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김정일 이후, 북한은 어디로 가는가
장성민 지음 / 김영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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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라면, 제대로 알아야 할 북한 김정일, 그리고 포스트김정일의 실체!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다.
이 너무도 뻔한 병법의 논리가 유독 북한, 그리고 김정일에 대해서만은 무시되는 현실인 듯 싶다.
 
같은 말을 쓰는 한민족이라, 보지 않고도 잘 안다고 착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못 사는 주제에 자존심 하나로 버티지만 언젠간 알아서 붕괴되리라 자만하는 탓일까.
행여 한반도에서 제2의 한국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보는 안일한 무관심 때문일까.

최근 한국을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김정일 이후의 후계구도와 세대교체 조짐'에 대한 발언을 내뱉으며 지난해 한차례 '김정일 건강이상설' 로 불거졌던 '포스트 김정일, 후계자' 이슈에 관한 관심을 다시금 지펴 놓았다.

힐러리 장관은 북한 내 권력승계의 가능성과 이에 따른 불확실성을 지적하면서
최근 연잇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위협, 대남 강경태세를 권력 이동기에 야기될 수 있는 내부체제의 잡음을 잠재우고 후계자로의 승계권력을 공고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내다봤다.

 
이른바, 이제는 김정일의 건강이상설을 기정사실화하고 차기 리더로 부상할 북한의 후계자에 대비한 실제적인 대북정책, 그리고 권력이동에 따라 발생가능한 모든 상황에 대해 신중히 검토, 대비를 해야할 때란 것이다.

따라서 과거 냉전시대의 잔재인 감정적인 깎아내리기식의 색깔/이념 논쟁에서 벗어나,
철저히 실리적인 냉정한 국익 관점에서 북한의 현재를 정확히 진단하고 우왕좌왕하는 대북정책을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전쟁과 평화, 김정일 이후 북한은 어디로 가는가'를 부제로 단 이 책은
'김정일'이란 인물을 중심으로 그가 권좌에 오르기까지 철저히 준비된 후계자로서의 삶과 세상에 가려졌던 치밀한 전략가로서의 면모를 제시하며 오늘날 이슈가 되고 있는 김정일의 건강악화설과 북한 지도자의 와병이 갖는 의미에 대해 객관적으로 서술한다.

또한 가장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김정일 이후의 차기지도자로 지명될 후계자로
김정일의 3남인 김정남, 김정철, 김정운의 실체와 그 지지세력 등을 다루며 잘 알려지지 않았던 북한내 권력다툼의 실상
을 보여준다. 사실상 병상에 누운 김정일을 대신해 북한을 통치하고 있는 장성택의 권력 장악력과 후계가능성도 전망하고 있다.  

 
한편, 벼랑끝전술, 막장외교로 불리는 북한의 외교술의 핵심인 선군외교는 무엇인지,
미사일 발사 등의 기선제압형 외교술, 김정일의 직설적인 외교화법과 관례를 져버리는 파격적인 외교행보로 북한이라는 국가가 갖는 특수성을 살피며 이를 통해 북한이 얻어낸 성과는 무엇인지 분석해준다.
 
수년 째 해결되지 않고 있는 북핵문제도 빠질 수 없다.
소련의 붕괴와 중국의 개혁개방노선으로 순식간에 핵 안보우산이 사라진 탈냉전시대에
북한이 체제유지의 수단으로 핵에 집착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국제적인 고립을 자처하면서까지 북핵카드에 올인하는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경제적, 군사적, 내부체제단속 등의 여러 측면에서 설명하며 북한이 직면한 딜레마와 그 해법을 제안한다. 

 
김정일의 미국과 중국에 대한 변화된 시각과 정책은,
줄기차게 반미를 외치던 북한이 통미봉남을 내걸며, 북미관계 정상화에 목을 매는 까닭과
한때 혈맹이었던 중국을 견제하는 이유, 심화된 양국 간의 갈등을 조명하며
더 이상 이념이 아닌 생존과 실리에 초점을 맞춘 변화된 북한의 대외정책기조를 짚어준다.
 

마지막으로 한반도의 화약고로 불리는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무엇인지,
남북 간의 불안정한 평화상태를 영구적인 정전협정으로 승화시킬 해법은 무엇인지를 제시하며
보다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한국의 대북정책을 주문하고 있다. 
 
식량난과 경제난로 허덕이는 세계적인 빈곤국가인 북한,
하지만 가난에도 불구하고 핵무기 지렛대와 대륙간 탄도미사일 기술의 보유로
세계 유일 슈퍼파워 미국을 상대로 외교게임을 벌이는 간큰 나라,
결코 만만치 않은 나라가 또한 북한이다. 
 
