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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그 집에서 무슨 꿈을 꾸었을까 - 옛 공간의 역사와 의미를 찾아 떠나는 우리 건축 기행
노은주.임형남 지음 / 지식너머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전통건축을 다룬 책을 좋아한다.
내가 전통건축에 정통한 것도 아니고 전통건축을 전공한 것도 아닌데, 그냥 사람 사는 냄새가 나고 이야깃거리가 있는 옛 고건축 답사 관련 책이 그냥 좋다. 건축이라는 것은, 집이라는 것은 그냥 지붕이 있고, 벽이 있어 바람을 막고, 비를 피하는 그런 껍질이라는 의미 외에도 자기완성의 의미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즉, 짓을 짓는 이의 사고와 철학을 담는 하나의 조형물이며 사는 이의 삶이 담긴 것이 집이라는 것이다. 물론 저자의 생각에 나 역시 동의한다. 그런 의미로 저자는 조선 시대의 최고의 집을 산천재로 꼽고 있다. 산천재는 남명이 61세에 지은 집이다. 백두산의 흐름이 한반도의 척추를 타고 내려와 소백산에서 크게 꺾고 바다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큰 용틀임을 하는 곳인 지리산에 위치한 산천재를 집을 짓되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점을 찍었다고 표현하고 있다. 마당에는 덕천강의 흐름을 담고 지리산을 베고 누운 산천재를 생각해보니 학창시절부터 답사를 좋아하는 성격이라 그런지 나도 모르게 휴가 때 꼭 찾겠노라 다짐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은 집은 50년 된 세 칸 집을 되살린 루치아의 뜰이다. 이 집은 유명한 이의 집이 아닌 그저 작은 뜰이 있고 뜰 옆으로 방 두 칸, 부엌 한 칸, 다락 한 칸 구조로 지어진 집이다. 몇 년간 비어있던 집이었으나 새 주인이 옛 흔적들은 살리되, 새로 끼어드는 요소들은 현대의 장점들을 활용하여 자연스럽게 공존하도록 했다. 사실 유명한 사찰, 서원, 궁, 고택 등 옛 건축물의 이야기는 인터넷을 조금만 찾아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루치아의 뜰처럼 평범한 우리네 삶에 녹아 있는 옛 건축물의 이야기를 전해 들을 기회는 흔치 않다. 이곳 역시 산천재와 더불어 날이 풀리면 꼭 한번 찾고 싶은 집이다.
이 책에는 사찰, 서원, 궁, 고택 등 전통 건축의 역사와 숨은 이야기로 가득하다. 읽을거리가 풍부하다는 말이다.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책에 실린 사진을 보고 있으며 잠시라도 그곳에 머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역사와 건축을 좋아하는 분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