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필 - 들어 세운 붓
주진 지음 / 고즈넉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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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역변을 다룬 <역린>, 조선왕조실록의 사라진 15일을 다룬 <광해 왕이 된 남자>, 훈민정음 반포 전 7일간 경복궁에서 벌어지는 집현전 학사 연쇄살인 사건을 다룬 <뿌리 깊은 나무> 등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팩션 사극 소설을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즐기는 편이다. 팩션 사극 소설은 이미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하여 만든 가상 현실 속에서 재미와 감동 그리고 지식을 동시에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필 - 들어세운 붓>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여담이지만 고즈넉 출판사의 사극 소설은 <정도전>, <별안간 아씨>, <직필 - 들어세운 붓> 이렇게 세 작품을 읽어봤는데 한 번도 실망한 적이 없다. 세 작품 모두 만족스러웠고 기회가 되면 고즈넉 출판사의 <명량>도 읽어보고 싶다.

 

 

 

 

직필 - 들어세운 붓은 조선의 제9대 국왕인 성종과 세조의 킹메이커인 한명회의 대결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지는 소설이다. 한명회는 수양대군을 도와 단종을 폐위시키고 수양대군을 세조에 올린 대단한 인물로 영화 <관상>을 통해 수양대군의 킹메이커로 주목받기도 했다.

 

이 책의 이야기는 숲 속의 작은 초가집에서 십여 년간 정신을 잃고 잠들어 있던 한 남자가 깨어나면서 시작된다. 남자는 선대왕인 예종의 사관이었지만 사초에 손을 댄 죄로 유배를 떠났다가 사고를 당해 지금은 자신이 누구인지, 왜 여기에 있는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가 숨긴 사초가 역모와 관련된 사초였는지도….

 

자신을 형님이라고 부르는 정체 모를 사내 '이정(월산대군)'의 도움을 받아 어느 정도 몸을 회복한 그는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해 기거하던 초가집을 떠나기로 한다. 조금씩 기억의 퍼즐이 맞춰질수록 그는 거대한 무언가가 자신을 추격하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예상하지 못한 혐오스러운 자신과 대면하게 된다. 그가 기억을 찾아가는 도중 자신의 아내라는 인물과 절친한 친구였다는 인물을 만나게 되는데, 이 장면에서 꿈속에 들어가 생각을 훔치고 기억을 심는 영화 <인셉션>이 떠올랐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자신들이 원하는 역모의 사초를 얻기 위해 기억을 잃은 그에게 새로운 기억을 심는다는 내용이 꿈속에서 피셔에게 자기 길을 가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심어놓는 영화 <인셉션>의 내용과 묘하게 오버랩 되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아내라고 믿었던 사람이 사실은 싸구려 창부였다는 사실에 충격에 빠진다. 이제 그는 몸이 기억하고 있는 과거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하나하나 흔적을 쫓기로 하는데….

 

선대왕의 독살에 관한 사초. 이 역모의 사초를 찾는 한명회와 성종. 그리고 의경세자의 장남임에도 왕이 되지 못한 월산대군의 결정. 모든 것이 어우러진 흥미로운 이야기에 책장의 넘김은 거침없었다. 퇴근해서 읽기 시작한 책을 네 시간 만에 모두 읽어버렸다. 그만큼 흡입력이 강한 책이었고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땐 언제 다시 이런 팩션 사극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마저 들었다. 팩션 사극 소설을 좋아한다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세종 사후 왕위 계보도도 이해를 도우려고 그려놨으니 이 글을 읽을 때 참고하기 바란다. 이는 책에 나와 있는 계보도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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