생존과 체제유지를 위해서는 군사도발도 불사한다는 북한을 코앞에 두고 있는 입장에서
'짐은 곧 국가'라는 어록처럼 '북한, 그 자체인 권력자 김정일'에 대해, 그리고 포스트 김정일  지도체제에 대해 이제라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정확하고 냉철한 인식을 기반으로 철저히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면에서 한반도미래전략가이자 북한전문가로 저명한 저자의 '전쟁과 평화'라는 책은
북한 김정일, 차기후계구도 그리고 북핵을 비롯한 대외정책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 분석, 전망을 제시하며 기존과는 다른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직시할 수 있도록 하는데 큰 의미가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 했다.

세계 경제대국 11위 임에도 여전히 세계인들에게는 분단국가의 이미지로 각인되는 한국, 그리고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북한. 그들에게 우리는 북한에 대해,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고 우리의 전략을 이해시킬 수 있을 지, 아마도 '딱 아는 만큼' 뿐 일것이다. 이 책을 통해  그간의 무관심을 거두고 편협한 지식의 폭을 확장해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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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요나라 사요나라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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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저히 당신을 용서할 수 없다.
     내가 죽어서 당신이 행복해 진다면, 난 절대로 죽고 싶지 않다.
     당신이 죽어서 당신의 고통이 사라진다면
     나는 절대 당신을 죽게 놔둘 수 없다.
   

    그러니 난 죽을 수도 없고, 당신 앞에서 사라질 수도 없다.
    내가 사라진다면, 나는 당신을 용서한 게 돼버리니까
. ”
 

                                                                                 -203 page-  

 

'악인'으로 유명한 요시다 슈이치. 
그가 두 번 다시 쓸 수 없을 거 같다 했던 연애소설, '사요나라 사요나라'

뭔가 아름답고 애틋하지만 미스테리한 연애소설을 기대했던 나에게 이 책은 
내심 의아하기도 했던 책표지, 방한 구석에 고개를 묻고 뒤돌아 있는 여인이 주는 묘한 우울함과 고독감, 바로 그녀가 겪어 와야만 했던 인생의 혼란스런 무게감을 안겨주었다.

미스테리한 범죄를 주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던 요시다 슈이치의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 소설도, 어느 낡은 공동주택단지 내의 어린이유괴살인 사건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단지는 사건 취재차 기웃거리는 기자들로 어수선한 한편, 근처 계곡에서 아이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수사는 진척을 이루고 가해자로 아이의 엄마가 지목된다. 

피의자인 애엄마의 바로 옆집에 거주하는 젊은 부부. 슌스케와 가나코.
겉으론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할 수 없는 이들 부부가
취재차 어슬렁거리던 와타나베 기자의 레이더망에 걸리고...

그렇게 이 미스테리한 부부의 과거가 시작된다.
행복이 아닌 불행을 위한 관계,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의 동거!
 
돌이킬 수 없는, 감춰지지 않는 과거로 인해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주변인의 발각에 조바심내며 살아온 그녀, 나쓰미.
그리고 타인의 몸과 인격을 짓밟는 엄청난 사건을 저지른 가해자였지만
사회로부터 관대한 용서와 평범한 삶이 허락되었던 그, 와타나베.
 
이 잔혹한 인연의 동거.
그리고 사랑.

일반적인 시각대로 어떻게 이들 관계가 성립될 수 있는가는
이 두 남녀에게 중요치 않다.

단지, 그녀에게 그는 함께 있어도
발각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고.
그래서 그 앞에서라면 말 그대로, 숨을 쉴 수 있었다. 가해자지만.

그에게 그녀는 씻을 수 없는 과거의 실수로 인해 한날 한시도
그날 밤, 그 장소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죄책감의 유일한 구원이었다.
그가 받아야 할 용서는 사회가 아닌, 바로 피해자인 그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이 책이 쉽게 읽혀지지 않은 까닭은
너무나 무거운 주제와, 쉽사리 단정지을 수 없는 두 사람의 악연.
그리고 그 속에 피어난 범상치 않은 사랑 때문이다.

정말 그녀는, 그를 용서해도 되는 것인지.
왜 그는, 용서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의 불행을 택한 것인지.
아직도 혼란스럽다.

끝이 나지 않은 이 두 사람의 미래가.
함께이든 각자이든 이제는 좀 행복해져도 되지 않느냐는 무거운 희망만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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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
메리 앤 셰퍼.애니 배로우즈 지음, 김안나 옮김 / 매직하우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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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이 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
그냥 지나쳐버릴 만큼 눈길을 잡아끄는 매력이 없었다.

