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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오후의 거리
박지영 지음 / 청어람 / 2014년 1월
평점 :

잔잔한 호숫가에 별안간 돌이 던져졌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제는 굳어져 있을 거란 연애감정이 은령이 은성이를 건너편 신호등에서 본 것 같이 그렇게 내 가슴속에서 요동쳤다.
대학가에서 작은 식당을 하는 서른넷의 여자 주인공 신은령에게 어릴 적부터 단짝 친구였던 윤혜가 찾아오면서 이 책은 시작된다.
윤혜는 급한 일이 있는 듯 그리고 답답한 듯 은령을 식당에서 데리고 나간다. 그런 윤혜가 은령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표정이다. 사실 은령은 7년 전 마음에 담아 두던 남자가 있었다. 하지만 그 두 사람은 만날 수 없는, 이루어질 수 없는 운명이었다.
그래서 7년 전 아파하면 서로를 보냈었다. 그리고 7년이 지난 지금 갑자기 나타난 그 때문에 오늘과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은령을 잘 아는 윤혜는 후회하지말고 은성을 만나보라는 것이다.
은령의 마음속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던 아련한 아픔이 되살아난다.

어릴 적 은령에겐 오빠가 한 명 있었다. 은령에게 하나뿐인 오빠는 아빠 같은 존재였다. 그런 오빠를 어느 날 갑자기 잃고 난 후 은령은 삶을 송두리째 잃은 것 같았다. 계곡으로 놀러 간 은령의 오빠는 강민성이라는 친구와 놀다가 불운의 사고로 죽게 된다.
은령이 마음에 담아 두었던 7년 전 그 사람이 바로 오빠를 잃게 한 강민성의 동생 강은성이다. 참 아픈 인연이다. 에필로그를 읽기 전까지 가슴이 먹먹했다. 이렇게 이 두 사람은 만나서는 안 될 운명이 되었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말이다.
이 두 사람은 인연은 참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아홉 살의 은성은 은령을 처음 보게 되고, 봄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날, 대문 앞에서 비를 쫄딱 맞아가며 형의 용서를 빌고 있던 초등학생 남자아이로 은령은 은성을 처음 보게 된다. 어머니는 모질게 내치고 들어가버렸고 은령 역시 "너 가!" 라는 말 한마디만 하고 들어와 버렸다. 하지만 은령의 마음에는 빗속에서 용서를 빌던 남자아이의 눈망울이 잊히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 20대가 된 후에 은성은 은령에게 계속해서 고백하고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던 은령은 마침내 은성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렇게 두 사람은 비밀 연애를 시작하는데….

<그 오후의 거리>는 400페이지가 조금 넘는 분량의 책이지만, 한 호흡에 읽어나갈 수 있는 흡입력을 가진 이야기다. 책 장을 넘기면서 아쉬운 마음마저 드는지 작품이었다. 매주 챙겨보는 재미있는 드라마가 최종회로 향해 달려가는 기분이랄까….
그리고 에필로그를 담고 있어서 이 두 사람의 뒷이야기를 자세하게 이야기해줘서 독자로서 만족스러웠다. 에필로그 덕분에 더욱 여운이 오래가고 애정이 가는 작품이 된 것 같다.
오랜만에 소장하고 싶은 소설로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작품을 만나서 기분이 좋은 시간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오후의 거리>를 드라마로 만든다면 어떨까하고 재미로 가상 캐스팅을 해보았다. 신은령에는 연상연하 커플의 대세녀 '이보영'이, 연하남으로 다정다감하면서 7년 후 시크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강은성으로는 '김수현'으로 선정했다. 지극히 내 주관적인 생각이다.
이 두 사람이 연결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박씨 남매들도 내 마음대로 정해봤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