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도시 - 건축으로 목격한 대한민국
서현 지음 / 효형출판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시작은 우리네가 사는 아파트와 빌딩으로 가득한 닭장 같은 서울을 이야기하고 있다. 인구증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아파트 공급이었고 지으면 팔린다는 이유로 지금의 서울 모습을 만들었다. 사실 지으면 팔리는 것이 아니라 짓기도 전에 팔리는 선분양제가 있던 시기란다. 닭장 같은 이야기를 보자니 내가 다닌 대학 캠퍼스가 생각난다.


15년 전 건축을 공부해보겠다고 대학에 들어갔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편견이 많이 없어져서 괜찮아졌지만, 그때만 해도 대학에 들어가지 않으면 사람취급을 받기 힘들었다. 그 결과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이 80%라는 높은 결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질타를 받고 있는 현실이다. 그 당시 캠퍼스를 이전해야 하는 일이 생겨 캠퍼스 설계를 새로 했는데, 이는 학교 건축과 교수님께서 맡으셨다. 한국 전통 건축으로 유명하신 교수님으로 이쪽을 공부하신 분이라면 다 아실 만한 분이다. 그 결과 두 가지 제안이 나왔고 학생들의 의견을 보기 위해 투표를 한 결과 학생들 모두 하나의 계획(한국 전통적인 캠퍼스)을 선택했다. 그러나 총장의 선택은 그에 반하는 계획을 선택했다. 그 결과 후배들은 지금 누가 봐도 아파트처럼 획일화되고 닭장스러운 캠퍼스를 생활하고 있다. 얼마나 똑같으면 학생들이 처음 입학하면 자신의 학과 건물을 찾기 힘들 지경이었다. 어렴풋하게 눈치채곤 있었지만, 총장은 결국 돈과 공사기간 때문에 이처럼 쓰레기 같은 캠퍼스를 지은 것이다. 어찌 보면 캠퍼스 설계는 처음부터 한가지였는지 모른다. 애초에 총장은 교수님께서 강력히 제안하던 한국적이고 전통적인 캠퍼스는 지을 생각이 없었다. 다만 보여주기 위한 총장의 쇼에 모두 희생이 되었는지도….


앞서 말한 이야기는 내가 경험한 우리 생활의 극히 일부이다.
'빨간 도시'의 저자 건축가 서현은 이런 우리 현실의 문제점을 과감하게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 적잖게 놀랐다. 우리 생활에 밀접한 문화 공간, 학교, 교회, 예식장, 러브호텔 등 몇몇 모델을 보여주며 이런 건축물이 왜 생겨났으며 어떠한 문제를 갖고 있고 얼마나 쓸데없고 비합리적인 공간이며 문화인지를 속이 시원하게 파헤쳐준다. 그리고 외국의 좋은 모델을 보여주기도 한다.
건축을 전공했지만 내가 미처 몰랐던 이야기들이 수두룩 담겨있어 책을 읽어나가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그저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질 뿐이고 읽어나가며 건축을 배우는 학생들과 공직자 그리고 도시건축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보았으면 한다. 나는 과거에 건축을 배웠고 현재 건축을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책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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