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요나라 사요나라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도저히 당신을 용서할 수 없다.
     내가 죽어서 당신이 행복해 진다면, 난 절대로 죽고 싶지 않다.
     당신이 죽어서 당신의 고통이 사라진다면
     나는 절대 당신을 죽게 놔둘 수 없다.
   

    그러니 난 죽을 수도 없고, 당신 앞에서 사라질 수도 없다.
    내가 사라진다면, 나는 당신을 용서한 게 돼버리니까
. ”
 

                                                                                 -203 page-  

 

'악인'으로 유명한 요시다 슈이치. 
그가 두 번 다시 쓸 수 없을 거 같다 했던 연애소설, '사요나라 사요나라'

뭔가 아름답고 애틋하지만 미스테리한 연애소설을 기대했던 나에게 이 책은 
내심 의아하기도 했던 책표지, 방한 구석에 고개를 묻고 뒤돌아 있는 여인이 주는 묘한 우울함과 고독감, 바로 그녀가 겪어 와야만 했던 인생의 혼란스런 무게감을 안겨주었다.

미스테리한 범죄를 주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던 요시다 슈이치의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 소설도, 어느 낡은 공동주택단지 내의 어린이유괴살인 사건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단지는 사건 취재차 기웃거리는 기자들로 어수선한 한편, 근처 계곡에서 아이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수사는 진척을 이루고 가해자로 아이의 엄마가 지목된다. 

피의자인 애엄마의 바로 옆집에 거주하는 젊은 부부. 슌스케와 가나코.
겉으론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할 수 없는 이들 부부가
취재차 어슬렁거리던 와타나베 기자의 레이더망에 걸리고...

그렇게 이 미스테리한 부부의 과거가 시작된다.
행복이 아닌 불행을 위한 관계,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의 동거!
 
돌이킬 수 없는, 감춰지지 않는 과거로 인해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주변인의 발각에 조바심내며 살아온 그녀, 나쓰미.
그리고 타인의 몸과 인격을 짓밟는 엄청난 사건을 저지른 가해자였지만
사회로부터 관대한 용서와 평범한 삶이 허락되었던 그, 와타나베.
 
이 잔혹한 인연의 동거.
그리고 사랑.

일반적인 시각대로 어떻게 이들 관계가 성립될 수 있는가는
이 두 남녀에게 중요치 않다.

단지, 그녀에게 그는 함께 있어도
발각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고.
그래서 그 앞에서라면 말 그대로, 숨을 쉴 수 있었다. 가해자지만.

그에게 그녀는 씻을 수 없는 과거의 실수로 인해 한날 한시도
그날 밤, 그 장소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죄책감의 유일한 구원이었다.
그가 받아야 할 용서는 사회가 아닌, 바로 피해자인 그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이 책이 쉽게 읽혀지지 않은 까닭은
너무나 무거운 주제와, 쉽사리 단정지을 수 없는 두 사람의 악연.
그리고 그 속에 피어난 범상치 않은 사랑 때문이다.

정말 그녀는, 그를 용서해도 되는 것인지.
왜 그는, 용서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의 불행을 택한 것인지.
아직도 혼란스럽다.

끝이 나지 않은 이 두 사람의 미래가.
함께이든 각자이든 이제는 좀 행복해져도 되지 않느냐는 무거운 희망만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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