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비록 - 유성룡이 보고 겪은 참혹한 임진왜란
김기택 옮김, 임홍빈 해설, 이부록 그림, 유성룡 원작 / 알마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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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에는 영화 <명량>이 누적 관객 수가 천칠백만 명을 돌파하며 진기록을 세우는 기염을 토했다. 덕분에 출판업계 역시 너도나도 이순신 관련 도서를 출간하느라 바쁜 한 해였다. 그렇게 뜨거웠던 이순신 열풍이 차차 사그라지는가 싶더니 KBS 대하역사드라마 <징비록>이 방영되면서 시중에 다양한 <징비록>이 출간되기 시작했다. <징비록>은 임진왜란 뒤의 사실을 기록한 것이다. 당시 영의정이었던 유성룡이 전쟁이 끝난 뒤, 비참하고 끔찍했던 지난 일의 잘못을 주의하여 뒷날에 어려움이 없도록 조심하기 위해 직접 기록한 것이다. 평소 한국사를 좋아한다고 말하던 내가,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은 임진왜란, 그 날의 모습을 상세히 기록한 <징비록>을 읽어보지 않았다는 점이 부끄러워 알마에서 출간된 <징비록>을 펼쳐 들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거의 200년이라는 긴 시간을 전쟁 없이 평화롭게 지내고 있었다. 서울에서나 지방에서나 사람들이 다 편한 일만 찾았다. 당시 일본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66개 나라를 통일시키고 강력한 왕이 되었다. 그런데도 대외 관계에서 우리나라는 오로지 명나라에만 의존할 뿐 일본과의 관계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일본이 전쟁을 일으키려 한다는 수많은 징후와 경고도 가볍게 무시했다. 결국, 수십 일 만에 서울과 개성 그리고 평양을 지켜내지 못하고 전 국토가 초토화가 되는 난리를 겪게 되었다. <징비록>을 읽다 보면 답답할 정도로 무능한 인물이 많이 등장한다. 특히, 적을 막을 수 있는 훌륭한 요충지가 있었음에도 이를 지키지 못한 신립과 일본군과 싸우는 것이 두려워서 짧은 시간이면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일본군을 다 처형시킬 기회를 놓친 깅경로의 이야기를 읽을 때는 어처구니가 없어 가슴이 답답하고 부끄러웠다. 내가 더욱 부끄럽게 생각했던 것은 1592년과 1597년에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겪었음에도, 1910년에는 한일합방이 되어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았다는 점이다. 또한, 아직도 뿌리 깊게 남은 친일의 행적을 뽑아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우리말로 쉽게 풀어놓은 이 책은 이런저런 뒷이야기를 담은 <녹후잡기>와 해설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이 임진왜란 당시의 모습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만한 책이라 생각한다. 더불어 이 책을 먼저 일독하고 KBS 대하역사드라마 <징비록>을 챙겨본다면 한층 깊이 있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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