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더하기 삶 - 한국의 건축가 13인이 말하는 사람을 닮은 집
김인철 외 지음, 박성진 엮음 / MY(흐름출판)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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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던 어린 시절 내 집은 내 손으로 짓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갖고 있었다. 결국, 그 꿈은 대학 입학 서류에 건축학과를 지원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졸업한 지 한참 지난 지금도 건축일을 하고 있지만 집을 설계하고 시공하는 것엔 직접 관여를 안 하고 있다.
'좋은 설계의 기준은 무엇일까….' 내가 대학에서 건축을 직접 느끼고 공부하고 설계하면서 늘 생각했던 질문이다. 학부생으로 설계실에 들어가 있을 당시, 교수님이 직접 건축물을 답사하는 것도 좋지만, 건축 관련 책과 가까이하며 많은 건축물을 이해하고 만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이 가슴에 깊게 남아있는지 아직도 건축과 관련된 도서들이 나오면 자주 사서 읽어보는 편이다. 책이란 늘 만족스러운 책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내가 건축을 이해하는 데에는 도움이 많이 되었다. 이번에 만난 <집 더하기 삶> 이란 책도 내게 많은 영향을 준 책이다.

이 책은 한국 건축가 13인이 자신이 생각하는 공간 철학이 담겨 있다. 건축한다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건축가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이렇게 한 권의 책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니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몰랐는데 이 책은 '홈스토리'이란 케이블 방송에서 [하우징 스토리]라는 방송 프로그램이 다뤘던 건축가와 건축물을 재구성해서 책으로 펴낸 거라고 한다. 집에 홈스토리라는 케이블 방송이 나왔다면 챙겨봤을 텐데 보지 못한 안타까움에 마음이 왠지 씁쓸하다. 다운받아서라도 꼭 챙겨보리라.
나는 건축을 공부하면서 어느 한국 건축가의 작품을 보고 큰 영향을 받은 경험이 있다. 바로 승효상 씨 작품인 대학로 문화공간이다. 그의 회 백색 노출 콘크리트에 매료되어 많은 작품을 그를 따라 노출 콘크리트로 많은 작업을 했었다. 승효상 씨는 1989년 건축설계사무소 이로재(履露齋)를 세웠고, 현재 환갑의 나이에도 현장에서 활동하시는 분이다.

 

 

 

 

 

 

그런 나에게 <집 더하기 삶>에서 소개하고 있는 첫 작품인 김인철 씨의 '호수로 가는 집'은 꼭 살고 싶었던 집이었다. 못을 하나 박거나 청소기를 돌릴 때에도 아랫집과 옆집 신경을 써야 하는 답답한 지금의 집에서 벗어나 유유자적하며 멋진 호수와 산을 배경 삼아 살 수 있는 단독주택 공간인 '호수로 가는 집' 이 <집 더하기 삶>에서 소개하는 많은 집 중에 내가 가장 손꼽는 집이다. 내가 상상 꿈꾸던 집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이랄까…. 이 책에 소개하는 집들은 한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다. 건축가들이 모두 다른 철학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그들이 지은 집은 모두 건축주의 꿈이 담긴 사람을 닮은 집이라는 것이다.

 

 

 

 

 

책에는 쉽게 볼 수 없는 건축가들이 직접 드로잉한 그림과 모형의 사진도 담겨 있어서 건축을 전공하는 사람에게 흥미로운 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건축을 전공한 사람뿐만이 아니라 비전공자라도 자신이 꿈꾸고 있는 집이 있을 것이다. 마음속으로 그려보고 지워보고 추가해서 지어보는 그런 집. 이 책에 소개되는 집은 길을 걷다 흔히 볼 수 있는 집이 아니다. 그만큼 사람들이 꿈꾸던 집들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막연하게 마음속으로만 지어보던 집을 이 책을 통해 더욱 구체적으로 꿈꾸는 집을 그려보는 것도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다. 내가 꿈에 그리던 집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가기 위해 '호수로 가는 집'이 있는 강원도로 한 번 드라이브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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