건지아일랜드가 어딘지도 모르고
감자껍질은 내가 싫어하는 것 중에 하나며
제목에서 책 내용에 대한 어떤 흥미도 힌트도 찾지 못했기 때문에. 훗~*
 
그럼에도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북카페를 비롯한 여러 도서정보 사이트 뿐만 아니라
자주 가는 몇 지인의 블로그에서 일관되게 접한 '흥분가득한 찬사' 때문이였다.
시종일관 밝고 유쾌하며 경이로운 소설이라 추천에 추천이 이어졌다.

생각을 고쳐잡고, 책 소개를 다시 한 번 읽고 나니
전에는 보이지 않던 매력이 속속~마음을 비집고 들어온다. 
주인공이 혹은 전지적인 누군가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산문식 소설이 아니라
오로지 총 166개의 사적인 편지로 구성된 소설!

이 독특하고 기발한 발상의 소설이 어째서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건지!!
게다가 위기 와중에도 시종 발랄함과 유쾌함을 잃지 않는 '웰컴투 동막골' 스타일이라니!

 이 소설은 영국와 프랑스 해협인 채널제도에 위치한 영국령 건지섬을 배경으로
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외부와 차단된 채 비참한 전쟁을 유쾌한 방식으로 버텨나간
순수하지만 캐릭터 뚜렷한 마을 주민들의 문학클럽을 둘러싼 이야기이다.
 
나치의 감시를 피해, 금지된 돼지구이를 몰래 구워먹다
발각의 위기를 모면코자 재치있게 급조된 문학클럽,'감자껍질파이 클럽'.
그 클럽의 한 멤버, 도시가 우연히 손에 넣은 중고책 찰스램의 '엘리아 수필선집'.
그리고 그 책에서 발견한 전 소유자인 줄리엣의 메모!
그가 그녀에게 편지를 날리면서 이야기는 확장된다. 그리고 사랑도!
 
"그 책이 어떻게 건지 섬가지 가게 되었을까요?
아마도, 책에는 귀소본능이라는 것이 있어서 자기에게 어울리는 독자를 찾아가는 게 아닐까요? 

 줄리엣이 도시에게 보낸 답장 中에서

 정말 그럴 지도 모를 일이다. 또한 저 먼 곳에 있는 누군가와 같은 주제를, 같은 작가를, 같은 무언가에 열광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은 생각만으로 짜릿하게 기분 좋은 일이 아닌가. 이게 바로 소통 아닐까. 어쨌든, 요즘처럼 짧고 간결한 문자메시지로의 대화가 아닌 그 사람의 생각과 호흡이 전달되는 편지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기다림과 감동으로 쌓는 관계란.

 무엇보다, 이 책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순수한 문학클럽 사람들의 책에 관한 솔직담백한 직설적인 평가를 들을 수 있어서!
그리고 사적인 편지 속에 담겨진 은밀한 속마음을 엿보는 스릴감으로 그리고 그에 대한 답신에 대한 호기심으로 약 500페이지에 달하는 두께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읽어내릴 수 있었다.
 
한 마디로!
정말 너무 러블리~사랑스런 책이다.
픽션이라는 것이 너무 아쉬울 정도로, 편지를 주고받던 그 인물들이 실제 내 친구인양 내 주변인인양 확 와닿아서, 너무나도 사랑스런 사람들이여서 그들의 편지를 읽는 내내, 속으로 함께 즐거워하며 애틋해하고 응원할 수도 있었다.
 
곧 발렌타인데이지만,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따스함 가득한 미소를  선물하고 프다면
초콜릿과 함께 이 사랑스런 책을 건네보면 어떨까 싶다!
분명 그의 입언저리엔 머지않아 행복한 미소가 만발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갑자기 중고서적을 탐닉하며 누군가가 남긴 메모를 찾아보고픈 맘이...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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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였으므로 나는 행복하였네 -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김선우 외 지음, 클로이 그림 / 비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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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사랑하는 시 50편을 엮은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
뭔가 익숙한 듯 낯설지 않은 느낌이었다.
한참을 가물거리다 마침내 책 한권을 다 읽어간 후에야......알았다.

맨 마지막에 실린 유치환 시인의 ‘행복’
그 유명한 時의 제일 마지막 행.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시집을 구입한 아니 읽은 기억이 참 없는 요즘과 달리
내가 사춘기를 보낸 학창시절, 그 시대는 참 유난히도 시를 읽고
편지지에 옮겨 적으며 외우는 일이 일상적이었다. 시절 탓도 있겠지만
책받침이나 공책, 흔한 엽서에서 조차 손쉽게 접할 수 있던 문학이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일까, 외국에서는 흔치 않다는 시집이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이 책은
한국인들이 애송하는 사랑時 50편을 주축으로  

파스텔 수채화 느낌이 그윽한 일러스트와 장석남과 김선우 시인의 해설이 곁들어 있다.  해설이라 하지만 참고서에서 밑줄 치고 의미를 한정시키는 식의 설명이 아닌, 시에 혹은 시인에 관한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때론 독자만의 언어로 이해했을 때 미처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는 색다른 의미를 제시해주기도 한다.

