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
메리 앤 셰퍼.애니 배로우즈 지음, 김안나 옮김 / 매직하우스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맨 처음, 이 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
그냥 지나쳐버릴 만큼 눈길을 잡아끄는 매력이 없었다.

건지아일랜드가 어딘지도 모르고
감자껍질은 내가 싫어하는 것 중에 하나며
제목에서 책 내용에 대한 어떤 흥미도 힌트도 찾지 못했기 때문에. 훗~*
 
그럼에도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북카페를 비롯한 여러 도서정보 사이트 뿐만 아니라
자주 가는 몇 지인의 블로그에서 일관되게 접한 '흥분가득한 찬사' 때문이였다.
시종일관 밝고 유쾌하며 경이로운 소설이라 추천에 추천이 이어졌다.

생각을 고쳐잡고, 책 소개를 다시 한 번 읽고 나니
전에는 보이지 않던 매력이 속속~마음을 비집고 들어온다. 
주인공이 혹은 전지적인 누군가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산문식 소설이 아니라
오로지 총 166개의 사적인 편지로 구성된 소설!

이 독특하고 기발한 발상의 소설이 어째서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건지!!
게다가 위기 와중에도 시종 발랄함과 유쾌함을 잃지 않는 '웰컴투 동막골' 스타일이라니!

 이 소설은 영국와 프랑스 해협인 채널제도에 위치한 영국령 건지섬을 배경으로
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외부와 차단된 채 비참한 전쟁을 유쾌한 방식으로 버텨나간
순수하지만 캐릭터 뚜렷한 마을 주민들의 문학클럽을 둘러싼 이야기이다.
 
나치의 감시를 피해, 금지된 돼지구이를 몰래 구워먹다
발각의 위기를 모면코자 재치있게 급조된 문학클럽,'감자껍질파이 클럽'.
그 클럽의 한 멤버, 도시가 우연히 손에 넣은 중고책 찰스램의 '엘리아 수필선집'.
그리고 그 책에서 발견한 전 소유자인 줄리엣의 메모!
그가 그녀에게 편지를 날리면서 이야기는 확장된다. 그리고 사랑도!
 
"그 책이 어떻게 건지 섬가지 가게 되었을까요?
아마도, 책에는 귀소본능이라는 것이 있어서 자기에게 어울리는 독자를 찾아가는 게 아닐까요? 

 줄리엣이 도시에게 보낸 답장 中에서

 정말 그럴 지도 모를 일이다. 또한 저 먼 곳에 있는 누군가와 같은 주제를, 같은 작가를, 같은 무언가에 열광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은 생각만으로 짜릿하게 기분 좋은 일이 아닌가. 이게 바로 소통 아닐까. 어쨌든, 요즘처럼 짧고 간결한 문자메시지로의 대화가 아닌 그 사람의 생각과 호흡이 전달되는 편지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기다림과 감동으로 쌓는 관계란.

 무엇보다, 이 책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순수한 문학클럽 사람들의 책에 관한 솔직담백한 직설적인 평가를 들을 수 있어서!
그리고 사적인 편지 속에 담겨진 은밀한 속마음을 엿보는 스릴감으로 그리고 그에 대한 답신에 대한 호기심으로 약 500페이지에 달하는 두께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읽어내릴 수 있었다.
 
한 마디로!
정말 너무 러블리~사랑스런 책이다.
픽션이라는 것이 너무 아쉬울 정도로, 편지를 주고받던 그 인물들이 실제 내 친구인양 내 주변인인양 확 와닿아서, 너무나도 사랑스런 사람들이여서 그들의 편지를 읽는 내내, 속으로 함께 즐거워하며 애틋해하고 응원할 수도 있었다.
 
곧 발렌타인데이지만,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따스함 가득한 미소를  선물하고 프다면
초콜릿과 함께 이 사랑스런 책을 건네보면 어떨까 싶다!
분명 그의 입언저리엔 머지않아 행복한 미소가 만발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갑자기 중고서적을 탐닉하며 누군가가 남긴 메모를 찾아보고픈 맘이...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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