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님은 어디에나 계셔 - 알수록 쓸모 있는 생활 속 수학 이야기
티모시 레벨 지음, 고유경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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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알수록 쓸모 있는 생활 속 수학 이야기

사랑 찾는 알고리듬에서 질병 막는 네트워크 까지 '수학은 어떻게 세상의 도구가 되었을까?'

숫자에 익숙하지 않아도 술술~ 읽히고 쏘옥~ 빠져드는 유쾌한 수학책

나는 수학을 좋아하는 편이다. 애매모호하지 않고 답이 똑 떨어지는 학문이라서 좋다.

그런데 수포자니 뭐니 해서 갈수록 수학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을 보면 안타까웠다.

그래서 수학을 좀더 쉽고 재밌게 풀어주는 책을 보면 늘 관심이 간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어느정도 유용한 책이다. 일단 정말 술술~ 읽힌다. ㅎㅎㅎ


작가는 컴퓨터 과학자 이자 작가 이자 저널리스트 이자 과학 편집자 이자 인기 팟캐스터까지 다양한 직업군을 넘나드는 영국의 대중 수학자 라고 한다.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두루 활동하고 있지만 수.학.자. 인 것이다. 수학자가 잘난척 하지 않고 수학의 대중화를 위해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활동들에 일단 박수는 쳐줘야 할 것 같다.

수학을 수학자만큼 잘 아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잘 아는 사람이 대중에게 쉽고 재밌게 알려주는 것만큼 좋은게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많은 사람이 기피하는 수.학.을~!

수학의 진정한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사람은 저자와 같은 마인드의 수학자들일텐데 수학수험서 말고 수학대중서를 쓸 수학자가 우리나라엔 없는 걸까? ㅠㅠ


책속에는 다양한 수학이론들이 나온다. 하지만 그 이론들은 몰라도 상관없다. 그냥 그 어려워 보이는 이론들이 우리에게 익숙한 일상에 활용됐다는 점에만 놀라면 된다. ㅎ


1장 보물은 어디에 있을까? 에서는 탐색이론이 나온다. 베이즈의 정리 라는 수학이론으로 황금이 가득 든 보물선을 찾아냈다!

2장 수학으로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에서는 알고리듬이 나온다. 알고리즘이 익숙한데 왜 알고리듬 이라고 표현하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삶에 가장 익숙한 수학론은 아마 알고리즘일 것이다.

3장 수학으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에서는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인간의 감정이 어떻제 조절될 수 있는지 나온다. 수학은 인간의 감정에 영향을 미칠수 있다!

4장 사람들은 왜 당장 섹스를 하지 않을까? 에서는 게임이론이 나온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당장의 욕구보다 장기적 삶을 생각하면 게임이론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5장 픽사는 원을 어떻게 그릴까? 에서는 분할 을 이용한 애니메이션 기법이 나온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서 쫒겨나 픽사에 갔을때 어떻게 수학을 이용하여 픽사를 성공시켰는지는 유명환 에피소드 이다.

6장 우연의 일치? 아닐지도! 에서는 확률 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인간은 누구나 어쩌면 매순간 선택을 하며 산다. 확률은 선택에 아주 중요한 이론이다.

7장 Yjq etgcvgf vig ecguct ucncf? 뭔말인지 읽히지도 않는 이 제목의 장에서는 암호학이 나온다. 암호화의 수학은 앞으로도 우리의 삶에 아주 중요햔 영향을 미치게 될 학문이다.

8장 수학으로 경기를 이길 수 있을까? 에서는 스포츠 데이터 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승률을 따지는 게임이나 확률이 아닌 데이터분석으로서의 유용함을 느낄 수 있다.

9장 도로가 늘어나면 주행 시간이 줄어들까? 에서는 최적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한국 수학자의 이름이 나와서 반가웠다.

10장 오이가 바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오이와 바람? 이 생소한 조합에 대해 도시와 생물학의 관계분석을 통한 수학의 유용성을 발견할 수 있다.

11장 내 친구는 왜 나보다 친구가 많을까? 에서는 네트워크 이야기가 나온다. 일명 핵인싸는 나보다 친구는 많지만 나보다 전염병에 걸릴 확률도 높다. ㅋㅋ

12장 우주가 가장 좋아하는 숫자는 무엇일까? 에서는 밴포드의 법칙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가장 생소하며 신기하기도 했던 분석이었다.


