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 붉게 피던 집
송시우 지음 / 시공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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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일본 추리 소설에 길들어 있던 나는 사실 한국 추리 소설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최근 들어 한국 추리 소설이 많이 출간되고 있는 모양이지만 아직은 내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나 읽어보고 싶은 작품을 만나지 못했다. 이는 지금까지 읽은 일본 추리 소설과 한국 추리 소설만을 비교했을 때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내게 송시우 작가의 <라일락 붉게 피던 집>은 한국 추리 소설에 대한 편견을 어느 정도 벗어나게 만든 소설이었다. 심지어 표지도 꽤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내 호기심을 자극했던 것은 이 책의 배경이 1980년대 다가구 주택에서 일어난 사실이라는 점이었다. 이 책의 여자 주인공 현수빈이 꼭 내 또래였고, 나 역시 1984년에 그녀처럼 다가구 주택에서 생활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 책은 대중문화평론가이자 잘나가는 스타 강사인 현수빈이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살려 <대중문화평론가 현수빈의 유년기행> 이라는 타이틀로 칼럼을 쓰면서 시작된다. 칼럼을 준비하면서 줄곧 추억이라는 감상에 빠져 지내던 수빈은 1984년 라일락 하우스에서 함께 살았던 사람들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곧바로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그들을 공개 수배한다. 애틋한 추억 여행도 잠시… 부부금실이 좋았던 신혼부부, 서로 사이가 좋았던 세 건넌방 세 언니, 내성적이지만 아이들과 잘 놀아주던 영달이 오빠에 대한 이야기를 칼럼으로 써나갈수록 아름답게 포장되어 있던 자신의 기억이 어딘가 잘못되어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러는 사이에 라일락 하우스에 살았던 사람들과 하나둘 연락이 되고, 그녀는 그동안 숨겨있던 라일락 하우스의 어두운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힘들었고 어려웠던 시절 매일 부딪힐 수밖에 없는 한정된 공간에서 일어났던 추악하고 더러운 비밀. 그리고 그 속에서 사람이 얼마나 이기적인 존재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소설이었다. 진실이 무엇인지는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하길 바란다.

 

이야기 속의 주 무대인 라일락 하우스는 1980년대 서울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다가구 주택이다. 그 시절 내가 살았던 곳도 다섯 가구가 함께 부대끼며 살았던 곳으로 소설에서 나온 것처럼 사생활이라고는 지켜지기 힘든 곳이었다. 말 그대로 누구 집 밥숟가락이 몇 개인지 다 아는 사이였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은 주인집 아저씨가 나를 위해 별도의 공부방을 만들어주었다는 것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고양이 장난감을 만드는 부업, 연탄가스 중독 사고, 눈길 위에 연탄재, 낙찰계 등은 동네 아줌마와 이야기를 하며 다양한 부업을 한 젊었던 내 어머니와 다섯 살에 연탄가스 중독으로 죽다 살아났던 기억을 떠오르게 했다. 읽는 동안 이런저런 기억과 소설이 오버랩되었다. 퇴근하고 집에 오니 도착해있던 이 책을 4시간 반 정도 걸려서 다 읽어버렸다. 상당히 흡입력이 있었다. 실로 오랜만에 만족스러웠던 한국 추리 소설을 만나서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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