상드라의 집에서 윌리암이 회복할 때까지 우선 은신하기로 한다. 그런데 라파엘 일당에게 인질이 된 집주인 상드라의 태도가 놀라우리만큼 침착하다는 점이 이상하다. 그러던 중 상드라의 남편 파트릭이 출장에서 돌아오게 되고 사이코패스 파트릭의 등장으로 라파엘 일당과 상드라의 상황은 역전되고 마는데….
3. 소설 <그림자>를 읽을 때 영화 <슬립타이트>가 떠올랐다면, 소설 <너는 모른다>를 읽을 때는 <나를 찾아줘>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이렇게 카린 지에벨의 작품을 읽을 땐 예전에 봤던 영화가 한 편씩 떠오른다. 물론 이 책을 읽을 때도 어김없이 어느 영화 한 편이 떠올랐는데, 30만 달러를 훔친 후 경찰 수배를 받게 된 주인공이 이를 피해 우연히 들어간 낯선 집의 사이코 주인 때문에 궁지에 몰리게 되는 영화 <퍼펙트 호스트>였다. 물론 소설과 영화 두 작품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단지 라파엘 일당이 경찰 수배를 피해 은신하게 된 집의 주인인 상드라의 남편이 보통의 평범한 사람은 아닐 것 같단 생각이 들었고, 그때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영화일 뿐이다. 아직 영화 <퍼펙트 호스트>를 못 봤다면 이 책을 다 읽은 뒤 영화 한 편 가볍게 즐기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비록 허탈함만 남는 영화지만… 영화가 재밌다는 말은 아지 않았다는 것이 함정.
4. 책 제목인 마리오네트란 관절마다 매달린 끈을 이용해 조종하는 인형이나 인형극을 말한다.
이 소설에서는 사이코패스 파트릭의 마리오네트가 상드라였다. 한장 한장 넘기면서 조용한 시골의 한 농가에서 은밀하게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범죄와 마주할 때마다 그 잔혹함에 치가 떨렸다. 카린 지에벨의 탁월한 심리 묘사 덕분에 피해자의 입장에서 그 공포와 두려움을 경험하게 된다. 잠 못 드는 후텁지근한 여름밤 읽기에 딱 좋은 소설이 아닐까 싶다. 벌써 그녀의 다음 소설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