이 다양한 내용들이 어렵지 않게 그냥 잡지 보듯이 설렁설렁 읽힌다. 가끔은 키득커리며 웃게 되기도 한다. 두께도 비교적 얇은 편이고 글밥도 많지 않다. 수학을 가볍게 받아들이게 하는 책으로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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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과 문학 사이 - 일본 여성 프롤레타리아작가의 문학세계
이상복 지음 / 어문학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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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성 프롤레타리아작가의 문학세계] 라는 부제가 설명하는 딱 그 내용의 책이다.

2019년 4월 이 초판1쇄 발행인 책인데, 표지부터 내부 편집까지 80년대 책을 읽는 느낌이 들어 조금 당황스러웠다.

작가는 3명의 여성 문인에 대한 연구분석 내용을 싣고 있다.


개인적으로 일본에 대한 이미지에서 여성의 이미지는 전통의상을 입고 수줍은 자세로 순종적인 모습이다. 일본 하면 군인 밖에 안 떠오른다. 그래서 궁금했다. 일본의 여성작가에 대해. 그리고 우리에겐 식민지의 아픈 시대였던 그때 일본 내부에서 그것도 여성이 그것도 프롤레타리아작가로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호기심이 일었다.

미야모토 유리코는 혁명운동 내부 섹시즘과 젠더 지배 형상화를 위해 투쟁한 작가라고 할 수 있다.

히라바야시 다이코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주의를 지향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사회체제에 대한 부조리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사타 이네코 역시 가부장적 억압으로 인한 유년시절의 고충과 사회의 계급적 억압에 투쟁한다.

뒷 표지에 설명된 3명의 여성작가의 특징설명은 아주 적절하다. 

미야모토 유리코는 1899~1951, 히라바야시 다이코는 1905~1972, 사타 이네코는 1904~1998 의 생애 중 프롤레타리아문학이 있었던 시기은 1920년대에1930년대의 작품을 주로 분석하고 있다.

프롤레타리아문학, 공산주의, 사회주의 열풍이 일었던 그 시대 우리나라는 식민지였다. 새로운 사상은 독립운동과 연결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독립운동은 한갈래로 모아지기 힘들었으며, 독립후에도 '독립'이라는 민족적 과업과 맞물려 자란 사상들의 미숙함은 분열을 가져왔고 내전으로 이어졌다. 우리에게 프롤레타리아 문학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그래서 한참후인 1960년대나 70년대 노동자의 인권문제가 대두되면서 나오게 된것이 아닐까 싶다.

근대이후 일본의 역사는 항상 우리보다 50년에서 100년정도 앞서 경험을 한다. 서양세력에 대한 개방부터 근대화 그리고 세계대전을 거쳐 현대산업문제까지 일본이 지나간 길은 앞으로 우리가 고민해야 할 지점들을 이미 지나간 경우가 많다. 우리에게 식민지였지만 일본에선 근대화 시기였다. 갑작스런 사회의 산업화는 농민을 공장노동자로 만들었고, 전쟁은 그 상황을 악화시키고 가속시켰다. 하물며 동양의 전통적 여성관을 가진 상태에서 근대화와 교육은 여성의 지위를 높여주기엔 힘이 딸렸다. 전쟁시기 일본내부는 그저 잘먹고 잘살줄 알았더니 하층민들의 삶은 더구나 여성으로서의 삶은 거기도 고단했구나 싶었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생각한 지점들은 조선의 작가의 '세여자' 소설을 생각나게 했다. 식민지나라에서 신여성으로서 사회주의를 지향한 세여성의 삶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어느 역사 사료보다 더 깊이있게 다가왔었다. 식민지였기에 일본내부의 프롤레타리아작가들과는 다른 삶의 여정을 갈 수밖에 없었다.

프롤레타리아의 삶을 쓴 문학작품들의 개요를 보다보니 전태일 이 생각날 수밖에 없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의 공장노동자로서의 여성의 삶은 60,70년대 우리의 여공들의 삶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일본내에서 프롤레타리아 문학은 그 생명이 짧았다. 전쟁시기였고, 모든 사상은 군인들에 의해 바로 진압됐다. 그래서 우리가 혼란스러운 정치와 비인간적인 노동문제로 사회가 뜨꺼울때 일본은 이미 그 모든 뜨거움들이 없어진 상태에서 차갑게 부국으로 올라섰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찌보면 사상의 자유를 누린 시기가 짧아서 일본의 다양성은 더 줄어들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일본은 사상적 탄압을 하는 나라는 아니지만 탄압할 사상이 없는 나라가 된것이 아닐까.