이를 테면, 너를 기다리는 동안의 시인 황지우가 사실은 ‘황재우’라는 사실. 오타가 나는 바람에 본명보다 훨씬 그럴싸한 필명을 갖게 된 사연이랄까. 시인 황동규의 그 유명한 ‘즐거운 편지’라는 시가 그가 고작 고3일 때 짝사랑하던 연상녀에게 바쳤던 시라는 뉴스랄까.

한편, 이 책을 통해 다시금 시를 읽으면서 時가 지닌 우월성과 생명력에 탄복했다.
수십 년 전 혹은 수년 전 쓰여 진 時임에도 그리고 숱하게 반복해서 읽었던 時임에도
여전히 변함없는 파장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누구나 뱉는 똑같은 언어를 가지고 어쩜 이리 섬세하고 아찔하게 마음을 뒤흔들 수 있는 것인지.  

시대에 무관하게 사람들의 가슴 속에 생동하는 時란,
특히, 소모적인 일회성 글자에 휩싸인 시대에
읽고 읽을수록 더 깊고 진하게 와 닿는 마력을 발산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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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있다고, 하루키가 고백했다 - 말의 권위자 다카시가 들여다본 일본 소설 속 사랑 언어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윤정 옮김 / 글담출판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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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있다고, 하루키가 고백했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상실의 시대, 전차남, 세카츄, 겐지이야기....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로 이름을 날린 일본소설 속 사랑의 글귀를 모은 책이다. 그냥 모은 책이 아니라, 일본 문학부의 권위자의 손길로 필터링 되고 다듬어져 발간된 책이다.  

때문에 위의 책들을 한 번이라도 읽어본 적이 있다면, 그리고 책을 읽으며 절감했던 글귀들을 다이어리 한 켠에 적어둔 적이 있던 사람이라면 아마 이 책을 읽어나가며 예전에 감탄했던 기억에 혹은 예전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섬세한 언어의 힘에 휩싸이게 될 듯하다. 그래서일까, 그것만으로도 소장가치가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본론으로 들어가,  책 제목 가운데 '하루키'라는 이름에서 번뜩 무라카미 하루키를 떠올린 사람들이 많았을 것 같다. 하지만 저자는 말의 권위자로 불리는 사이토 다카시. 그렇다고 실망하기엔 이르다. 하루키라는 이름에 부흥하듯 이 책의 첫 챕터는'하루키는 어떻게 사랑을 속삭였을까'라는 타이틀로 하루키의 유명작 속의 '사랑의 언어'를 다룬다.
 

상실의 시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1973년의 핀볼.....

하루키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대표적인 그만의 특유한 문체를 소개하며 저자 나름의 해설을 덧붙인다. 연애소설의 최고봉으로도 꼽히는 상실의 시대. 물론 유명하다 유명하다 하지만 정작 지루하기도 하고 야하기 일색이라고도 평가절하되기도 한 소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아니 여자들이 열광하는 데에는 바로 흔치않은 깊은 언어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하루키만의 언어 때문이 아닐까 제시한다. 

네가 너무 좋아, 미도리’

‘얼마만큼 좋아?’

‘봄날의 곰만큼 좋아’

누가 감히 이런 표현을 생각할 수 있을까. 통속적이지 않은 이 특별한 언어의 감미로움.

 네가 내 안에 들어왔고 

 너를 내 안에 품었다가 네가 떠나고 싶으니  

잘가.라고 말할 뿐인 사랑‘
 

이렇듯 하루키 특유의 타인도 자신도 떠밀어내는 듯한 드라이하고도 쿨한 문체.

하루키를 시작으로 나쁜 남자의 사랑을 다룬 금각사, 산시로, 겐지이야기와 보통 사람의 사랑을 조명한 지금 만나러 갑니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선생님의 가방 그리고 전차남까지. 이 책은 사랑의 시작과 과정 그리고 이별을 ‘주인공의 언어’를 통해 바라보도록 한다. 

사랑하고 있다고, 하루키가 고백했다 

이 책의 말의 권위자가 꼽은 사랑의 글귀는

사랑에 서툰 사람에게는 연애를 위한 매뉴얼을 제시하고, 사랑의 채인 사람에게는 그것조차 사랑이라고 단정하며 사랑에 무관심한 이들에게는 번잡하고 귀찮은 게 사랑임에도 꼭 해야 할 것의 하나라고 유혹한다.

한편, 그가 제시한 소설 속 사랑의 언어와 각자 기억 속 각인된 글귀를 비교해 읽는 것도 이 책의 또 다른 묘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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