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 앙상블
시월야 지음 / 청어람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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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청어람 로맨스, 시월야 작가의 장편소설 <혼인>을 읽게 되었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조선기생 홍금보>에 이은 두 번째 청어람 표 로맨스 소설이었는데 55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한 호흡에 읽어나갈 수 있었다. 역시 내 취향에 잘 맞는다.

이 책은 신분사회인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김준수라는 인물의 시선으로 이끌어나간다. 천민의 아들로 태어나 천민으로 살아갔어야 할 주인공 김준수는 아버지인 철식의 혜안 덕분에 엄청난 돈을 벌게 되고, 양반 신분으로 조양상단의 대행수로서 삶을 살아간다. 조선에서 정치적으로 힘깨나 쓴다는 높은 지위의 양반들은 김준수의 엄청난 돈을 목적으로 자신의 사위 삼고 싶어 안달이다. 예조참판 윤정한도 그들 중 한 사람이다. 예조참판이라는 높은 지위를 가진 윤정한이지만 아내 한씨의 낭비벽 때문에 큰 위기에 처하게 된다. 결국, 문제 해결목적과 더불어 자신의 정치적 욕심 때문에 양딸인 효진이를 조양상단 대행수인 김준수와 혼인시키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꼭 혼인을 하자는 확답을 받아와야 한다. 알겠느냐? 그 자리에서 옷고름을 푸는 한이 있더라도 꼭 확답을 받아야 이 집 문턱을 넘을 수 있을 것이야!" 예조참판 윤정한이 김준수를 만나러 가는 양딸 효진이에게 한 말이다.

효진은 여자가 지녀야 할 자존심까지 버리고 김준수에게 혼인해달라고 부탁까지 하게 된다. 혼인에 관심이 없던 김준수는 효진의 여린듯하면서 당찬 모습에 흔들리게 되어 결국 혼인을 허락하게 된다. 어쩔 수 없이하는 정략혼인인듯 보이지만, 사실 그의 마음에 효진이 조금 자리를 잡고 있었다. 혼인했더라도 김준수는 효진의 친정. 즉 윤정한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하지만 애초 준수의 계획과 달리 부인 효진과 사랑을 나눌수록. 또 서로의 마음을 차차 알아갈수록 준수는 지아비로서 부인 효진을 지극한 사랑으로 보듬게 된다. 효진이 감추고 싶어했던 비밀을 알고서도 그녀가 마음고생 했을 것을 걱정하고 안타까워하는 준수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진정으로 아끼는 사랑이 어떤 것인지 이야기하는 듯하다. 김준수는 자신이나 사랑하는 부인에게 해가 되는 인물은 지혜롭게 그리고 아주 냉정하게 처리한다. 특히 효진의 외숙부를 현명하게 처리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소위 요즘 드라마에서 나오는 엄친아 실장님의 역할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여성분들이라면 한 번쯤 꿈꿔온 이상형인 백마를 탄 왕자랄까….

신분사회인 조선이기에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김준수와 어머니를 어머니라 부르지 못했던 효진은 서로의 가족이 없었다는 공통점 때문인지 이 둘은 아들 종혁과 딸 유선이를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린다. 책을 보면 두 사람이 불행한 모습은 나오지 않는다. 약간 긴장한 부분이 있다면 김준수가 기습 공격을 받았던 장면이었지만 그도 큰 문제 없이 지나간다. 그래서 읽는 내내 미소를 지으면서 볼 수 있는 착한 로맨스 소설이다. 인상 깊은 반전이라든지 시선을 끌 만한 사건이 하나쯤 있었다면 더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잔잔하면서 행복한 로맨스를 찾는다면 <혼인>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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