책속에서 소개된 작품을 읽어본적도 없고, 일본문학을 잘 알지도 못하지만 색다른 주제에 대한 연구서라서 흥미로운 책이었다. 다만, 너무 옛스러운 구성과 편집은 여전히 아쉽다. 애초에 대중서로서가 아니라 연구자들을 위한 책이라고 한다면야 뭐 딱히 뭐라고 할 수 는 없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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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런트 코너 스토리콜렉터 73
딘 R. 쿤츠 지음, 유소영 옮김 / 북로드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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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작가의 대단한 작품이었다.

딘 쿤츠의 작품은 처음이었는데, 이런 거장의 작품을 이제야 알고 읽게 되서 왠지 부끄럽다;;;

작가는 '스티븐 킹이 소설계의 롤링 스톤즈라면, 딘 쿤츠는 비틀즈다' 라는 찬사를 듣는 미국의 가장유명한 서스펜스 소설가 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스티븐 킹은 알았어도 딘 쿤츠는 몰랐는데... 롤링 스톤즈 보단 비틀즈를 좋아하는 관계로 작가의 작품을 이제야 읽었다는 것이 다시 한번 계면쩍어지는 느낌이 드는;;;

1945년생 인데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끊임없이 발표하고 있는 것이 존경스럽다. 게다가 이번 책은 '제인 호크'라는 여주인공을 내세운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영문판으로는 3권까지 나온듯 한데... 대단한 창작에너지다. 무엇보다 이 소설을 읽으며 나도 이해하기 어려운 최첨단 기술용어들이 나오는데 그 상세한 표현이 어지간한 공부를 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것들인지라 그또한 감탄감탄하며 읽었다.

The Silent Corer 를 그대로 직역하면 침묵의 구석, 침묵의 코너 정도로 해석된다. 책의 시작에 '어떤 기술로도 추적될 수 없지만 인터넷을 사용하여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사람들을 침묵의 공간에 있다고 한다' 라는 설명으로 보아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도 그 영향력이 침묵처럼 들리지 않는 어떤 작은 공간? 정도를 연상하게 된다.


이 책은 스릴러 소설이다. 개인적으로 스릴러 소설의 베스트워스트를 가르는 기준은 몰입도 다. 그런면에서 '사일런트 코너'는 몰입력이 상당한 작품이다. 별다른 대화없이 거의 묘사위주로 서술되는 방식은 자칫하면 지루할 수도 있는데, 마치 눈에 그려지듯 상세한 묘사에 저절로 빠져들게 된다. 읽다보니 정유정 작가가 떠오른다. 치밀한 구성과 지나치다싶게 상세한 묘사는 굉장히 흡사한 분위기를 풍긴다.


작품의 주요 줄거리는 남편이 갑자기 자살한 후 FBI 요원이었던 아내 '제인 호크' 가 남편의 죽음이 자살이 아님을 파헤치다 거대한 음모에 맞서 싸우게 되는 이야기다. 전체적으로 굉장히 군인풍의 가치관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주로 나온다. 여주인공의 남편은 해군장교 였고, 여주인공을 도와주는 인물들은 대개 군인출신으로, 현직이건 전직이건 군인이었다는 이유로, 나 자신이건 가족이건 누군가 가까운 사람이 군인이었다는 것만으로 바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모습이 조금 신기했다. 터미네이터의 린다 헤밀턴 이나 지아이제인의 데미 무어가 연상되는 여주인공의 모습은 엄청난 미녀로 설정되어 나오지만 역할이 워낙 액션형 군인스타일인지라, 현재 추진중이라는 TV시리즈에서 어떤 배우가 맡을지 갑자기 궁금해지기도 한다.


제인 호크 는 남편의 자살을 믿을 수 없었다. 왜 그래야 했는지 이유를 찾다 보니 다른 자살한 사람들의 사건을 알게 됐고 자살율의 증가도 알게 됐다. 그런데 그 자살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능력있고 미래가 유망한 젊은 세력 이었다. 알면 알수록 자살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파헤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인터넷에서 쉽게 검색되는 시대에 제인 호크는 모든 첨단에서 멀어진다. 자신이 정보를 찾아내는 만큼 자신이 그들에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작품은 곳곳에서 디지털 세상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사람과 사람이 직접 교류하고 자연 속에서 영감을 얻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 은근히 드러낸다.  이 책의 제목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알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옮겨 본다.


