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서의 역사 - 역사 속 억압된 책을 둘러싼 모든 이야기
베르너 풀트 지음, 송소민 옮김 / 시공사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의 심리가 아닐까. <금서의 역사>를 읽고 싶어진 이유도 바로 정치적 · 종교적 · 도덕적 그리고 기타 이유로서, 출판이나 배포, 열람이 금지된 책을 뜻하는 '금서'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금서'라는 치명적인 유혹을 나는 뿌리치지 못한 것이다. 몇 년 전 일본 소설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도 미국의 일부 고등학교에서 권장소설로 선정되었다가 학부모의 항의로 삭제된 사건이 있었다. 생생한 성적 묘사 때문에 10대 청소년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였다. 이런 소식을 접하자마자 갑자기 그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상실의 시대>를 구매했던 적이 있었다. 이렇듯 금서의 유혹은 언제나 강렬하다. 적어도 나한테는 말이다. 허허.

 

 

 

 

이 책은 인류의 '위대한 유산'이라 불리는 많은 책이 당대에 왜 금서가 되었는지. 금서가 된 배경에는 어떤 사건이 연류되어 있었는지. 시대적 배경과 함께 정리해서 이야기해주고 있다. 과거나 지금이나 금서의 기준은 매우 주관적이고 시대적이다. 앞서 말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나는 군 생활을 하면서 들어왔던 불온서적같이 특정 단체나 정치적 권력에 의해 읽는 것이 금지된 책을 '금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의 책장을 한 장씩 넘기면서 금서라는 것이 지금까지 내가 생각했던 개념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과거에 사라질뻔했던 많은 책이 저자 자신의 강력한 검열을 통해 금서가 되는 경우를 빼먹고 있었다. 저자는 자기가 쓴 글이나 그림이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 지우거나 없애거나 혹은 태워버렸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원고도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스의 아내가 작가이자 비평가인 친구에게 원고를 보이고 알리지 않았다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으리라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이다. 자기 검열과 정치적 검열의 이유 말고도 종교적 검열로도 많은 책이 금서목록에 올라가 있다. 가톨릭교회는 수백 년 동안 비판적인 서적을 모두 금지하고 분석함으로써 오로지 자신들만의 성스러움을 주장하려 했다. 가톨릭 금서목록은 1966년에야 비로소 폐지되었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책이 장작더미에 태워졌는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배척받은 책들. 찢기고 불태워지고 거부당한 책들이 지금까지 살아남게 된 이야기를 막힘없이 풀어내는 저자의 해박한 지식에 감동하였다. <금서의 역사>를 읽으면서 현재와 그 시대를 동시에 되돌아보는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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