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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리부트 - 전2권
에이미 틴터러 지음, 박효정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렌 178, 톰 45, 매리 135 등 번호와 함께 불리는 이름. 바코드 낙인. 손목에 찍힌 번호를 보고 두려움에 떠는 인간. 리부트가 되기 전 사망 시간이 짧을수록 인간성은 더 많이 남는다는 말이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 책은 치명적인 KDH 바이러스로 황폐해진 미래의 텍사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KDH 바이러스는 한번 죽었던 사람의 일부 되살려 버리는 부작용을 일으킨다. 인기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에서 한번 죽었다가 되살아난 존재를 '워커'라고 부르듯 이 책에서 KDH 바이러스의 부작용으로 되살아난 이들을 '리부트'라고 불렀다.
분명히 '리부트'는 죽음에서 되살아난 일종에 좀비 같은 존재이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존재와 다르다. 몇 가지 특징을 알아보자면 그들은 보통 인간보다 강하고 빠르며 상상 이상의 치유 능력을 갖추고 있다. 뇌를 공격당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무적이다. 또한, 리부트는 생전의 외모보다 더욱 완벽하게 아름다운 외모를 지니고 있다. 뇌가 약점이라는 것을 빼고는 모든 것이 일반 좀비들과 다르다. 리부트는 되살아나기까지 걸린 시간이 길어질수록 전투 능력과 치유 능력이 강해지는 반면 인간이었던 감정은 상실한다. 되살아나는 데 걸린 시간은 손목에 찍힌 번호로 알 수 있으며 이 책의 여주인 렌 178은 열두 살 때 가슴에 총을 세 발 맞고 죽은 지 178분 만에 병원 시체 안치실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그녀의 번호 178보다 높은 번호를 가진 리부트는 없었다. 책장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마주하는 독특한 세계관과 흥미로운 설정이 책을 내려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KDH 바이러스 창궐 후 '인류 발전 진흥회(이하 인발진)'는 정부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인발진 소속 군인들은 리부트를 관리하고 범죄자들을 소탕하는 등에 이용한다. 인발진에서 높은 번호의 리부트들이 갓 리부트가 된 신입들의 조교가 되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을 한다. 178이라는 높은 번호의 엘리트 리부트 렌은 늘 높은 번호의 신입을 담당했는데 이번에는 자신에게 스스럼없이 대하는 22라는 가장 낮은 번호의 캘럼을 담당하기로 한다. 되살아나는 데 걸린 시간이 짧아서 인간의 감정을 거의 그대로 갖고 있던 캘럼을 교육하던 렌은 그의 영향 때문인지 조금씩 인간의 감정을 찾기 시작한다. 한편 룸메이트자 친구인 에버 56가 밤마다 자신을 공격하는 등 이상 증세를 보였는데 렌은 인발진이 60번 미만의 리부트에게 정기적으로 놓았던 주사가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증세가 심해진 에버는 그녀가 손을 쓸 수도 없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데….
친구 에버를 잃은 충격도 잠시, 일하지 않는 리부트를 위한 공간은 없다며 메이어 로사 지부 부대장은 캘럼이 임무를 거부할 경우 렌보고 직접 제거하라고 명령한다. 렌은 캘럼까지 잃을 수 없었기에 인발진 경비병인 레브와 협상하기로 한다. 다른 지부에 있는 레브의 딸(애디나 39, 리부트)을 구해주는 대신 레브는 렌과 캘럼의 탈출을 돕기로 한 것. 무사히 탈출한 후 레브의 딸 애디나까지 구하는 데 성공한 렌은 죽은 에버와 같은 증세를 보이는 캘럼(60번 미만인 캘럼도 그동안 인발진에게 주사를 맞아왔다.)의 해독제를 찾기 위해 인간 반란군의 도움을 받아 오스틴 기관을 습격하는 데에도 성공한다.
오스틴 기관에 있던 100명의 리부트들과 함께 리부트 자치구역에 도착한 렌은 자치구역의 리더 마이카 163에게 환영받는다. 함께 사냥을 나가자는 마이카의 제안에 렌은 아무런 의심 없이 따라나선다. 그 사냥의 목표가 인간이라는 것을 알기 전까지…. 렌은 마이카가 인류 전부를 말살하고 리부트만의 세상을 만들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캘럼과 함께 최대한 빨리 떠나기로 한다. 하지만 렌은 리부트도 구하고 인간도 구하자는 의견을 내놓는 캘럼과 의견 마찰이 생긴다. 인간에게 빚(캘럼의 약을 구할 때 받았던 도움)을 진 것이 마음에 남아있던 렌은 캘럼이 반란군에게 쪽지를 건네줄 기회를 만들어준다. 그러다 갑자기 일이 터졌다. 레브의 딸 애디나가 마이카에 대항해서 인간들을 구할 리부트를 모집했다는 이유로 공개적으로 형벌을 받고 있었던 것. 렌은 마이카에게 한 방 먹이고 짐을 챙겨 당장 그곳을 떠나기로 한다.
공개적으로 렌에게 치욕을 당한 마이카는 렌과 애디나를 납치한 후 현상금 사냥꾼이 있는 지역에 던져버린다. 마이카는 등장부터 내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결국 일을 쳤다. 인발진 군인에게 붙잡힌 렌은 인발진이 더 나은 리부트를 만들기 위해 개발하고 있는 약의 실험 대상이 된다. 그 시각 캘럼은 렌을 구출하기 위해 반란군 인간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지역을 재건설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유로 거절당한다. 캘럼은 처음으로 인간을 구하려고 했던 자신에게 회의감을 느꼈다. 과연 캘럼은 인간의 도움 없이 무사히 렌을 구출하고 인간과 리부트가 공존하는 이상적인 세상을 만들 수 있을지는 책을 통해서 직접 확인하길 바란다 : )
리부트는 SF와 액션 요소가 지배적이지만 중간중간 로맨스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책의 도입이 워낙 인상 깊어서 로맨스 요소가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건 아닐까 걱정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노골적이지 않고 절제된 로맨스로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아서 좋았다.
되살아난 인간의 대명사 좀비. 리부트는 그동안 내 머릿속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던 좀비의 상식적인 모습을 깨어버린 책이다. 빠르고 강하며 아름다운 색다른 좀비. 이런 신선함은 호기심으로 변했고, 호기심은 나를 몰입으로 이끌었다. 블랙 로맨스를 즐겨 읽는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폭스사에서 영화 판권을 획득해 이미 시나리오 작업을 끝냈다고 하는데 영화도 벌써 기대된다. 참고로 인물 관계도는 리부트를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어 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