"제인처럼 정말 추적이 불가능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서 추적되지 않고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조용한 구석'에 있다고 말한다. 제인은 두 달 동안 '조용한 구석'에 있었고, 지금은 현대의 어떤 기술에도 추적당하지 않고 있었다. 눈앞의 경비의 오감에서도 벗어나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으니 이중의 의미로 '조용한 구석'에 있는 셈이었다"


작가는 그동안 자신의 작품을 영상화 하는 것에 반대해 소설로만 작품을 알려왔다고 한다. 그래서 스티븐  킹 보다 덜 알려진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읽다 보니 작가의 성향이 조금은 짐작이 된다. (이런 점에선 조정래 작가와 비슷한 것도 같다. 여전히 원고지에 직접 글을 쓰시고 여전히 창작욕이 활활 타오르시고 철저한 조사와 정확한 묘사까지. 그러고 보니 나이도 비슷하신 것 같고 ㅎㅎ)

소설은 최첨단 나노테크 를 이용한 범죄를 다룬 스릴러 인데, 주인공은 '조용한 구석' 에서 움직이는 전직 FBI 요원!


작가는 곳곳에 다른 문학작품을 활용한 이름짓기로, 읽는 재미를 좀더 높이고 있었다. 고대신들의 이름을 활용한 아이디 라던가, 아스파시아 라는 클럽, 맨츄리언 캔디데이트 라는 작품, 그라운드 제로... 그중 거의 마지막에 나오는 암호에 활용된 시는 뭔가 더 의미가 있어 보인다.


"사물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과 같다"

"그들은 내 파란 기타 위에 있다고 말한다"


이 구절은 윌리스 스티븐스가 1937년 발표한 시 '푸른 기타를 치는 남자' 에 나오는 부분이라고 한다. 이 시는 피카소의 1904년 작품 '기타 치는 눈먼 노인' 이라는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고 한다.  33연이나 되는 긴 시라서 그 중 이 작품에 활용됐다고 여겨지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사람들이 말했다. 당신에겐 푸른 기타가 있는데.

당신은 세상의 진정한 모습은 연주하지 않는군요.

남자가 대답했다.

'세상의 진정한 모습은 푸른 기타 위에서 변합니다'

그러자 그들이 말했다.

'하지만 연주해요. 해야합니다. 우리를 넘어, 우리 자신을 뛰어 넘어

푸른 기타로 세상의 진정한 모습을 올바로 들려주는 진정한 곡을'<<


이 시구절을 이용한 암호는 악당이 사용하긴 했는데, 작품 속에서 푸른기타가 연주하는 곡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는 다음 시리즈를 읽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세상의 진정한 모습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표현될까? 푸른 기타로 올바론 곡을 들려주게 될까? 2017년 발표된 작품이 이제 국내 출판됐는데... 다음 편은 언제 번역되려나~ 뒷내용이 몹시 궁금한데...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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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해줄게
소재원 지음 / 네오픽션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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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한바가지 쏟을 생각하고 읽어야 하는 소설이다.

평범한데 너무나 평범한데 특별하지 않은 그 평범함이 가슴 찡...하게 짠...하게 만든다.

자극적인 장면하나 없이 비속어 한마디 없이 착하디 착한 소설이 시작부터 울컥 하기는 또 처음인것 같다.

어찌보면 흔하디 흔한, 어느 드라마에서 봤음직한, 통속이적이다 할만한 내용인데 식상하다고 말하기엔 미안한 그런 맘이 들게 한달까

"우리를 힘들게 하는 건 돈이 아닌 사람들이었다"​ 

한 집안의 가장이 있다. 어린 딸과 만삭인 아내를 둔.

6개월째 다니던 공장에서 급여가 나오지 않고 있는 공장에 출근을 하고 밤이면 대리운전을 한다. 그런데 사고가 났다. 그것도 뺑소니 사고가.

착하게 살았다. 그저 고맙다고 고개 숙이며 살았다. 그런데 그런 삶을 사람들은 무지한 탓이라고 쉽게 말한다.

한번도 아닌 두번째 뺑소니를 당하고 보험도 없이 수술까지 받게 된 상황에서 아들은 나이든어미에게 왜 대학공부까지 시켰냐고 투정을 부려본다.


"못 배워서 우리가 이렇게 산다고 생각혔었지. 그래서 너희는 그리 살지 말라고 공부시켰던 거여. 그럼 다 잘살 줄 알았지.

