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엄마의 느림여행 - 아이와 함께 가는 옛건축 기행
최경숙 지음 / 맛있는책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건축 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 화려함은 없지만, 자연과 잘 어울리는 한국 전통 건축에 관심이 많이 생겼다. 대학 시절 3학년 때는 학과 임원을 맡아 건축 답사 루트를 직접 짜면서 사전 답사를 통해 남들보다 다양한 곳에 먼저 다녀올 기회를 얻기도 했다. 스무 살 1학년 때 무작정 끌려다니던 답사에서 전통 건축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쌓인 후 직접 루트를 짜서 다니는 답사는 차원이 달랐다. <건축가 엄마의 느림여행>을 읽어 보니 잊고 지냈던 그 시절이 생각이 났다. 청춘이었던 우리에게 교수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애인과 데이트를 할 때 옛 건축물을 보러 다니는 것도 좋다. 다만 건축물에 대해 미리 조금의 공부를 해서 애인에게 설명해주면 점수를 딸 수 있다고…. 지금 생각해보면 유치하긴 했지만 나도 써먹었던 추억이 있다. 아마 강원도 오대산 월정사에 갔을 때로 기억된다. 결과도 꽤 괜찮았던 걸로. 이 책은 건축가이자 두 딸의 엄마인 저자가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전국의 유명 사찰과 고택, 정자, 전통주택을 여행하며 보고 듣고 알고 있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나와 목적(?)은 다르지만, 옛 건축을 보며 누군가와 함께 여행하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역시 즐거운 것 같다.

 

 

 

 

 

책은 가족여행을 주제로 담고 있지만 담긴 내용은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들어가기 전에'라는 타이틀로 전통 건축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책을 읽는 데 어렵지 않도록 전통 주거, 사찰 건축, 서원과 정자, 풍수지리, 전통 건축 용어에 대해 깊이 있는 설명에 건축을 전공한 나도 공부를 할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 전통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는 어쩌면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이다. 어려운 용어도 많고 복잡하다. 어쩌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낯설고 오래된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가 모르고 있던 답사지의 흥미로운 이야기와 함께 옛 건축을 읽고 있노라면 옛날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아서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저자가 대학 시절 처음 답사를 한 곳이 담양 소쇄원이라고 한다.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곳으로 나중에 꼭 가봐야지 하면서 미루어두었던 곳이 담양인지라 관심 있게 읽어나갔다. 답사 초년생이었던 저자에게 첫 번째 답사지인 담양 소쇄원의 묘미와 숨은 가치는 잘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한다. 내 첫 답사 경험과 상당히 비슷해서 왠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졌다. 저자는 한 번의 답사로 끝내지 않고 서른다섯 나이에 네 번째로 담양 소쇄원을 찾았다고 한다. 저자의 글에서 담양 소쇄원은 저자에게 옛 연인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저자가 얼마나 그곳에 애정이 많은지도….

 

책을 읽는 동안 예전에 내가 다녀왔던 곳이 나오면 추억을 떠올리게 되고, 미처 가보지 못한 곳이 나오면 풍경과 잘 어우러진 전통 건축이 담긴 사진에 감탄했다. 곳곳에 나오는 아이의 사진에 나도 모르게 흐뭇해진다. 그래서일까 자박자박 느린 걸음으로 옛 건축을 여행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저자는 옛 건축에 대한 설명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까지도 설명해주고 있어서 전통 건축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이 책을 읽는 동안 전통 건축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저절로 쌓일 것 같다. 전통 건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