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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콜라 쇼콜라
김민서 지음 / 노블마인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우중충한 기분에서 벗어나는 나만의 비법이란?
잔잔한 음악을 듣거나 혹은 포근한 베게 속으로 파고들거나
이도 안먹힐 땐 나즈막히 가로수길을 홀로 걷거나
이쯤 살다보면, 누구나 스스로를 달래주는 비결 하나 정도는 갖추고 있을 터..
바닥으로 치닫는 칙칙한 기분을 단박에 전환시킬 수 있는
그만의 노하우가 뭐냐고 요즘 그녀들에게 묻는다면,
아마도 케이크, 초콜릿, 와플, 아이스크림처럼
달콤 달달함으로 무장한 디저트들이 공통적으로 꼽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참한 얼굴에 군살없는 S라인, 거기에 명문대 타이틀을 곁들이고 졸업과 동시에 유명 대기업에 입사해주신
그야말로 탄탄대로를 걸어온 엄친딸 사촌동생, 우리 단희라면 해맑은 목소리로 답할 것이다.
'언니, 하면 되는 거예요! 포기란 끈기 없는 유약한 인간들이나 하는 짓이니까요'
뭘해도 잘 해내는 그녀를 평생 곁에 두고 비교에 지적질까지 감내하며 살아온
평범한 그녀, 아린에게는 정말이지 진한 초콜릿 향미가 그윽한 쇼콜라 컵케이크 한 숟갈이 주는 위로가
그 어떤 말보다도 따스한데 말이다.
이 책 '쇼콜라 쇼콜라'는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확신도 없는 채
오늘도 숱하게 이력서를 전송하고 오지 않는 합격문자에 자존감이 바닥으로 파고치는
그래서 주말엔 아기자기하게 이쁜 인테리어로 입맛까지 녹여버리는 홍대 카페의 달콤함에 위로받는 그녀들.
바로 지금 이 시대를 공유하며 현실이란 쓴 맛에 입안이 헐어버린 이삼십대 그녀라면 공감할 만한 소설이다.
이른바, 극명히 대비되는 두 삶, 흠잡을 데 없는 엘리트 동생 단희와
술 아니면 인생의 엔돌핀 따윈 없다는 잉여로운 삶을 전전하는 언니 아린을 통해
인생은 결코 군살없는 목표와 허세로만 살아갈 수 없음을 보여준달까.
개인적으로 이 책은 살짝 거리감 있는 미국판 칙릿이나 일본판 성장소설과 달리,
지금 이 시대 한국의 젊은이들이 맞딱뜨리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짚어주는 점이 좋았다.
취업에 잇달아 실패하고 입사한 회사에서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당신이라면
이 책의 두 주인공이 취중진담으로 서로에게 내뱉는 직설적인 평가가
아마도 무방비 상태의 뜨끔한 비수처럼 쨘하게 내리꽂힐 것이다.
'어느 인생에나 탈출구는 있는 법이야. 찾으려는 의지가 있느냐, 언제 찾느냐가 문제지'
너무 다른 두 사람,
그래서 결코 마주치고 싶지 않던 두 여자가
한 공간에서 부딪기며 서로를 창과 방패 삼아 본래의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
한켠 우울하기 짝이 없지만 회피할 수 없는 현실을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라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사회, 혹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삶을 영위하니라
바둥대다 지쳐버린 그대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글귀 하나!
'넌 말이야, 가끔 멍청한 별 같다니까.
자기가 빛나고 있는지도 모르는 별 말이야.
그러면서 맨날 하늘에 떠 있는 다른 별들만 죽어라 부러워하고, 한 마디로 멍청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