무식해서 우리가 이리 사나 보나 생각혀서 열심히 가르쳤는디 그것도 그게 아닌가 벼. 애비랑 에미가 무식헌 게 자식새끼들이 고생만 하는가 벼. 공부시키지 말고 딴 거 시켰어야 하나벼"


손가락 마디 굵어진 어미가 밤잠 한번 길게 자지도 못하고 일을 하여 공부시킨 두 아들은 대학을 나왔지만 변변찮은 직장을 전전하다 그나마 급여가 나은 공장을 다닌다. 형은 일찌감치 서울을 접었고 학원을 전전하며 미련을 두고 있는 동생에게 공장을 권유했다.


만삭의 아내는 누가 뭐라 하지도 않는데 자꾸 눈치가 보인다. 이 형편에 둘째를 낳게 되는 상황이 왠지 떳떳하지 못하다.

잘 될 거라는 희망이 있었다고, 아이들이 힘이 된다고 하는 얘기는 통하지 않는다.


"우린 그저 열심히 살아가기만 하면 충분히 남들처럼 살아갈 수 있다"


라고 믿었었다. 정말 그렇게 믿었었다. 차근차근 계획도 세웠었다.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계획이 엇나갔다고 해서 비난받아야 하는가?


남편은 입원하는 동안 병원비가 걱정이 됐다. 밀린 임금을 받기 위해 노동청에 신고하는 첫 용기를 내어 봤다. 여기저기 이력서도 넣었다. 마음이 바빴다.

아내는 출산예정일이 지난 둘째의 유도분만을 미뤘다. 집에서 마스크팩포장하는 일을 받기 시작했다. 남편이 성치 않은  몸으로 면접을 보고 온것에 화가 났다. 하지만 면접에 붙었다고 먹고싶어하던 족발을 사와 입에 넣어주는 남편에게 차마 화도 낼 수 없었다.


세상은 한번도 이들의 편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행복하게 해줄게 라는 남편의 다짐은 슬프기만 했다. 빚은 쌓여 갔고 기댈 곳은 없었다.

회유하려는 사장의 전화를 받으려는 남편에게 아내는 사정했다. 한번만 이겨보자고. 우리도 한번만 이겨보자고. 남편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런데

밀린 급여가 들어왔다. 깍이지 않고 온전히 들어왔다.

그리고

뺑소니범이 잡혔다. 보험도 들었단다. 풀~로.


경찰서에 가면서 부부는 고민스러웠다. 화를 내야 할까?


"다른 누군가 앞에서 호통을 치거나 비난해본 경험이 없었다. 또한, 분명 사과를 받으러 가는 길이건만 낯설었다. 사과를 하는 일에 더 익숙했다. 그런 우리에게 을의 입장이 아닌 갑이란 입장은 어색하고 맞지 않은 옷과 같았다"

부부는 화를 내는 방법을 몰랐다. 용서가 더 편했다.

경찰서에서 갑자기 터진 양수에 어쩔줄 몰라하는 이들에게 경찰들이 도와주고 막힌길에서 임산부가 타고 있다는 안내에 길이 뚫렸다.

이 작은 도움에 부부는 생각했다. 우리는 누굴 도와준 적이 있던가? 우리가 먼저 도와주면 되는 거 아닌가?


단지 알아줬으면 좋겠다. 패배자로 살아오지 않았음을, 불합리한 일들을 당한다고 받아들이고 살았던 건 아니었음을, 우리 나름대로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며 작게나마 가족만은 지키고 살았음을, 그러니까 불행한 인생으로 낙인찍지는 말아줬으면. 나름대로 희망을 향해 살아가는 우리가 낙오자란 판단은 미뤄줬으면. 바꾸지 않고 불리한 모든 것에 적응하는 삶을 탓하지 말고 그럴 수밖에 없는 책임감의 무게를 부디 이해해줬으면.

오늘은 고맙고 또 고마운 일이 많았다.

그걸로 족하다. 그걸로 만족한다. 우리에겐 그것만으로도 행복의 조건이 충족됐으니까.


늙은 어미는 산모가 깰까봐 살며시 다녀간다. 그리고 전화통화에서나마 며느리에게 이야기한다. 염치없지만 늙은이가 너무 사랑해서 부탁하는거라며 자신은 곧 죽어도 상관없으니 부부가족만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그게 어미가 행복해지는 방법이라고.

