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거리에서 1
오쿠다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민음사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오쿠다 히데오의 신간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반가운 마음으로 읽게 된 민음사의 <침묵의 거리에서>는 작가의 기존 작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가진 작품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아니 지금도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어 이제는 익숙하기까지 한 어린 학생들의 교내 왕따 문제와 학교폭력을 이야기하고 있다. 흡입력 있게 진행되는 이야기는 책의 중 · 후반까지도 진실이 무엇일까, 결말을 쉽게 예측할 수 없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한가지 사건이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았다. 바로 한동안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고 지금도 회자게 되고 있는 "정다금양의 투신사건" 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교내 왕따, 학교 폭력 그리고 한 학생의 죽음이란 내용이 "정다금양의 투신사건"과 꽤 닮아있기 때문이다. 물론 개개인의 관점과 견해차는 있을 수 있지만, 그 사건을 알고 있던 독자라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더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일본의 조그마한 마을, 숨 막히는 열기로 가득한 7월. 국어 교사 이지마는 자신의 아들이 아직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았다는 전화 한 통을 받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지마는 교내 순찰을 하는 도중 전화 속 학생이 교내에서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죽은 학생은 그가 담당하는 반의 학생으로 중학교 2학년인 나구라 유이치였다. 사건을 조사하던 도요카와 형사는 사건 현장에 인접한 운동부실 지붕에서 여러 명의 발자국을 발견하고, 단순한 자살사고가 아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사건으로 수사 방향을 맞춘다. 그리고 나구라 시신에 있는 수십 개의 꼬집힌 상처와 휴대폰에 남아있는 문자메세지를 바탕으로 나구라와 같이 테니스 부원으로 있었던 네 명의 학생을 가해자로 지목한다. 일본의 현행법상, 네 명의 학생 중 두 명은 열네 살이라 바로 체포되어 조사를 받고, 나머지 두 명은 아직 열세 살이라 아동 상담소에서 따로 조사를 받았다.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의 부모는 자신의 아이는 그럴 아이가 아니라며 자신의 아이를 보호하기에 급급해한다. 세상 모든 부모의 마음은 같으리라…. 경찰 조사로 네 명의 학생에게 나구라를 집단으로 괴롭혔다는 사실은 자백받아내만, 죽음으로 이끌었다는 점에서 아이들은 침묵으로 일관한다. 결국, 증거와 목격자는 끝까지 발견되지 않았고 네 명의 학생들은 풀려나 가정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끝나지 않은 경찰과 검찰의 수사에 가해자로 찍힌 가족들은 하루하루를 피 말리며 살아가게 된다. 정말 가해자로 지목된 네 명의 학생은 나구라 유이치를 죽음으로 몰고 갔을까…. 나구라 유이치의 어머니가 알고자 하는 진실은 과연 무엇이며 아이들은 왜 입을 닫은 것일까….

작가는 나구라 유이치가 죽기 전과 죽은 후에 학생들의 학교생활 모습을 나누어 이야기하고 있다. 학교생활 모습을 통해 네 명의 학생이 왜 가해자로 지목되었고, 나구라 유이치와 네 명의 학생은 어떤 관계였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아들을 잃은 유족의 모습과 가해자로 내몰리게 된 가정의 모습까지도 놓치지 않고 이야기하고 있다. 심지어 부모가 사회적으로 어떤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모습에 무서울 정도로 현실감이 있었다.

어른과 아이의 중간인 청소년 시기인 중학생 시절. 경험이 부족하고 정신이 덜 성숙해서 자아가 확립되지 않은 이 시기에 아이들은 자기가 속한 집단을 나름의 기준을 세워 구분을 짓는다. 인기가 있는 아이와 인기가 없는 아이, 인정을 받는 아이와 인정받지 못하는 아이로 말이다. 인기가 있거나 인정받는 아이는 주변에 아이들을 몰고 다니며 칭송을 받는다. 하지만 인기가 없고 인정받지 못하는 아이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왕따가 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이렇게 왕따가 된 아이는 자신보다 약한 자를 찾아 자신이 당한 짓을 그대로 저지르며 분풀이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약육강식의 세계를 잘 그려놓은 영화 <바람>에서 표현되기도 했다.

이 책에서 피해자로 나온 나구라 유이치는 표면으로는 마을에서 포목점을 운영하는 부잣집의 도련님이다. 소위 있는 집 자식이다. 하지만 아이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없는 동시에 인정까지 받지 못하는 아이였고, 소외되었으며 따돌림받는 아이였다. 또한, 사회성도 없는 것으로 보였다. 그가 이렇게 된 데에는 본인의 행동에도 문제가 있지만, 부모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구라 유이치는 나이에 맞지 않는 용돈과 보통의 아이들과는 달리 고가의 옷을 입고 실력에 맞지 않는 최고급 테니스라켓을 사용하게 했다. 그런 모습이 다른 아이들에게 좋게 보일 리 없다. 결국, 이런 것들이 모여 따돌림의 대상, 요즘 말로 셔틀이 되었고 죽음으로 몰아간 것은 아닐까. 만약 나구라의 부모와 할머니가 돈과 물질적 보상으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애정과 관심을 두고 키웠어도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과연 누가 가해자고 피해자일까 많은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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