아내는 네잎클로버의 행운보다 사방에 널린 세잎클로버의 행복에 만족하며 살자고 한다. 그리고 남편에게 말한다. 늘 행복하게 해줄게 라고 말하는 남편에게


"행복하게 해줄 필요 없어. 우린 지금도 행복하니까. 항상 행복했어. 그러니까 그런 말로 지금의 행복을 무시하지 마"


작가는 터널, 소원 같은 영화 극작가로, 이별이 떠났다 는 드라마 작가로 유명세를 치뤘으나, 본인의 본업은 소설가라고, 소설을 원작으로 한 극본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싶었다고 이 책을 소설로 낸 이유를 밝혔다. 이미 영화로든 드라마로든 극본으로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받았음에도 소설로 꼭 먼저 내고 싶었다고 한다. 읽으면서도 영화나 드라마 같은 극으로 만들기 딱 좋다는 느낌이 들었다. 몇년안에 영화관이나 티비에서 보며 '나 저거 원작소설 읽었는데' 하며 반가워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예고편이 나오면 주변에 미리 말해줘야 겠다. 손수건 준비하라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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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서정시로 새기다 K-포엣 시리즈
맹사성 외 지음, 고정희 외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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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질 책이라고 생각했다.

시조를 영문으로 옮긴 책이라는 소개를 봤을 때 신기한 마음에 호기심이 생겼다.

딱 시집크기의 아담하고 얇은 사이즈에 수묵화 배경의 고즈넉한 분위기의 표지

한국의 유명 시조를 그냥 영문번역 한 것이 아니라,

시조를 전공한 한국 학자와 영국 중세 문학을 전공한 영국 학자가 공동으로 작업한 결과이고

시조의 운율과 원문의 의미를 영문에서도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두고 2년반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행한행 토론하고 소통하여 이루어낸 결과라는 서문에서 기대감이 더욱 높아졌다.

서문부터 한쪽엔 한글 한쪽엔 영어로 한국인과 외국인 모두가 읽을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좋아 보였다.​


서문에 이은 [도입] 에서 시조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이 책에 실린 시조와 작가들에 대한 소개가 있는 점도 좋았다.


1부 사대부들의 고전적인 시조에서는 맹사성의 강호사시가, 이현보의 어부단가, 이황의 도산십이곡, 정철의 정철시조, 신흠의 방옹시여

2부 시조 장르의 정점 에서는 윤선도의 어부사시사

3부 사대부들의 전원 시조 에서는 신계영의 전원사시사 와 이휘일의 전가팔곡

4부 기생과 중인 남성 가객들의 시조 에서는 황진이, 김천택, 박효관 의 시조

가 원문과 영문으로 한 페이지씩 실려 있다.


암기교육 세대라서 그런지 학교다닐때 시조 몇편쯤은 다 외우고 자란 세대라서 시조는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 백년까지 누려보세

라고 읊으면

이몸이 죽고죽어 일백번 고쳐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넑이라도 있고없고

님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줄이 있으랴



하며 대꾸할 정도로 입에 붙은 시조들이 꽤 있다.


그런데 이 표현은 사실 원문은 아니다. 한문식 표현과 훈민정음식 표현을 한글식으로 순화시켜 알기 쉽게 변형한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 실린 시조들은 거의 씌여진그대로의 원문에 가깝다.



한글로 써있는 것 같긴 한데, 내가 쓰는 한글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랄까;;;

차라리 한 페이지를 더 할애 하던가 문단별로 원문-한글-영문 으로 순차적으로 쓰던가 하면 좋지 않았을까?

압 개울에 안개 걷히고 뒷산에 해가 비친다

배띄워라 배띄워라

밤에는 물이 빠지고 낮에는 물이 들어온다

지국총지국총어사와

강촌 온갖 꽃 먼 빛이 더욱 좋다

라고 한글로 순화된 표현을 함께 써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주석으로 '지국총지국총어사와' 가 배에서 노젓는 소리를 표현한 의성어 표현 이라는 설명도 함께



더구나 서정시가 서정시로 다가오려면 시에 얽힌 사연은 아는게 공감이 잘 되기 마련이다.

황진이의 시조는 벽계수와 황진이의 사랑이야기가 없는체 시조만 읽었을때 과연 그 감흥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책의 시도는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이정도의 영문판이 나온 것만으로도 의미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만약 외국인이 이 책을 읽고 한국인에게 의미나 해설을 좀더 알고싶다고 묻는다면 한국인이라고 해서, 한글로 시조를 읽었다고 해서 얼마나 더 의미를 더 파악하고 이해했다고 할 수 있다고 할수 있을까? 무엇을 대답할 수 있을까?

번역된 시조의 한글식 표현과 의미 그리고 그 시조가 나온 배경도 함께 서술되었다면 더할나위없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이렇게라도 시조와 영어를 연결지은 책이 나왔다는 것은 정말 대단히 박수칠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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